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 학기 통한 ‘곱하기 방식’의 변화 확대

2017.04.01 00:00:00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 1년, 성과와 과제 ④

자유학기제가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 지도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든다. 2013년 5월 발표한 교육부의 계획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중학생들이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는’ 정책이다. 이런 기조하에 그동안 자유학기제는 수많은 교사의 노력과 함께 4년간 꾸준히 확산돼 왔다.

2013학년도 2학기에 42개 연구학교에서 시범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2014학년도에는 80개 연구학교와 731개의 희망학교가 자유학기를 운영했다. 2015학년도에는 희망학교의 수가 2551개교로 늘었다. 당초 교육부의 목표보다 희망학교의 수가 빠르게 증가한 것에 힘입어 2016학년도부터 3200여개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를 전면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 첫해, 학생과 교사들은 어떤 경험을 했을까? 시험이 없어진 교실에서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와 교사들이 보고한 수업 우수 사례들에서 자유학기 중 학생과 교사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학생, 교사 모두 만족도 증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조사한 2016학년도 자유학기제 운영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기 이전과 비교해 자유학기제 이후 교사와 학생 모두 학교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했다. 5점 척도로 학생은 3.82에서 3.96으로 0.14점, 교사는 3.89에서 4.12로 0.23점 증가했다. (그래픽 참조)


특히 학생의 학교생활 행복감이나 수업 참여와 같은 하위 영역에서 만족도가 각각 0.14, 0.15점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학생들의 학습 동기를 끌어내지 못해 ‘잠자는 교실’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학교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추론할 수 있다.

교사 설문 결과에서도, 교육과정 및 수업이나 교사 역량과 같은 하위 영역에서 만족도가 각각 0.27, 0.19점 등 상당한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자유학기를 경험하면서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에 대해 더 자신감을 갖게 되고 전문성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교사의 헌신으로 수업과 평가 혁신

자유학기제가 학교에 가져온 변화들을 얘기할 때,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진로 체험 활동과 같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이 많은 주목을 받아 왔다. 학생의 학습 활동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이는 대단히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그램을 덧붙이는 ‘더하기’ 방식의 변화 외에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 자유학기 수업에서 교사들은 혁신적인 수업과 평가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기존의 교과 프로그램을 다른 차원으로 변모시켰다. 이를 앞서의 ‘더하기 방식’의 변화와 비교해서 말하면 ‘곱하기 방식’의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간한 ‘자유학기제 과정 중심 평가·기록 자료집’에 소개된 자유학기제 수업 사례를 보면 ‘찰흙으로 신라 시대 토우를 빚는 역사 시간’, ‘직접 제작한 게임을 통해 이온식을 배우는 과학 시간’ 등과 같이 학생들의 흥미와 참여를 유도해 효과적인 학습이 이뤄지게 하는 수업들이 보인다.

또한 교사에 의한 관찰 평가 이외에도 학생들의 자기성찰평가나 동료평가 등을 통해 학습 과정 중에 발생한 학생의 다양한 성취들을 평가하려는 시도가 자유학기제 평가의 주된 모습이다.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수업 자체를 혁신하는 ‘곱하기 방식’의 변화는 교사들의 높은 수준의 교수 역량과 헌신 없이는 나타나기 힘든 변화다.

‘더하기 방식’의 변화는 학교생활 일부를 변화시켰지만, 교사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곱하기 방식’의 변화를 통해 학교생활 전체를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있었기에, 앞서 소개한 만족도 조사 결과와 같이,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향상됐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학교에서 더 행복하게 생활하게 됐고, 교사들 역시 전문직업인으로서 더욱 성장하는 즐거움을 맛보게 됐다.

자유학기와 일반학기와의 연계

한국교육개발원의 ‘자유학기제 운영 개선 방안 연구’를 보면 자유학기제와 관련해 2016학년도에는 전면 시행 외에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시도가 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자유학기에서 이뤄진 변화를 일반학기에서도 지속시키려는 ‘연계 학기’ 운영을 연구하는 학교들이 등장한 것이다. 연계 학기를 연구하는 학교가 등장한 것은 학교 현장에서 자유학기 이후에도 변화된 수업 방식을 유지하려는 선생님들이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유학기를 통해 ‘곱하기 방식’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교사들은 수업방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생기고 자신감이 증가했다. 또한, 새로운 수업방법에 익숙해진 학생들의 반응과 요구를 교사의 입장에서 외면하기 힘들기도 했다. 그 결과 자유학기에서 나타난 ‘곱하기 방식’의 변화가 일반학기로 확산됐다. 자유학기제가 기존의 교육과정에 새로운 프로그램을 ‘더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됐다면 ‘연계 학기’ 아이디어는 교사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자유학년제 논의까지 대두

자유학기제를 통해 구성원들의 만족도가 증가하고 그 성과가 확산되는 데에는 교사들에 의한 ‘곱하기 방식’의 변화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므로 자유학기제를 정착·확산하기 위한 노력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촉발된 ‘곱하기 방식’의 변화 노력을 교사들이 지속하고, 다른 학기로도 확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촉진 요소들을 조성하고 저해 요소들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부가 2월 28일 발표한 ‘정부 부처 간 협업으로 학생의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기제 내실화 추진’ 보도자료를 보면 2017학년도에는 ‘연계 학기’를 시범 운영하는 연구·시범학교가 406개로 확대됐고, 자유학기를 두 학기 이상으로 확대하는 자유학년제도 논의되고 있다. 이런 확산 방안들을 통해 교사들이 ‘곱하기 방식’의 변화를 지속할 수 있는 교실 수업 환경이 구축되길 기대한다. 

최원석 한국교육개발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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