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에 대한 속단 말자

2004.07.01 15:41:00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군사부일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존경은 우리민족의 전통적 정서다. 하지만 오늘날 교원경시풍조는 극한 상황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단적으로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 '교원도 봉급쟁이일 수밖에 없다’, '교실이 붕괴되었다’는 등 교육을 폄하하거나 걱정하는 말들이 서슴없이 통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언론에서는 학부모나 일반인들이 교원을 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경멸해서 빚어지는 사건이 여과 없이 보도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정서가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변화되고 있는지 돌이켜 짚어보아야 할 대목이다. 물론 어느 한쪽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주요인을 몇 가지로 생각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교육정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과거 특정인의 결론에 무조건 동의하던 방식은 없어졌다. 과거에는 선생님이 흔하지도 않았고 교육을 받을 기회도 적었으니 선생님의 존재는 아마 선망의 대상이 아니었을까 추측된다. 문자 그대로 '군사부일체’라는 말을 그대로 믿고 살아온 것이다.

현실은 옛날과 정반대이다. 학교에 안 다녀 본 사람이 없다. 수없이 많은 선생님을 대해봤으니 선생님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세인들이 보고 안다는 선생님은 겉모습만을 보고 안다고 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

교육은 무형일 뿐이다. 그리고 평가는 백년 후라고 선인들이 이미 지적했다. 한 사람의 인생 성공은 많은 요인의 결정체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농부가 작물을 가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 농작물이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도 있다. 농사의 결과가 우연일 수는 없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은 우리 교원들의 보이지 않는 애착과 노력의 결실이다. 교육에서도 우연이란 말은 거리가 멀다. 교원들 중에서도 부실한 교육자가 아주 없다고는 못하겠으나 혹여 논의 잡초를 보고 농사를 버렸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무의미한 수다쟁이의 표현일 뿐이다.

교단을 지키는 많은 교원들에게서 미담을 열거해 본다면 얼마나 될까. 어떤 희생을 했더라도 떠들지 않고 큰 희생도 의무쯤으로 여기며 묵묵히 오늘의 교단을 지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교원들의 현실이다.

교원들의 일상을 겉만 보고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꾸짖고 싶다. 우매한 이들이 빙산의 일각을 보고 속단하는 편견은 화를 자초하는 격이다. 교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서 교육에 대해 사려 깊은 혜안으로 다가갈 것을 당부해 둔다.
정태국 충북 충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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