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에는 늘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전 영역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듯이, 휴대폰이 학교 현장에서 새로운 문제로 대두된 지 수년이 지났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관점에서 휴대폰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휴대폰 사용을 전면 허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학생인권이 강조되면서 휴대폰을 강제적으로 일괄 수합하면 자칫 인권침해로 몰리기 쉽다. 또한 수합 과정에서의 파손이나 분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곤란한 상황을 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폰을 특정 기간이나 학교 일과 중에 일괄적으로 걷어 보관하는 학교들이 많다. 교사로서는 상당히 번거로운 일이나, 학생들을 위한 일이어서 부담을 감수하는 것이다.
그런 교사들의 노고를 알기에 일괄 수거에 수긍하는 학생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교사 눈을 피해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공기계를 제출해서 교사를 속이는 경우까지 있다. 이처럼 휴대폰을 내지 않고 교사 몰래 사용하는 학생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휴대폰을 걷는 것이 타당한지를 떠나,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며 규칙의중요성도 일깨워 주는 방법은 없을까? 다음은 한 어떤 신규 교사가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선배 교사들과 나눈 이야기를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다양한 고민을 하며 문제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모습이 생활지도에 참고가 될 것 같아 옮긴다.
신규 교사 : 여고에 근무합니다. 저희 학교는 일과 시간에 휴대폰을 걷는데요. 안 낼 경우 처음에는 일주일 압수, 상습적일 경우는 한 달 압수 후 돌려줍니다. 오늘 두 명의 학생이 휴대폰 2개를 가지고 와서 하나만 낸 후, 공강 시간에 사용했다고 신고가 들어왔어요. 누가 안 낸 줄 아는데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요? 신고가 들어온 이상 그냥 넘어가기도 그렇고, 다짜고짜 그 학생을 나무라기도 그렇고 방법을 알려주세요. 한 명씩 불러서 이야기를 했을 때 아이들 사이에 앙금이 생길까 봐 걱정이 되네요.
선배 교사 3 : 휴대폰 사용 신고가 들어온 두 아이를 각각 따로 불러서 평소 대화하듯 몇마디 건네다 선생님한테 할 말 없냐고 먼저 물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질문에 당황하며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 그러면 “있을 것 같은데” 하면서 한 시간 동안 생각해본 뒤 다시 오라고 해보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 말하게 하려는 겁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휴대폰 이야기가 안 나오면 “또 있을 것 같은데”라고 묻습니다. 일단 아이 스스로 먼저 말하게 하는 게 관건이죠. 그다음에 적절한 행동으로 책임지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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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의 중요성과 준법정신을 가르쳐야 하면서도,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학교에 잘 적응하게 만들어야 하는 입장 등등, 선배 교사들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조언을 해 주었다. 이 단계에 이르면 신규 교사는 구체적인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신규 교사 : 어떻게 압수해야 할까요? 신고가 들어왔다고 하면 아이들 사이에 불신이 생길 것 같고 그냥 넘어가면 다른 아이들도 휴대폰을 내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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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말 몇 마디할 때에도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러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얻은 신규 교사는 그 뒤 문제를 해결하고 후일담을 들려주었다.
신규 교사 : 쉬는 시간에 교실에 가서 혹시 선생님에게 고백할 것이 있는 친구는 한 시간 후 쉬는 시간까지 찾아와서 말해 달라고 이야기했어요. 어리둥절해하는 아이들 사이로 웃지도 않고 진지한 얼굴로 교실을 나왔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명의 친구가 찾아왔어요. 이 아이들은 수업시간 종이 울린 뒤늦게 교실에 들어간 것, 말하지 않고 동아리 면접 보러 간 것, 야간자율학습시간에 늦은 것 등 정말 귀여운 잘못을 했다며 죄송하다고 찾아왔어요. 웃음이 나왔어요. 그 이후에 진짜로 휴대폰을 안 낸 친구가 왔는데 오자마자 그 이야기는 안 하고 조퇴를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선생님에게 할 말이 없냐고 다시 묻자 그제야 실토하더라고요. 그래서 먼저 그 아이의 마음을 다독여 줬습니다. 그리고 공동체생활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다, 규정대로 압수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수긍하는 눈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이 일이 있고 난 후 아이들이 누가 신고를 했는지 의심을 하더라고요. 안되겠다 싶어 아이들을 모두 불러놓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담임으로서 너희의 이름을 외우려 애쓴 이유, 선생님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고자질과 신고의 차이 등등 제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어요. 그런데 며칠 뒤 제가 모르고 있던 친구도 핸드폰을 안 냈다며 찾아왔더라고요. 하지만 다른 한 명은 결국 끝까지 오지 않았어요. 계속 주시하고 제가 믿고 있으니 눈속임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옆집 언니처럼 조용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어요. 그래도 마음 씀씀이가 예쁜 아이들을 발견한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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