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곱게 핀 언덕길 넘어서 탕크가 갑니다”

2015.12.01 09:00:00

전쟁의 포화 속 교육의 중립성과 훌륭한 교사를 뽑기 위해 엄격한 심사를 하던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전쟁 속에서 발견한 세기적인 교육법을 찾고, 기록했던, 선생님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들이 세운 더 살기 좋은 새 나라, 대한민국에서 우리들은 지금 국정교과서로 싸우고 있다. 전쟁 중에 우리의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발견한 세기적인 교육법을 지금, 다시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움트는 봄’, ‘꽃닢 지는 날’
전쟁 직전인 1950년 봄에 간행된 <새교육> 제3권 제3.4호에서 선생님들은 이런 아름다운 시로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해방의 환희는 아직도 남아 있었고 조국의 봄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전쟁이 찾아오는 느낌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랬기에 꽃잎이 지고 느닷없이 찾아온 전쟁은 더욱 아팠다.

탕크가 갑니다.
민들레 곱게 핀
언덕길 넘어서
오랑케 쳐부수러
탕크가 갑니다.


전쟁 속에 맞은 봄은 예전의 봄이 아니었다, 아름다운 봄이 아니었다. 어린이들은 천막교실 흙바닥에 앉아 선생님께서 읽어주시는 교과서(전시생활 2집)에 실린 이런 낯선 시를 읊어야 했다. 읽어주시는 선생님의 마음은 아팠고, 따라 읽는 어린이들의 마음은 우울했다.

참다 참다 못하여 읍사무소에 가서 국군지원서를 제출하였다. 죽음은 두렵지 않으나 어머니를 생각하니 적막한 마음이 끝이 없다.

교무수첩에 이런 일기를 남기고 경상북도 시골의 어느 선생님은 아이들 곁을 떠나 탱크가 있는 전쟁터로 나갔다. 어느 날 먼 길 마다않고 부대로 어머님께서 면회를 오셨고, 이 아들은 교무수첩에 이렇게 썼다.

어둠 속에서 이 자식을 찾아 헤매는 늙은 어머님! 무어라 이 심정을 표현하랴. 울면서도 웃는 얼굴로 대하시니, 아!

아이들도 선생님도 전쟁의 폭력을 비껴갈 수 없었다. 역사 교과서에서 배우는 전쟁은 단순하고 무미건조하지만, 실제 전쟁의 모습은 이렇게 슬프고 아프고 서러운 모습으로 교육 현장을 덮쳤다. 더욱 아픈 것은 이런 슬픔과 아픔이 교차하는 전쟁 속에서도 교육 이외에 매달릴 곳이 없었던 민초들의 삶이었다. 오히려 전쟁으로 모든 삶의 기반이 무너질수록 교육에 대한 백성들의 의지는 강해졌다.

1951년 6월 8일자 뉴욕타임즈 '한국의 교육열' 보도
전쟁이 한창 중이던 1951년 6월 8일자 미국 뉴욕타임즈는 “많은 학교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뿜어내는 교육열”이라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이 신문은 전쟁 속에서 닥친 기근, 한파, 그리고 질병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이 교육만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 학령아동의 대부분이 여전히 학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놀라움과 함께 소개하였다. 노천수업, 움막수업 등은 이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한국인들의 이런 교육열정을 유지시키고 있었을까? 이 기사를 작성한 그레그 맥그레거에 의하면 그것은 “교육수준의 향상, 그리고 문맹률의 해소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한국인들의 강한 믿음이었다.

이들 미국인들을 놀라게 한 것은 한국인들의 교육열뿐이 아니었다. 전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 선발 과정이 이전보다 더욱 엄격해졌다는 점이었다. 교사선발은 두 단계를 거쳐 진행되었다. 시군 단위의 교사선발위원회가 시장이나 군수, 시군 교육위원, 그리고 교장 1명 등 3인으로 구성되어 후보자들에 대한 면접고사를 실시하였다. 특히 사상적 오류를 검사하는데 집중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도 단위의 심사위원회 평가였다. 천막이나 나무 밑에 모여 앉아 6-8명이 한권의 교과서를 돌려보는 최악의 교육환경 하에서도 교사선발에 이런 복잡하고 철저한 과정을 거치는 모습이 서양 기자의 눈에는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전시 교육에서 차지하는 교사의 중요성은 1952년 봄에 다시 간행되기 시작한 <새교육> 속간호(제4권 제1호)에서도 강조되었다. 속간을 축하하는 글에서 문교부 장관 백낙준은 우리가 주창하는 새교육이 실천되기 위해서는 교육이념의 정립과 함께 교육자가 시대에 맞는 사표(射表)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교사가 사표가 되는 길은 지식을 나누어줄 수 있는 학력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인격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마치 길을 찾기 어려운 어두운 강가에서 길을 안내하는 하나의 든든한 뗏목(寶筏)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인격을 갖추는데 힘쓸 것을 요구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
이길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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