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락 면할 점수 빌려준다" ‘점수 은행’ 도입

2017.02.04 19:46:22

中 난징 명문 A고 지난해 11월부터 운영
다음 시험·실험·발표 점수로 갚게 설계
한 번에 좌우되는 평가 부담 완화 목적

중국의 한 고교가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점수 은행’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과락을 면할 점수를 대출받고 학기 말까지 시험, 발표, 수행 평가 점수로 되갚을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최근 중국 장쑤성 난징의 명문 A고교가 미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10학년 국제반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점수은행 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시험의 합격선을 통과하는데 부족한 점수를 점수 은행에서 빌리고 나중에 치를 시험에서 빌린 점수에 추가 이자를 붙여 갚는 것이다. 일부 교사들은 시험 점수로 갚는 대신 별도의 발표나 실험 등의 수행평가로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는 점수 은행제를 실제 은행의 운영 체계와 유사하게 만들기 위해 금융계에서 일하는 학부모의 자문을 받아 기획했다. 그래서 학생들의 행동 기록이나 출결 상황 등을 평가해 신용 등급을 나눠 대출할 수 있는 점수도 차등을 뒀다. 또 점수를 학기 말까지 갚지 못하면 신용 평가가 깎이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성적표에도 기록이 남게 된다.

교사와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49명의 학생 중 이미 13명이 점수 은행을 이용했다. 대다수 학생들이 1~2점 정도를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생은 "최근에 본 지리시험 성적이 낮아 점수를 빌리게 됐다"며 "너무 아파서 수업을 빠지는 바람에 시험을 제대로 못 봤는데 점수 은행의 도움을 받아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메이 홍 물리교사는 "이 제도는 학생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도움을 준다"며 "실제로 59점과 60점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자는 과락으로 시험에 실패하고 후자는 통과하게 되면서 그 1점이 학생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칸 후왕 교장은 "학생의 미래가 하나의 입시 시험(가오카오)에 의해 결정되다보니 중국에서는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지나치게 높다"며 "시험 성적 자체보다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성장에 더 초점을 두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험의 목적은 학생이 학업 수행 정도를 평가하고 고쳐서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지, 학생의 학업에 대한 열정을 파괴하고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에서는 학생들의 지나친 입시 부담이 수십년 동안 사회 문제가 돼 왔다. 특히 학업에 대한 부담감으로 학생 자살 등이 빈번하다는 내용의 각종 보고서나 언론 뉴스가 자주 보도돼 왔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 학교의 새로운 시도가 환영받고 있다. 점수 하나에 민감하고 압박을 받는 중국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게을리하고 단순히 재미로만 여길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 다른 학교로의 확대까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문영 기자 ym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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