전교조 법외노조 공방 … 요동치는 교육현장

2014.08.01 09:00:00

15년 동안 합법적 지위를 누려온 6만 조합원의 전교조가 하루아침에 법의 울타리 밖으로 쫓겨났다. 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 판결로 “법을 지키라”는 교육부와 “악법은 따를 수 없다”는 전교조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애먼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놓고 교육부와 진보진영 간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법외노조 판결을 받은 전교조가 노조 전임자 복귀를 거부하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의 이행명령에도 불구하고 집단 조퇴와 대규모 도심 집회를 통한 강경투쟁으로 맞선 상태다.

재판부가 전교조에 패소 판결을 내린 이유는 네 가지이다. 첫째, 전교조에 소속된 9명의 해직자는 교원노조 가입 자격이 없다. 재판부는 “교원 노조의 자주성, 독립성이 훼손되면 학교 교육이 파행을 겪는 등 국민 전체가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교원노조의 가입자격을 교직원으로 제한한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둘째,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의거, 노조법상 자격조건이 없는 조합원이 가입하면 그 노조는 법적 지위를 잃는 효과가 바로 발생한다고 보았다. 셋째, 전교조는 고용부가 시정조치를 여러 번 내렸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 넷째, 1999년 노조 설립 신고 당시, 전교조는 해직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부칙을 감춘 채로 신고했다는 점을 들었다.

판결이 나오자 교육부는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하고 전교조는 일전불사를 외쳤다. 중간에 낀 교육감들은 양쪽의 눈치를 보며 시간 끌기에 들어갔다. 교총은 정부의 무능한 대응과 학생의 학습권을 볼모로 한 전교조의 행태를 싸잡아 비판했다. 안양옥 회장은 “전교조 법외노조와 관련한 법원판결을 외면하면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통한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교육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비롯한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교원단체-정부-정치권 공동 협의체’를 구성, 시대 흐름에 따라 교원·교원단체의 기본권 등에 관한 법제 정비를 담당할 창구 역할을 할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정부 측에 촉구했다.

이번 전교조 법외노조 파동은 해직교사 9명을 노동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발단이 됐다. 전교조 규약 9조 1항을 보면 ‘조합원이 조합 활동을 하면서 조합의 의결기관이 결의한 사항을 준수하다 신분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때는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조합원 신분을 보장하고 조합원 또는 그의 가족을 구제한다’고 돼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0월 법외노조의 근거로 삼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규약을 고치지 않으면 법외노조를 통보하겠다’고 통첩했고 전교조가 이를 거부하자 실행에 옮겼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는 ‘노동조합이 설립신고서의 반려사유가 발생한 경우 행정관청은 30일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하고 이를 이행치 않을 때는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음을 통보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법외노조 판결, 전교조의 향후 행보는?
법원의 법외노조 결정으로 전교조는 노동조합에서 임의단체로 성격이 달라진다. 노동조합이란 명칭도 사용할 수 없다. 전교조 홈페이지나 언론에 제공하는 보도 자료에도 노조란 명칭을 쓸 수 없으며 노조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경우에는 노조법 93조 등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단위학교에서 누려왔던 노동조합의 지위도 잃게 됐다. 학교장 하락이 없는 한 노조연수를 명목으로 교사들을 모을 수 없게 된다. 또 교육부 및 시·도 교육청, 사학법인연합회 등과 맺은 단체협약안은 효력을 상실하며 단체교섭을 요구할 권한도 없다. 일부에서는 법외노조 이후에도 단체교섭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 경우 노조가 아닌 다른 일반 결사체가 교육 당국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돼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노조사무실 임대보증금과 각종 지원금 역시 원칙적으로 중단된다. 우선 임대보증금의 경우 전교조로부터 회수하지 않으면 배임죄에 해당될 수 있다. 또 법외노조에 사무실 경비를 계속 지원한다는 것은 행정관청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 대부분 교육청은 사무실 임대료를 건드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엄격한 법적용 보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라 전교조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예컨대 전교조 사무실 강제퇴거 등의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임의단체에게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 무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노조전임자 복귀 여부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소속 학교로의 복귀를 명령했지만, 전교조는 불복했다. 전교조는 지난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전임자 72명 모두 복귀명령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 위원장은 “전교조는 헌법상 노조이고 엄연한 교원단체이자 실체가 분명한 교육 민주단체”라며 “정부에 대한 ‘4대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총력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발표한 4대 요구는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및 교원노조법 개정 ▲친일-극우-표절 김명수 교육부 장관 지명 철회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다음날인 25일 노조 전임자가 소속된 학교에 공문을 보내 7월 3일까지 복직하지 않을 경우 직권면직이나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전교조 사무실 지원중단 및 퇴거, 단체교섭 중지, 조합비 일괄공제 금지, 각종 위원회 전교조 조합원 탈퇴 등의 후속 조치를 통보했다.

이제 공은 교육부에서 시·도교육감 손으로 넘어갔다. 교육부 징계요구에 교육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특히 13명의 진보 교육감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이들은 대법원 판결 때까지 집행을 미룰 가능성이 크다. 전임자 복귀 명령을 거부해도 이들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한다 해도 교육감들은 전교조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법외노조 공방은 전교조에게 실질적인 타격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교조가 법적 테두리 밖에 있는 법외노조이지 불법노조는 아니어서 교육부나 교육청의 제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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