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하면 활짝 웃는 아이들, 재미 넘어 CSV 추구하는 이유

2018.04.20 14:21:12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인터뷰

테마파크에 교육 접목…받은 사랑 되돌려주려는 노력
민속박물관과 아쿠아리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해
단순한 봉사활동 넘어서 사회적 가치 창출했다는 평가

다음달, 한국교총과 함께 ‘스승의 달’ 초청 행사도 기획
“누구나 즐겁고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 만들고파”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청소년들에게는 ‘즐거움’을, 성인들에겐 ‘힐링’을 선물하는 곳이 있다. 꿈의 나라가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게 만드는 곳, 롯데월드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서울 스카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롯데월드 언더씨킹덤, 롯데워터파크를 운영하는 롯데월드는 롯데그룹 내 브랜드 가치 1위, 우리나라 브랜드 가운데 7위에 꼽힌다. 그러나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 바로 그것. 테마파크와 교육, 어쩐지 낯선 조합이다. 
 
지난 16일 롯데월드 웰빙센터 로티하우스에서 만난 박동기 대표는 “국민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을 되돌려주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월드 어드벤처 내 민속박물관에서는 역사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 연계 체험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650종 5만5000여 마리의 해양 생물이 살고 있는 아쿠아리움에는 해양 생태계 체험과 진로교육 프로그램 등 30여 개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테마파크에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테마파크이지만 교육적인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민속박물관이 특히 그렇습니다. 30년 전, 그룹 창업주께서 학생들에게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만든 곳이지요. 만든 지 30년이나 됐지만, 관련 전문가들이 방문하고선 깜짝 놀랍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 놓은 줄 몰랐다면서.” 

-롯데월드를 여러 번 방문했지만, 민속박물관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롯데월드는 무척 동(動)적인 곳입니다. 롯데월드라는 말을 들으면 아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하죠. 어드벤처 안에서 밀랍인형 전시도 해보고 미디어아트 전시도 해봤어요. 그런데 모두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동적이고 흥분하게 만드는 놀이공원에 정(靜)적인 것들을 가져다 놓았으니 실패할 수밖에요. 하물며 민속박물관은 어떻겠습니까. 발길이 뜸한 게 당연한 걸지도 모릅니다.” 

-잘 만들어진 민속박물관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안타까운데요.
“민속박물관 면적이 4581㎡ 정도입니다. 만일 이 공간에 쇼핑몰을 만든다면 지금보다 10배, 20배가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역사교육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둘 작정입니다. 수익은 바라지도 않아요. 그저 학생들이 많이 방문해 많은 것을 보고 배웠으면 합니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칠 때, 현장 체험학습을 할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쿠아리움에서만 30여 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경쟁 업체들보다 출발이 많이 늦습니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어요. 워크숍을 열어 직원들과 머리를 맞댔더니 자녀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헤아려보자고 하더군요. 롯데월드를 찾는 50% 이상이 가족 고객이거든요. 다른 나라는 아쿠아리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가봤더니 교육과 연구 쪽에 초점을 맞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백 하우스’ 개념을 교육과 접목시킨 ‘아쿠아스쿨’입니다. 해양 진료실, 해양 연구실, 검역실, 먹이준비실 등 전시 수조 뒤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지요. 아쿠아리스트와 수산질병관리사, 수의사 등 관련 직업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박 대표는 최근 교육 기부에 나섰다. 학교 현장에서 롯데월드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지난 2월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교육취약계층의 민속박물관 관람 지원을 약속했다. 다음 달에는 한국교총과 함께 ‘스승의 달 초청 행사’도 진행한다. 아쿠아리움은 19일부터 27일까지, 민속박물관은 19일과 26일 양일간 교원 200명을 각각 초청한다.  

-수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이곳에서 수업한다던데.
“건국대, 부경대 등 관련학과와 MOU를 체결하고 학점이 인정되는 실습 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족관이 없는 대학에서는 연구 활동을 하기 어렵잖아요. 지난해에는 한국어류학회와 연계해 학술발표대회에서 강연하는 등 학술적인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CSV를 실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CSV(Creating Shared Value)는 공유가치창출을 가리킨다. 기업의 핵심 역량과 연계된 사업을 통해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 모두를 창출하는 활동이다. 단순한 기부 활동이나 의례적인 봉사활동 등으로 대표되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사회공헌활동)보다 한 단계 발전된 형태다.
 롯데월드는 그동안 CSR에도 열심이었다. ‘Dream up! 아이들의 꿈을 실현 시켜주자!’ 캠페인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초청·방문 행사, 아동·청소년 꿈 지원, 지역사회 후원 등을 실천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기부 데이’도 운영한다. 4000원인 직원 점심값을 1500원만 받고 나머지 금액은 기부한다. 일 년 동안 2000~3000만 원 정도가 기부금으로 모인다. 특히 지난해에는 1995년부터 시작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위문 공연 ‘찾아가는 테마파크’가 100회를 맞았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준비한 거네요.
“롯데월드는 테마파크답게 다양한 재능을 가진 직원들이 많습니다. 재능을 기부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지요.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의 공연은 가장 테마파크다운 재능 기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100회 공연 때 직접 색소폰을 연주했다던데.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회사는 재능 있는 직원이 많아요. 한 직원이 색소폰을 가르쳐주겠다더군요. 배운 지 8~9개월이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30분씩 배우고 있지요. 100회 공연을 할 때는 시작한 지 석 달도 채 안 됐을 거예요. 색소폰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홍보 담당 직원이 찾아와 꼭 공연을 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소리도 잘 안 났는데, 3주 동안 열심히 연습했어요. 사실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 연주하라고 하면 더 잘할 것 같은데… 하하. 직원한테 물었어요. 잘 하지도 못하는데 왜 연주하라고 하느냐고. 잘 부르는 것보다도 롯데월드를 대표하는 사람이 와서 자신들을 위해 연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하더군요.” 

-사회공헌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한부를 선고 받은 아이가 있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의 공연을 보고 무척 좋아했던 아이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부모님이 찾아왔습니다. 롯데월드 대표 캐릭터인 로티, 로리를 한 번만 더 만나고 싶어한다고요. 롯데월드로 초대하려고 했지만,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편하게 만날 곳이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가까운 호텔에 묵게 했고 로티, 로리가 찾아가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었습니다. 
지적 장애를 가진 직원들도 떠오릅니다. 종종 함께 밥을 먹고 작은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갖지요. 그랬더니 그중 한 직원이 마주치기만 하면 ‘왜 저한테 선물을 주셨어요?’라고 물어요. 지금까지 열 번도 넘게 들은 것 같습니다. 고작 인형 하나 선물했을 뿐인데 그걸 잊지 않고 만날 때마다 이야기하더군요. 일주일에 두세 번, 캐스트로 일하는 직원은 정서불안 증세로 늘 약을 먹어야 한답니다. 그런데 롯데월드에 올 때만은 약을 먹지 않는대요. 롯데월드는 이들이 즐겁게, 행복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안전과 청결, 친절, 기본에 충실하자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롯데월드를 어떤 곳으로 기억하길 바라는지 궁금합니다. 
“롯데월드, 하면 행복한 동화나라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이것이 롯데월드의 전통적인 이미지이지요. 앞으로도 ‘귀엽고 행복하고 아련한 추억이 깃든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AR(증강 현실), VR(가상 현실) 등 최신 기술을 도입해 트렌디(trendy)를 추구하는 청소년들의 니즈도 반영할 생각입니다. 올드한 테마파크가 아닌 신선함을 유지하고 싶습니다. 교육과 접목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이미지도 강화시키려고 합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많은 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롯데’라고 하면 아이들의 입이 벌어져요. ‘월드’라는 단어까지 듣는 순간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롯데월드는 언제까지나 함박웃음을 주는 곳이고 싶습니다.”   
김명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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