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교육 칼럼] 예방의 1온스는 치료의 1파운드보다 낫다

2018.02.01 09:00:00

3일에 1명꼴로 연쇄살인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나라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알다시피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0년 이상 최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학업 및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학생의 숫자는 20여 년 전부터 3일에 1명꼴을 웃돈다.


자살예방교육을 위해 가정· 학교·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학생들이 3일에 1명꼴로 자살을 한다면 이는 분명히 초대형 사건임이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한 죽음준비교육이나 대책은 예나 지금이나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현재 자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무려 6조 5천억 원 정도이다. 그런데 정부의 자살 방지 관련 예산은 50 억 원도 되지 않는다. 사회경제적 비용을 따지자면 차라리 자살예방을 위한 죽음교육(death education)을 학교 내외에서 체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영국 속담에 ‘예방의 1온스는 치료의 1파운드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개인적 문제로 인 한 자살이든 사회적 문제로 인한 자살이든 관계없이 자살은 예방이 가능하다. 국가가 자살방지를 위한 적극적 의지만 있다면, 행·재정적 지원을 충분히 한다면 확실히 자살률을 줄일 수 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자살예방사업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지원금이 너무 적다는 사실이다. 10년 전부터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시스템을 갖춰 온 일본은 자살예방사업이 안정 화된 지금에도 한 해 3천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자살국가임 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살방지 관련 정부지원금이 지극히 형식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한 공식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또한 태부족이다. 때문에 자살 원인의 80%가 우울증이라고 추론할 뿐, 제대로 된 원인도 모르는 실정이다.


20여 년 전, 한 해 자살률이 유럽에서 가장 높았던 핀란드 정부는 자살과 관련된 전국적인 조사를 실시하고 체계적인 지원을 한 결과,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 다. 우리도 전국적 규모의 자살 관련 통계조사를 정밀하게 실시하고, 사회적 손실을 막기 위한 자살예방관련 예산을 대폭 늘려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을 한다면 분명히 자살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를 앞으로 이끌어 나가야 할 청소년들의 자살로 인한 사회 적 손실은 막대하다. 가정·학교·사회가 더욱더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자살예방교육을 해 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음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

법정 스님은 청소년층의 자살에 대해 “자살하는 당사자에게는 죽을 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허락받은 세월을 반납하고 도중에서 뛰어내릴 만한 이유가 그 당사자한테는 있을 겁니다. 그 러나 목숨을 끊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자살은 혼자서 죽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과 친지들과 이웃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깁니다. 현대인들 특히 젊은이들은 무엇이든지 그 자리에서 해결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 기다릴 줄을 모릅니다. 사각 컴퓨터와 인터넷 앞에서 모든 것을 즉석에서 확인하는 조급한 습관 때문에 이런 현상이 오지 않는가 생각이 됩니다”라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분석을 한 바 있다.


많은 죽음 학자들은 ‘죽음에 관해 가르치는 것은 곧 산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며, 죽음에 관한 교육은 죽음의 막연한 공포를 제거함으로써 삶에 대한 인간의 존경심과 환희를 고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더 이상 죽음의 문제를 교육 영역에서 소외시키지 말아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의 사회 및 교육제도 속에서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죽음에 관한 교육은 일종의 예방교육적 차원에서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해 관심을 두는 실존주의자들은 죽음을 삶 속에 있는 하나의 사건으로 파악한다. 따라서 죽음 없는 실존은 없으며, 죽음의식이 없는 실존이해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죽음의 의식이 있기에 삶의 긴장이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삶에의 열정도 그만큼 강렬해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그러기에 삶에 대한 의미가 더욱 새로워지고 강렬해지기 위해서는 삶 속에서 죽 음을 의식화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특히 ‘죽음이란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인 양 도외시하는 청소년들에게는 죽음에 대한 의식화 교육이 예방교육적 차원에서 더욱더 필요하다고 본다.


강선보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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