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교육재정, 확충방안을 마련할 때다

2017.07.01 00:00:00

새 정부, 교육재정정책의 쟁점과 과제 ①

정부는 학생 수 감소가 재정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재정 확충 없이 미래의 교육재원을 당겨쓰면서 돌려막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지방교육재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

파탄 상태의 교육재정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역사를 살펴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이 확대된 것은 2001년 내국세 교부율이 11.8%에서 13%로 조정된 것이 마지막이다. 이후에 조정된 교부율이나 교육세율 인상은 지방교육재원 규모를 늘린 것이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관련 재원구조의 변화에 불과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의 증액교부금 확대는 중학교 의무교육 시행에 따라 징수하지 못하는 등록금 결손분을 보전한 것이며, 2005년부터 내국세 교부율이 13%에서 19.4%로 조정된 것은 내국세 교부금과 봉급교부금 및 증액교부금을 합산한 것에 불과했다. 2008년부터 내국세 교부금 교부율이 19.4%에서 20%로 조정된 것은 국고보조금 사업이었던 유아교육비 지원 사업을 교부금 사업으로 이양한 결과였다. 2010년부터 내국세 교부율을 20%에서 20.27%로 조정한 것은 지방소비세 도입에 따른 내국세 교부금 결손분을 보전하려는 조치였다.


2001년 이후 학생 수가 줄었기 때문에 교육재정 수요가 줄어 재정을 더 확충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학생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발사업 지역을 중심으로 학교 신설 수요가 계속 생겨났고, 교육여건 개선 정책을 통해 학교 증설 수요와 교원 증원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 2012년 이후에는 누리과정 도입으로 유아교육비와 보육료 수요가 추가됐다. 누가 봐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학생 수 감소가 재정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는 전제 하에 재정 확충 없이 미래의 교육재원을 당겨쓰는 임시방편적인 지방채 발행과 임대형 민자(BTL)사업을 통해 돌려막기를 계속했다. 그 결과, 지방교육재정은 파탄 상태에 이르렀고, 계속 돌려막기를 한다면 유·초·중등교육의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교육재정을 확충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고등교육재정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대학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 공약이 등장한 이후 각 정당은 경쟁적으로 대학등록금 관련 공약을 제시했고, 2012년부터 소위 ‘반값등록금 정책’인 ‘소득연계형 등록금부담 완화정책’이 도입됐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2012년도에 대학이 4~5%씩 등록금을 인하하도록 했고, 이후 등록금 인상을 못 하도록 등록금 인하 및 동결을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지원하는 조건과 연동시켰다. 정부정책으로 등록금 인하·동결이 강요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이후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했던 대학들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게 됐다. 최장 8년 동안 등록금 인하·동결을 감당해온 대학들이 앞으로 얼마나 버텨낼지 의문이다.


미비한 제도와 정책의 실패

교육재정의 부족은 제도적인 장치의 미비와 정책적 실패로 그 원인을 나눠볼 수 있다.

지방교육재정에서는 교부금에 의한 국가시책사업 추진, 지방채 발행을 통한 교부금 결손 충당 등 당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목적에 맞지 않는 운용을 제도적으로 방지하지 못했으며, 내국세와 교육세의 예산액과 결산액의 차액으로 인한 교부금의 차액은 늦어도 다음 다음 연도의 국가예산에 계상해 정산하도록 돼 있는 제도도 2015년 수요는 늘어난 가운데 내국세 결손으로 감액 정산되면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등 제도적 미비점이 있었다.


지방교육재정 정책도 실패했다. BTL 사업에 의한 학교 신·증설과 지방채 발행은 결국 교부금이 수요에 비해 부족할 때 교부율을 조정하지 않고 미래의 교부금을 당겨쓰는 돌려막기에 불과했다. 스마트교육, 다문화교육, 특수교육, 유아교육 강화, 고교 무상교육, 돌봄 등 수많은 신규 수요 발생을 고려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학생 수 감소를 근거로 교육재원 수요가 줄어들기를 기대하며 재원 규모를 늘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교육·보육료를 지원하게 하면서 기존의 재원을 그대로 두고 대규모 재정수요가 있는 지출을 발생시키고, 지방자치단체가 설치·경영하지 않는 어린이집 보육료까지 교부금에 부담하면서 필연적으로 초·중등교육의 부실을 가져왔다.


고등교육재정은 아예 교부금이라는 별도의 안정적 재원을 확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사립대학의 법정 전입금과 수익용 기본재산의 낮은 수익성으로는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어렵다. 이런 제도적 미비에 더해 반값등록금이라는 불합리한 정책이 대학의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다. 대학재정지원 사업도 교부금이라는 칸막이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이 나와도 기존사업의 지원이 국가예산 사정에 따라 달라지는 바람에 대학들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고등교육예산 구조 아래서 실익 없는 경쟁에 내몰릴 뿐이었다.


증가한 수요 따라 교부금 늘릴 수 있어야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재정을 확충하려면 다음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있겠다.

우선 지방교육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결함을 드러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첫째, 교부율이나 교육세 조정 없이 교부금에 부담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제4조의 교부율 보정 규정을 개정해 새로운 교육재정 수요가 있을 때도 교부율을 보정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특별교부금 또는 보통교부금에 의한 국가시책사업 추진을 막기 위해 기준재정수요액을 규정한 같은 법 제6조에 국가시책사업을 기준재정수요나 특별교부금 수요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내국세 교부금의 4%로 돼 있는 특별교부금 비율도 줄이고 국고보조사업 성격의 국가시책사업은 별도의 국고재원으로 시행해야 한다.


셋째, 교부금 부담의 지방채 발행은 차단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 지방채 발행의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국가가 지방채 발행을 요구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위반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지방채 발행을 통해 교부금 기준재정수요를 충당할 수 없도록 명시하거나, 「지방재정법」에 국가가 지방채 발행을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부금 정산규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교부금 정산분을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방법은 폐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예컨대 2년 이상 연속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예산액과 결산액의 차액이 발생해 교부금을 감액해야 할 경우에는 교부금 정산을 하지 않는 등의 조건을 두거나, 교부금 감액 정산은 하지 않되 증액 정산의 경우에는 지방채 상환에 투입하거나 교부금조정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과 교부금 감액 또는 증액 정산액이 일정규모를 초과할 경우 일정 규모만 정산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내국세 법정교부율 방식의 교부금 재원 확보방법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이 방법은 내국세 규모가 계속 증가할 때는 유리한 재원 확보방식이었으나, 내국세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면 적정교육비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또 교부율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을 교부금 사업으로 전가하거나 지방채 발행을 통해 교부금을 미리 당겨쓰는 방식으로 교부율을 실질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정책이 계속됨으로써 내국세 법정교부율의 순기능이 무력화되기도 했다. 따라서 교직원 인건비는 실소요액을 교부한다는 전제하에 나머지 지방교육재정은 학생당 표준교육비를 산정해 교부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가 됐다.


누리과정·환경개선 별도 재원 필요

이렇게 교부금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지방교육재정 재원 규모 확대를 위한 정책도 시행돼야 한다.

첫째, 누리과정 지원을 위한 별도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교부금의 용도에 누리과정을 추가한다는 전제하에, 누리과정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을 인상하는 방안이 최선이라고 본다. 국고보조금이나 증액교부금에 의한 재원확보는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과도기적으로 누리과정의 범위를 넘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아교육재정을 유아교육교부금으로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둘째, 지방채 등 상환 계정과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의 신설이 필요하다. 2017년 말 기준 지방채무 규모가 25조 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지방채무 상환 재원을 교부금에 맡겨둔다면 지방교육재정 결손에 따라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지방채와 BTL 상환을 위한 특별계정을 현행 지방채무잔액이 모두 상환될 때까지 설치하고, 지방채 등 상환 특별계정의 세입을 별도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적정수준의 교육환경개선사업비 투입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1990년부터 1992년까지, 1996년에서 2000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설치한 바 있었던 교육환경개선특별회계를 운용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교육세를 확충하고 내국세 교부율을 인상해야 한다. 2001년 이후 지방교육재정의 흐름을 보면 각종 신규 수요를 별도의 교부율 보정 없이 기존 재원으로 충당하면서 교육재정 부족 사태에 이르렀다. 현재의 지방교육재정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교육세의 세원을 확충하고, 세율을 인상하는 등 교육세수를 늘리고, 내국세 교부금 교부율 20.27%에 누리과정 재원 2.2%p를 가산하고, 교원인건비 증액분과 각종 재정수요 증가분을 합해 2.53%p를 상향 조정해 25%까지 인상할 필요가 있다.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도입과 대학 자율권 보장 절실

고등교육재정의 경우 애초에 교부금제도가 없는 상황이다.

칸막이가 없는 상황에서 사업별로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는 고등교육재원의 제로섬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제로섬 구조를 탈피해 안정적으로 고등교육재원을 확보하려면 과거 문민정부의 ‘교육재정 GNP 5% 확보정책’과 같이 재원의 총량 규모를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그것을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등교육재원 확대의 목표는 우선 OECD 평균 수준으로 설정할 수 있겠다.


재원 규모 확대와 함께 제도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이는 고등교육재원 규모를 확대한 결과에 대한 지속적인 안정성을 유지하는 틀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교부금을 교부하는 기준과 방법을 정하기에 따라서는 많은 고등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제도다.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은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 수단을 법제화함으로써 선언적이었던 고등교육재정 지원조항을 실질화하는 의미가 있으며, 국가의 고등교육에 대한 책임이 국립대학에서 국·공·사립대학 전체로 확대되는 의미가 있다. 대학에 대한 기관지원이 늘어남에 따라 대학등록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반값등록금과 장학금 정책의 개선도 필요하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부작용과 대학교육의 질적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대학등록금 책정권을 대학에 돌려주고, 국가의 등록금 규제에 따른 등록금 결손분을 국고 지원을 통해 보전하는 제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행 장학금 정책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항은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수단으로 대학을 통제한다는 점과 국가가 교비장학금의 기준과 규모를 강제한다는 점이다.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 조건으로 국가장학금 Ⅱ유형 참여를 요구하는 평가지표를 폐지하고, 결국에는 등록금 정책과 장학금 정책을 연결하는 고리인 국가장학금 Ⅱ유형 폐지로 등록금 정책과 장학금 정책은 원천적으로 분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장학금제도 도입에 따라 저소득층의 학비 부담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로 대학재정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하는 교비장학금에 대한 각종 규제를 철폐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 구체적 재원 확보 결단해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의해 지원하는 유·초·중등교육의 여건은 아직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 학생 수가 감소하면 자연스럽게 평균 수준에 가깝게 개선될 수 있겠지만, 정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여건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기존 재원으로 다른 사업을 시행하도록 추가함으로써 그 효과를 상쇄시켜 왔다.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으로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면 추가적인 교육재정 투자가 절실하다. 고등교육재정도 마찬가지다.


흔히 교육재정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하면, 예산당국은 구체적인 교육재정 확보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확보방안을 제시하면 확보방안의 불합리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하면서 거부해왔다. 신기한 교육재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제시된 후보들의 재원확보대책에는 크게 세입증가분을 활용하는 방안과 세입 및 세출 조정으로 늘어나는 가용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세입증가분을 활용하는 방안은 국민에게 추가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실제로 공약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수요도 점점 증가하기 때문이다.


세입을 조정하는 방안은 증세하는 방안과 증세 없이 세입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구분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후보는 증세 없는 세입 확대방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박근혜정부 사례를 보면, 세입 조정으로 확보한 재원 규모는 제한적이었으며,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불요불급한 사업을 폐지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세출 조정 방안은 그럴듯해 보인다. 그러나 평상시 추진하는 소규모 정책들은 몰라도, 선거공약처럼 다양한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추진하려면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므로 기존 정부사업 중에서 폐지 또는 구조조정 대상 사업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은 한, 세출 조정으로 가용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요컨대, 증세 없이 세입 자연증가분이나 막연한 세입·세출 조정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국가 및 지방재원의 전체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 한 각종 교육공약을 구체화하기 위한 교육재원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하다. 재원의 파이가 늘어난다고 해도 교육재원이 저절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인 교육재원 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내국세 교부율 인상,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 전입금 확대,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등과 같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결단을 기대해본다.

송기창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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