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학업 도움 되는 지식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 담아
“학부모·동료도 함께 읽었으면”
배철호(53·사진) 서울 단대부고(교장 장준성) 국어교사는 현직 작가이기도 하다. 세계일보 신춘문예, 동서문학, 현대시문학, 한국문인 등에서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이문열, 김원일, 정호승과 공동 작업을 하는 등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내가 준 사랑은 얼마큼 자랐을까’를 이달 초 펴냈다. 30년간 국어 과목 외 글쓰기, 논술지도, 대입 진학지도 등 다양한 통로로 제자들과 함께 해오다, 저자와 독자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글쓰기를 가르쳐온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준 ‘산교육’ 차원이기도 했다.
22일 단대부고에서 만난 배 교사는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주고자 고민해오다 국어교사이자 작가로서 책을 통해 알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대입에 매몰돼 진정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가는 게 아닌가, 이를 곁에서 꼼꼼히 알려주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역시 대입이란 거대한 현실 앞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인지 책에는 당장 학업에 도움이 되는 지식 전달보다 졸업 후 인생에서 필요한 지혜를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눈에 띈다. ‘그리운 밥상머리 교육’, ‘아이 마음에 들어가기’, ‘고전에게 우리가 말을 걸 때’, ‘행복은 가까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사람’ 등 풍요로운 정서함양, 삶의 지혜를 깨우쳐주고자 고려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예 책의 표지 이면 첫 장, 페이지 번호도 붙지 않는 곳에 나태주 시인의 작품 ‘풀꽃’이 시화와 함께 등장한다. 제자에 대한 사랑을 담은 대표 시를 시작하는 장에 놓은 것만 봐도 책 내용이 어떨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시험을 잘 보면 대학은 잘 간다. 그건 나 아니더라도 다른 선생님들이 해줄 수 있다”며 “그보다 필요한 지혜, 다양한 분야의 책읽기나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 지도 등 역할을 해야겠다고 여겼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입을 앞둔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도 있다. ‘성적이 좋은 친구의 비결 듣기’, ‘학생부 제대로 알아야 보인다’, ‘선생님이 말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잘 쓴 자기소개서, 잘못 쓴 자기소개서’ 등이다.
이에 대해 그는 “학생들이 주로 많이 하는 질문들에 대한 답”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쉽게 준비하도록 요령을 알려주는 여느 학습서와는 다르다. 그보다 어떻게 준비하고 왜 해야 하는지 등 마음가짐, 자세에 대한 코칭이다. 빠르게 가는 방법보다 느리더라도 제대로 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상함을 엿볼 수 있다.
배 교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 그것도 그 어느 지역보다 교육열이 세다는 강남 한복판에서 근무하며 느낀 바가 컸다. 지식을 쌓고자 누구보다 치열하게 노력하고 경쟁하며 거액의 사교육비를 쓰며 매달리는 실정인데 아이는 정작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모르거나, 스스로 진로를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여서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는 이 책을 학부모도 함께 보길 희망했다. 아이들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학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이고, 자신의 욕심보다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인기교사인 그의 학급운영 노하우, 학생지도·상담 사례들도 생생히 실려 저경력 교사들이 참고할 내용도 많다.
배 교사는 “제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공동체인 학부모, 동료교사들에게 주는 메시지도 담겼다”며 “특히 요즘 일반고의 고민, 수업시간에 잠자는 아이들을 위해 함께 고민해보자는 등 공동연구에 대한 필요성, 권유도 들어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