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학 강사법 대책 입안돼야

2019.04.17 11:31:54

‘강사법은 있는데 강사는 사라졌다.’

전국 강사들의 시위의 플래카드에 적힌 문구다. 처우와 복지 등을 개선하라고 했더니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그동안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일부개정 고등교육법(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사회적 갈등이 재발되고 있다. 어쩌면 이 의제(agenda)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서 두고두고 큰 쟁점화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지난해 11월 통과된 강사법은 대학 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교원 지위를 보장하는 법이다. 대학 강사를 공채를 통해 1년 단위 임용계약을 보장하며 재임용 심사를 통해 강사직을 3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방학 중에도 유급 처우와 복지 등을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다.

 

오는 8월 개정된 이 법 시행을 앞두고 금학년도 1학기 현재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서 강사 1만5000명~2만명이 해고됐다는 추산이 나온 가운데 강사와 대학원생이 들고 일어났다. 신분 불안정에 대한 자구책은 강구하는 것이다. 전국의 대학 강사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전대노)과 '강사법 관련 구조조정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최근 세종시 교육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해고강사를 구제하고 강사법 정착을 위한 대책 수립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될 때까지 무기한 천막 농성에 들어갔다. 이와 같은 시위는 오는 8월 법 시행에 다가올수록 심각해질 기세다. 교육계는 또 하나의 난제에 봉착한 것이다. 이들 단체는 올해 1월에도 교육부에 대학 구조조정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2주 동안 농성한 바 있다.이들 시위 단체들에 의하면 지난달 시작된 올 학기에 대학 강사 2만여 명이 해고됐다. 특히 사립 대학을 중심으로 임금(급여) 문제로 전임 교수에게 시간 배당 증가, 겸임교수·초빙교원(본직이 있는 출강 교수 등) 증원 등의 꼼수를 부려서 해고된 본업 순수 시간 강사 수가 2만명 규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대학 강사수인 7만 5천명의 약 20% 이상이 감축된 것이다.

 

이는 교육부의 통계 약 1만6000명보다 20%이상 많은 숫자다. 그리고 오는 2학기 본격적인 강사법 시행 시기에 이르면 더 많은 해고 바람이 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강사들은 교육부의 강력한 대학 관리 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강사법 취지를 왜곡하고 교묘하게 빠져나가려는 대학을 감독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예산 문제를 핑계로 강사법에 회의적으로 대하는 일부 사립대를 방관하지 말고 책무와 권한을 행사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부에 훈련된 무능과 의도된 무관심에서 벗어나라고 일갈했다.

 

아울러 이들은 교육부에 구조조정 대학에 관리감독권 발휘, 재정지원사업에 강사제도 개선지표 비중 확대, 국립대에서 사립대 해고강사 수용 예산 확보, 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생계 구제, 공익형 평생고등교육사업 즉시 실시, 대학별 강사 구조조정 중단, 강사 처우 개선 추경 확보 등을 요구했다.

 

강사가 실종된 대학에서는 전임교원은 과도한 부담을 떠안고, 학생들은 소수 학문을 제대로 들을 수 없게 돼 연구와 교육이 함께 실종된다. 나악 대학의 재난은 곧 국가의 재난이므로, 정부가 대학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학문 생태계를 파괴해 인문학 등은 설 자리를 잃고 연구자, 학자, 교수 등을 선순환적으로 제대로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비된다.

 

가령, 대학 교수가 되려면 대학 강의 경력과 연구 경력이 필수인데, 대학에서 비정규직인 강사의 강의의 기회를 주지 않으면 대학 교수와 연구자로의 진입이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대학은 대규모 강좌 위주로 교과목, 교육과정을 편성해 학생들은 교양교과목 등은 강의가 아니라 강연을 수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는 강사법 안착을 위해 대학에 배포할 운영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교육부와 대학 및 강사 측 대표단이 실무협의체(TF)를 꾸려 논의 중으로 조만간 매뉴얼을 완성해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매뉴얼이 나와도 완전한 대책은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결국 강사법의 해결책은 재정·예산 등 돈 문제다. 강사들과 단체들은 고등교육 예산을 증액하여 대학 강사들의 처우, 복지를 개선하는 것이 원래 법의 이상인데, 예산 증액 없이 처우, 복지 개선을 지향하려다보니 원래 밥그릇인 현직마저 빼앗기고 위태롭다는 하소연이다.

 

교육부의 입장도 난처하다. 기재부와 인사혁신처의 조율 사항인 인사와 예산 문제를 교육부 마음대로 시행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강사법 본격 시행이 수 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법 시행의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는 2학기에는 이번 1학기보다 더 많은 강사들이 해고되고 학생들은 질 낮은 교육을 받게 되고 나아가 대학은 큰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해묵은 갈등과 논란 의제인 대학 강사 문제가 원만히 해결돼 안착되도록 교육부를 비롯한 국민들의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은종 공주대 겸임교수 ejpark7@kong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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