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역사의식 심어줘야"

2015.08.01 09:00:00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 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정읍 학산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조광환 교사는 동학농민운동 전문 역사교사로 유명하다. 전국각지에서 그에게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강연을 부탁할 정도이다. 주중에는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지만, 주말에는 동학농민혁명 안내자로 변신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틈틈이 동학농민혁명 관련 역사책도 집필하는 등 동학농민운동에 대해 다방면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의 ‘전도사’로서 교실의 안과 밖에서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 주기 위해 많은 열정을 쏟고 있는 조광환 교사를 만나보았다.

Q. 동학농민혁명 전문 역사교사로 유명합니다.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제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부안군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읍 학산고등학교에 역사교사로 첫 부임을 했는데 명색이 정읍에서 역사교사로서 정읍의 향토사를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또한 정읍에 사는 아이들에게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역사도 가르쳐 고향에 대한 자긍심도 높이고, 더불어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쉬는 날 틈틈이 정읍지역 유적지나 문화재를 찾아다녔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부끄럽게도 뒤늦게 정읍지역 곳곳에 산재해 있는 동학농민혁명의 유적지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농민 스스로가 ‘반외세 · 반봉건’의 기치를 높이 세우고, 이 땅의 진정한 주인임을 천명한 우리 민족 최대의 ‘민중항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거기에 깊이 빠져 들었습니다.

Q. 아이들에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에 대해 가르칠 때 가장 중점을 두고 가르치는 부분이나, 강조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역사란 옳고 그름의 시비이며 후세 사람들의 삶의 좌표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늘날 사회 모순과 부조리가 심한 시대, 왜곡과 편향으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치러낸 민족에게는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바로 ‘비판 정신’과 ‘올바른 역사의식’입니다. 아이들 스스로가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라는 의식을 가지고 그 속에서 ‘의롭게 사는 삶이 가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고 내면화시킬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Q. 요즘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제대로 된 역사관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께서도 많이 아쉬운 부분일 것 같은데요.
먼저 어른이 어른다워야 합니다. 우리가 요즘처럼 물질에 대한 가치만 우선시하는 태도를 지닌다면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습니까. 물론 돈, 명예, 권력이란 가치도 중요하지만 1894년 당시 갑오선열들은 이보다 더 가치 있는 자신의 ‘목숨’마저도 다 버리고 ‘자유, 평등, 정의, 자주’라는 더 큰 ‘정신적 가치’를 위해 싸웠습니다. 우리는 이에 부끄럽지 않은 후손이 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기성세대부터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부터 올바른 역사관을 정립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주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않는다면, 그래서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국가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못해 절망적일 것입니다.

Q. 교단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일 외에 동학농민혁명 관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나 보람이 있었다면 무엇입니까.
정읍에서는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널리 선양하고 계승·실천하고자 하는 뜻으로 1969년부터 매년 동학농민군 최초의 전투지이자 전승지인 황토현에서 ‘동학농민혁명기념제’를 치러왔습니다. 올해로 48회째를 맞고 있습니다. 매년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이 깃든 ‘청소년 문화공연’과 온 가족이 함께하는 ‘전국역사퀴즈대회’ 등 다양한 현장 체험행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지역의 25명의 교사들이 ‘전봉준 역사캠프' 교사모임을 만들어 해마다 여름방학을 기해 2박 3일간 정읍을 비롯한 전국의 동학유적지를 찾아 ‘전봉준역사캠프’를 16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전봉준 역사캠프’를 통해 알게 된 학생이 나중에 커서 지도교사를 자청하여 제자와 교사관계가 아닌, 동료가 되어 함께 활동했던 적이 있는데 무척 보람이 있었습니다. 현재 그 학생은 비정부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Q. 120여 년 전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이 이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요?
우리는 무엇보다도 동학농민혁명을 통해 정의롭고 평등한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농민군의 희생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꿈꾸고 만들고자 했던 나라가 어떤 나라였고, 우리가 그런 나라를 더욱 가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아직도 동학농민혁명이 원하고 바라는 세상은 완전히 오지 않았습니다.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은 정의롭고 평등한 아름다운 나라, 외세의 압력에 당당한 강한 나라를 만드는 일일 것입니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인 것입니다.

Q. 앞으로 어떠한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지요.
동학유적지 답사 안내와 강연 등 기존에 해오던 일들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혁명에 얽힌 노래이야기’(가제)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을 연구하면서 이처럼 혁명에 얽힌 노래이야기가 다른 나라에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본 결과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과 얽힌 노래이야기가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세력의 침략 과정에서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였던 여러 나라들 중 그리스와 중남미의 칠레, 멕시코, 쿠바 등의 나라에서 제국주의 침략자들과 그와 결탁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저항하면서 불렀던 민중들의 노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정리해보면 역사와 음악이 어우러진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현재 집필 중에 있습니다.
나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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