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에 대한 지속적인 예방교육으로 신체폭력 발생은 눈에 띄게 감소하였지만 사이버폭력이나 언어폭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일상화된 욕설 문화와 스마트폰 사용시간의 증가도 큰 원인이겠지만 그 내면을 파고 들어가면 자신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 힘든 10대들의 특성이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성이 비단 10대 청소년만의 모습일까?
교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
학교폭력 사안을 상담하다 보면 교사들이 정말 힘들어 하는 것은 아이의 거짓말이나 변명, 욕설이 아니다. 학부모의 노여움이다. 일단 언성부터 높이고 형사고발을 운운한다. 왜곡된 상황을 바로잡으려 해도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고, 중재라도 하려 들면 교사의 중립을 아주 쉽게 의심해 버린다. 그럴 때마다 교사들은 깊은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최근 들어 학교폭력대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려진 조치사항에 재심과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참여법정의 사건 심의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한다. 학교에선 아이들이 ‘욱’해서 치고받은 폭력 사건이 알려지면 “누가 합의금으로 몇백만 원을 달라고 했다더라”라는 말이 순식간에 퍼진다. 심지어 사안이 터지고 곧바로 가해학생의 공개사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폭위에서는 부모들 사이의 합의 여부가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의 수위를 결정하기도 한다.
교육의 주체는 비단 교사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보고 배운다. 인터넷과 SNS에 심취해 있는 요즘 학생들은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 속에서 그들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세상을 보고 배우고 있다. 개인의 부족한 업무 능력은 기계가 보충해주고 있지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인의 능력은 기계가 대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렇게 발전된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우울감과 사이코패스가 늘어나는 것을 막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픈 자존감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자녀가 훌륭한 인재로 성장하기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부모는 성장하는 학생들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덕목이 무엇일까 고민해 봐야 한다. 사람이 완벽하지 않은 탓에 크고 작은 실수와 잘못된 판단은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은 더 자주, 더 많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한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과 행동은 또래친구들과의 갈등을 야기하고, 갈등을 풀어가는 능력 부족은 학교폭력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예전과 달리 이제는 아이들의 갈등해결 과정에 ‘합의금’이라는 어른들의 대처법이 등장했다. 정말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받으면 아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일까?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내 아이가 받은 상처가 비단 코뼈가 내려앉고 얼굴이 찢어지는 육체적 상처뿐일까? 그렇지 않다. 대개의 경우 아이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존감의 상처이다. 합의금이 자존감의 상처까지 치유해 주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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