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칭은 문화… 强制할 일 아니다”

2019.01.28 09:54:40

교사들이 본 학생언어 실태

‘쌤’은 친근한 표현이지만
대놓고 하라 하기는 곤란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저희 학창시절 때는 담임선생님을 ‘담탱이’라고 했잖아요. 그러면 조직문화 혁신을 위해 담임선생님을 ‘담탱아’라고 불러도 된다는 건가요?”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수평적 조직문화 혁신 차원에서 선생님을 쌤이라고 부르게 하자는 정책을 내놨다 된서리를 맞은 것에 대해 30대 나이의 A교사(중학교)는 이렇게 말했다. 호칭은 문화이지 강제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화된 표현이라 할지라도 교육기관이 학생에게 은어를 대놓고 권유하는 것은 그 역할에서 벗어났다는 게 대다수 교사들의 반응이다.
 

또한 이번 시교육청의 정책에 대해 학생들의 언어문화를 잘못 이해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교사들은 보고 있다. 사실 학생들이 선생님 면전에서 쌤이라 부르는 분위기는 대다수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며, 친근감을 느끼는 교사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친근함을 넘어 예의 없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대놓고 쌤이라고 부르는 현상 자체가 교권추락에서 나타난 만큼 달갑게 보기 어렵다는 푸념도 돌고 있다.
 

A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과 밀접한 관계의 사람들을 ‘담탱이’나 ‘꼰대’ 등 은어로 부르거나 교사의 성격에 따라 ‘미친개’, ‘수면제’ 등 별명으로 부르는 건 예전부터 있어왔다”며 “그러나 예전에는 자기들끼리만 공유한 것과 달리 요즘은 교사 앞에서 대놓고 쓴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쌤이란 호칭은 친근함의 표시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그 때문에 선을 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면전에서 이상한 말을 해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은어, 지나친 줄임말, 외계어, 욕설 등을 교사 앞에서 거침없이 쓰는 학생들의 잘못된 언어습관이 눈에 보이는데도 교권이 위축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 교정하는 일이 어렵다는 게 요즘 학교 현장의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50대 나이의 B교사(고교)는 “학생들이 좀 이상한 말을 하면 쓴 웃음이라도 지어주면서 ‘아 그렇구나’. ‘그런 말 재미있는데’ 정도로 공감해주고 넘어가야지 ‘그런 말 하지마라’고 다그치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심한 경우 이상한 선생님으로 찍힐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학생 언어문화 개선 계기 됐으면…”
‘너나들이 언어모둠’ 제안

 
학생 언어문화와 관련 초·중·고 교사와 대학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학습공동체 ‘너나들이 언어모둠’ 회원들은 시교육청이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현장의 의견을 잘 반영해 학생 언어문화개선을 위한 정책에 나서주기를 바랐다. 서로 친근한 호칭을 부르자는 취지 자체는 좋지만, 자칫하면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벌레 충(蟲)’을 붙여 조롱하는 언어문화가 그렇다. 어머니라는 숭고한 이름에까지 ‘맘충’으로 깎아내리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사례다. 지나치면 안 하니만 못한 교훈을 떠올릴 때라는 것이다.
 

이들은 “쌤이라는 용어는 학생 친화적이지만 연로한 교사에게도 쌤이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장애우라는 용어가 나왔다가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친구(友)’의 의미를 붙이는 문제 등으로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현상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쌤이라고 친근감 있게 부르는 현상 외에 과연 부작용의 문제는 없는지, 친화적 학교 분위기에 더해, 교사를 더욱 존중하고 존중하는 분위기를 위한 호칭 정책을 같이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교원들은 교육당국이 학생언어문화 개선에 대한 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할 시기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최근 육체적 폭력이 줄어드는 대신 언어폭력, 사이버폭력이 심화되는 이유가 언어에서 비롯된다는 이유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한 교육 정책도 필요하지만, 학교와 교사를 존중하는 정책의 균형성을 더욱 바라고 있다.
 

‘너나들이 언어모둠’ 소속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는 “언어문화와 관련해 친구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바람직한 언어 정책, 그리고 ‘벌레 충’을 붙인 말과 같은 혐오·차별 등 공격의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언어문화개선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나아가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고, 미디어 빅뱅의 시대 속에서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토론이나 발표 등을 권장하는 ‘청소년 중심의 사회적 소통의 장’을 활성화시켰으며 한다”고 제안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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