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의회 시의원들이 서울시교육청 산하 기관장인 여장학관에게 달걀을 던지고 막말하는 등 ‘갑질’ 파문에 휩싸였다. 그러나 해당 시의원들은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여 거듭 비난을 받고 있다.
17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정례회가 열린 회의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방송카메라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일부 시의원들이 시교육청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던 과정에서 여성 장학관과 다른 간부에게 범한 폭언 등을 사과하겠다는 예고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건 당사자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상기(강서), 권순선(은평) 의원은 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구했다. 대신 교육위원회 장인홍 위원장이 ‘유감’ 정도의 말을 전하는데 그쳤다. 그것도 ‘피해자 코스프레’를 운운하며 “시교육청의 일처리가 잘못돼 벌어진 일”이라며 되레 상대방에게 잘못을 돌리는 식의 적반하장이나 다름없었다.
시의원들은 이날 오전 예정된 회의시간을 30분 넘겨 입장한 뒤 별다른 말과 제스처 없이 회의를 열었다. 시작부터 사과할 것으로 예상한 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두 시간 여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사과는 없었다.
오후 12시 30분 경 회의가 마무리되던 시점에서 장 위원장이 파문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시교육청 공무원들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 의원들을 이상한 사람들로 변질시켰다”고 했다.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한다”면서 꾸짖음이 나온 것이었다.
이어 그는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 교육청 공무원들이 의원들마다 다른 답변을 하면 곤란하다. 교육청 발언은 일관돼야 한다”며 “이로 인해 혼선이 생기고 갈등이 유발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참석 인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회 뒤 사과를 받아들일지 묻는 취재진에게 시교육청 간부는 쓴 웃음만 남겼다. 시교육청 측은 내부 논의 뒤 추가 사과 여부에 대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시의원들의 태도에 대해 교육계 비판은 커지고 있다. “해당 시의원들을 징계해도 모자랄 판에 당사자들의 사과도 아니고 위원장의 유감 표명 정도는 말도 안 된다. 게다가 피해 측을 질책한 것은 더 말이 안 된다”고 분개하고 있다.
이날 장 위원장의 발언은 여성 간부에게 수위를 넘는 성희롱 발언을 하는가 하면, 막말과 함께 먹고 있던 달걀을 던지고 휴대전화 등 집기를 집어던진 인권 침해 수준의 갑질 의혹에 비하면 턱없는 수준이었다는 평이다. 이를 진정한 사과로 볼 수 없는 만큼 추후 당사자들과 함께 재차 공식사과를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이달 초 한 시의원은 예산결산위원회 때 출석한 시교육청 소속 여성 기조실장에게 “미모도 고우시고 내가 얘기를 많이 하고 싶다”, “자꾸 기조실장님하고만 얘기하게 된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한 뒤 속기록 삭제를 요청했다.
지난달 말에는 다른 시의원들이 예산 삭감을 되돌려달라고 사정하던 B간부에게 막말과 함께 휴대전화와 집기 등을 집어던지고, 무릎까지 꿇은 C간부에게는 먹던 달걀을 땅에 던지며 “당장 나가라”는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교총과 서울교총, 서울시유·초·중·교(원)장회 등 교육계는 일제히 시의원들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