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일의 풍경은 여느 삼일절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2019년은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인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이 10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 이를 기념해 광화문의 만세 행진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아 공연계 역시 우리 마음속의 애국심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영웅>
대한제국의 주권이 일본에게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1909년. 러시아의 연해주에서는 이제 막 서른이 된 청년 안중근과 독립군들이 자작나무 숲에서 단지(斷指)동맹을 맺는다. 조국 독립운동에 투신하겠다고 결심한 이들은 점차 좁혀오는 일본군의 포위망 속에서도 굳은 의지를 다진다. 그러던 중 안중근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으로 향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그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을 세운다. 어렵게 구한 브라우닝 권총에 일곱 발의 총알을 장전하고 하얼빈역으로 향하는 안중근. 마침내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일곱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진다.
뮤지컬 <영웅>은 이처럼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에 일어난 사건을 집중적으로 그린 작품. 작품은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돼 2009년 10월 26일 관객 앞에 첫 선을 보였다. <영웅>은 초연 당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한국뮤지컬대상을 비롯한 뮤지컬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무대미술상 등을 거머쥐었고 최다부문 노미네이트, 최다부문 수상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쓰기도 했다.
올해로 개막 10주년을 맞아 새롭게 무대에 오르는 <영웅>은 스토리 및 넘버를 수정·보완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지난 공연에서 자신만의 안중근 의사를 만들어냈던 배우 정성화, 양준모가 이번에도 출연을 결정지었다.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지난해 초연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신흥무관학교>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대한민국 육군의 뿌리가 된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격변하는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독립을 위한 치열한 삶을 다룬다.
뮤지컬은 1907년부터 1920년에 이르는 경술국치 전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는 것은 화려한 캐스팅. 육군 제작의 뮤지컬인 만큼 군입대로 한동안 스크린과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의 반가운 얼굴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배우 지창욱, 고은성은 국권침탈에 항거하여 자결한 유생의 아들 ‘동규’ 역을, 강하늘과 조권은 우당 이회영이 거둬 키운 ‘팔도’ 역을 맡는다. 김성규와 이진기(온유)는 신흥무관학교 교관 지청천 역을 연기한다.
고난이도 무술이 등장하는 안무는 더욱 화려하고 드라마틱해지고, 격변하는 시대는 회전 무대로 표현된다. 더불어 조명과 영상 효과로 청산리 전투 장면을 비롯한 액션신을 더욱 역동적으로 구현할 예정이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또 한 편의 뮤지컬은 <여명의 눈동자>다. 작품은 1991년에 방영된 36부작 동명의 드라마와 작가 김성종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드라마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와 제주 4·3 등 근현대사의 가슴 아픈 역사의 장면을 담아낸 작품으로 최고시청률 58.4%를 기록하는 등 ‘여명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다. 뮤지컬은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의 대서사 속에 비극적일 수밖에 없었던 젊은이들의 운명을 그린다.
제작진들은 이야기 곳곳에 굵직한 사건을 배치하고 사건 중심 서사로 스토리를 전개해 역동적이고 압축적으로 무대 위에 펼쳐낸다는 계획. 또한 여옥, 대치, 하림 등 주인공과 최두일, 윤홍철 등의 주요 인물을 제외한 인물을 새롭게 창조해 신선함을 더하고 줄거리 개연성을 높일 예정이다. 작품은 일제강점기 막바지인 1944년을 배경으로 시작한다.
조선인 학도병 대치와 일본군 ‘위안부’ 여옥은 민족의 아픔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사랑을 키워나가지만 전쟁이 발발하며 두 사람은 이별하게 된다. 임신 중에 사이판으로 끌려간 여옥은 하림을 만나게 되고, 하림은 그녀를 보살피며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마침내 해방을 맞아 세 사람은 엇갈린 운명 속에서 재회하게 되고, 또 다시 찾아온 전쟁으로 비극을 맞는다.
*공연정보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2월 27일-4월 21일 | 광림아트센터 BBCH홀 | 02-485-8700
뮤지컬 <영웅>
3월 9일-4월 21일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 02-2250-5941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
3월 1일-4월 14일 | 디큐브아트센터 | 1588-2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