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강추위 속에 서울교대에서 다섯 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입제도 개편 1차 대입정책포럼’은 그야말로 백가쟁명식 자기주장의 경연장이었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대입제도를 함께 만들자는 취지에서 열렸지만 합일점을 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8월 수능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극심한 진통을 겪었던 상황이 그대로 재연됐다. 수시·정시 비율, 수능의 상대·절대평가 문제, 수능시험범위 등에 대한 이견을 확인하는데 그쳤다.
포럼을 끝까지 지켜본 상당수 참석자들은 ‘과연 내년 8월까지 대입제도 개편을 확정할 수 있을까?’라는 깊은 회의감 속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물론 교육부는 내년 2월 말까지 포럼을 세 차례 더 진행하고, 전문가 자문단과 정책자문위원회를 거쳐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론 없는 민주적 과정에 집착하다 결말을 못 낸데 이어 새 정부 들어 목소리가 커진 일부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중심으로 결정할 경우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는 늦출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는 만큼 대입제도 개편 방향의 원칙이 필요하다.
우선 백가쟁명식 주장의 공통분모화를 이뤄야 한다. 자기와 주장이 다르면 무조건 비판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선택’이 반복되면 결론 도출이 불가능하다. 급진적 변화보다 단계적 개선에 방점을 둬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다 얻으려하면 다 잃는 수가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교육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고교 교사 등 현장 교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학생, 학부모, 교수, 대학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하지만 누구보다 현장 고교 교사들이 폭 넓게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주체가 돼야 한다.
끝으로 교육부가 중심을 잡길 바란다. 폭풍 속에서 방향타를 잡는 선장의 역할이 중요하듯 교육부의 역할이 막중하다. 정치·이념 논리가 아닌 학교 현장과 학생의 미래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