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 ‘협력적 문제해결력’ 어떻게 길러야 할까?

2018.03.02 09:00:00

새학기를 맞아 사람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우고 각오를 다짐한다. 그런데 매번 맞이 하는 새학기이지만 올해는 과거와 다르게 더 분주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점점 예측하 기 어려워지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등장하고 사회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변화 속도가 점점 빨라 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현재보다 더 큰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청소년 들에게 미래를 대비하여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워주려면 어떤 역량을 가르쳐야 할까?


협력적 문제해결력과 우리나라 학생의 특성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인 PISA는 참여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 으로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식과 기술활용능력을 평가한다. PISA가 측정하는 주요 핵심 평가영역은 읽기·수학·과학 영역이지만 그 밖에도 미래 사회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특정한 역량을 주기별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가 지식과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고 기존의 교육방식으로는 이러한 지식을 모두 전달해주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PISA 2003 은 첫 번째 혁신평가영역으로 문제해결력을 평가했다.


처음에는 학교 교육과정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려운 내용과 관련한 실생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후 PISA 2012에서는 컴퓨터 기반 평가에 의한 문제해결력 평가가 시행되었는데 학생들의 응답 에 따라 컴퓨터가 적절하게 문제해결과 관련된 피드백을 주어 학생이 컴퓨터와 상호 작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평가하였다. 이후 PISA 2015에서는 21세기에 학 생들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역량 중 하나인 협동성과 의사소통역량을 강조한 협력적 문제해결력을 평가했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결과는 2017년 11월 29일 발표되었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 점수는 538점으로 32개 OECD 참여국 중 2~5위, 기타 경제협력 파트너를 포함한 전체 51개 참여국 중 3~7위로 나타났다. 이는 PISA 2015의 과학·수학·읽기 점수를 바탕으로 예측한 기대 점수보다 오히려 20점이 높은 것이어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협력을 통해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이 매우 뛰어남을 보여줬다. 다만 2003년과 2012년에 시행되었던 개인적 문제해결력에서는 우리나라가 OECD 참여국 중 1위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순위는 한 단계 낮아졌다.


PISA 2015에서는 협력적 문제해결력에 대한 인지적 평가 외에도 협동성과 관련된 개인의 정의적 특성을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 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정도가 OECD 평균과 유사했으며 팀워크를 중시하는 정도는 OECD 평균보다 높았다. 협력적 문제해결력의 결과와 관련된 우리나라 학생 의 특성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협력적 문제해결력은 상대적으로 여학생이 잘한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 척도에서는 학생들의 성취 수준을 5단계로 구분하는 데, 최저수준인 ‘1수준 미만’부터, 1수준, 2수준, 3수준, 4수준으로 구분한다. 이 중 1수준 미만과 1수준을 기초 수준에 이르지 못한 하위 수준으로 구분하는데 OECD 참여국 학 생의 28.1%가 이에 해당하지만 우리나라의 하위 수준 학생 비율은 12.9%로 OECD 평 균과 비교하여 매우 낮다(<표 1> 참조). 전체 참여국 중 우리나라 보다 하위수준의 학 생 비율이 적은 국가는 싱가포르(11.4%)와 일본(10.1%)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최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4수준 학생의 비율이 10.4%로 최상위 수 준의 비율을 기준으로 전체 참여국의 순위를 매기면 12위가 되어 우리나라 학생의 최상위 수준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우리나라보다 최상위 성취수준의 비율이 높은 국가는 싱가포르(21.4%), 뉴질랜드(15.8%), 캐나다(15.7%), 호주(15.3%) 등으로 주로 영 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는 국가가 많았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위수준 비율이 적은 것 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최상위 수준의 비율이 낮은 것에 대해서는 원인을 살펴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 평균점수는 556점으로 남학생의 523점 보다 33점이 높았다(<표 2> 참조). OECD 평균적으로도 여학생의 점수가 남학생보 다 29점이 높았는데 우리나라는 성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차이 는 여학생들이 남학생보다 비언어적 신호를 더 잘 받아들이고 관계에 집중하는 경향 이 있어 상호작용이 필요한 협력적인 행동에 적합하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Hall and Matsumoto, 2004)로 설명할 수 있다.



남학생은 팀워크, 여학생은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PISA 2015 협력적 문제해결력과 관련하여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얼마 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팀워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표 3>.


우리나라 학생들의 95%는 자신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설문 조사에 참여한 5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반면 ‘나는 반 친구 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답한 비율은 82%로 OECD 평균 88%보다 낮 게 나타나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경쟁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녀 학생의 차이를 비교해 보면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팀워크를 존중하며 여학생의 경우는 관계를 보다 존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OECD 평균에서도 동일하게 나타 나는 현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반 친구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는 것이 즐겁다’고 답 한 비율이 다른 나라에서는 여학생이 높게 나타난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남학생이 더 높게 응답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한편 으로는 강한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팀워크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학생들은 ‘혼자 하는 것보다 팀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답한 비율이 OECD 평균에 비해 크게 높았으며 특히,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팀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남의 말을 잘 들어주거나 팀의 일원으로 일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은 개인이 책임을 지고 홀로 나서기보다는 남의 말을 듣고 따라 하거나 큰 무리에 속해 있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개인의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능력은 더욱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국민 모두가 국정의 전 과정에 참여하고 공론과 합의에 기초하여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새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시민의 자질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높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다만 상위 수준에서의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부족하고 남학생이 상대적으로 협력적 문제해결력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자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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