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혁신 통한 대학 자율성 확보 주력할 것”

2020.06.11 14:24:29

[초대석]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코로나19 사태로 대학의 지형 변화하는 중…
학교·전공의 벽 허물어져 콘텐츠 경쟁 가속화
재정위기는 교육의 질 하락, 경쟁력 약화 초래
규제개혁으로 특성·상황 맞춘 운영 가능케 해야
“대학 현실 알리고 국회·정부 기관과 협력할 것”

 

재정위기와 각종 규제,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요구와 변화…. 우리나라 대학이 마주한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존립에 도전을 받고 있었다. 앞으로 2년간 대학 사회를 이끌 김인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장은 이를 두고 역발상 했다.
 

학령인구 감소는 학생 과밀을 해소해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봤다. 대학을 퇴출하기 전에 그 대학의 학과나 학부, 단과 등에서 강점을 찾아 키우는 게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위기는 기회다’. 식상한 인용구지만, 이보다 적절한 비유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8일 만난 김 회장은 한결같이 이 메시지를 전했다. 목소리는 차분하고 온화했지만, 말에는 힘이 느껴졌다. 대학들이 처한 어려움을 또 다른 기회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인터뷰=이재곤 편집국장
 

-국가적으로 참 힘든 시기다. 코로나19로 인해 교육 현장은 초유의 상황을 겪고 있다. 이 시기에 대교협 회장직을 맡아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격-비대면 수업, 유학생 관리, 캠퍼스 방역, 학생들의 주거 문제 등 코로나19로 인한 문제와 함께 대학 재정 건전성 회복, 자율성 확보 등 지난하게 이어져 온 숙제들까지 과제가 산적해 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교육 현장에 과제를 던졌다. 국내 대학들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대학들은 비대면 수업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실험·실습·실기 교과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한적으로 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비대면 수업의 질을 확보하기 위해 일방적인 과제 중심 수업을 금지하고 학습 상담, 강의 리뷰 등을 위한 소규모 그룹 수업을 권장한다. 또 교과에 따라 집중보강 수업과 수업시수 연장, 야간·주말 과정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미래교육을 준비해야 할 때다. 교육 환경에 맞춰 교수 방법과 내용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대학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대학들도 융합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계열·학과의 학문적 울타리를 낮추고 간학문적(間學問的) 교육과정 도입이 가속화될 것이다. 플립러닝, 프로젝트 기반 학습 등 학습자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유튜브 등 매체를 활용한 스마트 교수법을 적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에는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수업의 질을 높이고 개선하고 있다. 온라인 개강의 경험을 토대로 교수-학습 인프라가 개선되면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구분도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 회장은 대학의 지형이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모든 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수업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자기 전공 외에 관심 있는 분야를 접할 때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제도를 활용했지만, 앞으로는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학과의 벽도, 전공의 울타리도 허물어져 결국 대학도 콘텐츠로 경쟁하는 시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산재한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텐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현재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년째 동결이다. 등록금 동결·인하 정책으로 2012년 이후 대학의 누적 결손액은 약 9.9조 원에 이른다. 사립대의 경우, 등록금과 수강료 수입은 2011년 11조 681억 원에서 2018년 10조 699억 원으로 감소해 명목 금액 9982억 원이 감소했다. 그간의 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 1조 5341억 원이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입학금 폐지까지 더해서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학 재정은 그로기 상태다. 고등교육의 발전과 경쟁력을 높이려면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 대학의 현실과 상황을 알리고 재정 확충과 투자가 이뤄지도록 국회, 정부 기관과 협력해 나갈 생각이다.”

 

-학생선발권 등 대학의 자율성 문제도 거론된다.

 

“대학은 자율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대학의 상황이 다 같아 보이지만, 대학마다 처한 상황과 교육의 목적, 취지가 달라서 획일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대학별 특성과 상황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면서 특장(特長)에 맞도록 교육하고,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일률적인 규제도 풀어야 한다. 규제는 결국 대학의 평가와 연결된다. 일률적인 평가 대신 평가 기준을 다원화, 다양화해 대학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직접 세세한 대학 운영에 관여하기보단 대학 발전을 위한 방향 제시와 더불어 숲과 같은 대원칙을 만들어 제공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규제개혁과 재정투자는 확대해 대학들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 배출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도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쟁력 없는 대학의 퇴로를 마련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대학은 전국에 산재해있다. 지역사회에서 대학은 인재를 배출하는 기업과 같다. 그 대학의 노력에 따라 인재가 나온다. 지역의 특정 대학에 정원을 감축하라는 건 고용을 10% 줄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관리가 안 되고 본연의 설립 취지를 구현하지 못하는 대학이 물러날 수 있도록 퇴로가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법령상 퇴출당하면, 국가 재산으로 귀속된다. 사재를 털어 대학을 설립하고 발전시켰는데, 그만둘 때는 그 노력에 대한 어느 정도의 보상을 해줘야 하지 않나. 교육 사업에 투자하고 싶어도 결국 국가 재원으로 귀속된다면 누가 하겠나. 관련 법령이 필요한 이유다. 단순히 대학의 존립을 이분법으로 나눌 게 아니라, 대학마다 가진 강점을 봐야 한다. 비교 우위에 있는 전공, 학부, 단과 등을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교육 현장의 큰 이슈는 대학 입시다. 코로나19로 인해 입시 일정과 선발 방법 등에 변화가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교협은 학교와 학생,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 대학들과 협의해 2021학년도 대입일정을 2주 순연하는 것으로 조정, 발표했다. 지난달 18일에는 4년제 일반대학의 2021학년도 수시 모집 요강을 일괄 발표했고, 대입 진학 설계에 어려움을 겪는 수험생들을 위해 대교협 대입상담센터(1600-1615) 전화 상담과 대입정보 포털 ‘어디가’의 온라인 상담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취임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대학 사회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역설적이지만, 대학의 과밀을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대학은 공간, 시설, 학생 대 교수 비율 등 모든 부문에서 불리하다. 대학이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을 자연스럽게 해결해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 없다. 부정적인 인식 대신 이 상황을 잘 활용하면, 대학은 가야 할 길을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코로나로 추가 경비가 지출되고, 대학이 해왔던 각종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재정적인 건전성과 여력을 확보하고 교육 혁신을 통한 대학의 자율 확보에 주력하려고 한다.”

 

-지난달에 스승의 날이 있었다. 과거와 달리 그 의미가 퇴색돼 안타깝다. 기억에 남는 은사가 있는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한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이 은사님이다. 대학교 2학년 때인 1977년 연구프로젝트 조수로 연구실에 입실한 이후 지금까지 학업 지도와 학자적 삶에 대한 조언을 받고 있다. 특히 편지 쓰기를 자주 하고 매사에 솔직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제는 은사님의 가르침을 제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전문직 교원단체인 교총과의 협력도 모색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이다. 대학 협의체인 대교협과 전문직 교원단체인 교총은 공통적인 부분이 많다. 대학문제에 전문성을 가진 대교협과 교육문제에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교총이 특화된 장점을 살려 협력한다면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생각한다. 함께 고등교육에 대한 핵심 정책과제를 개발해 정부와 국회에 제언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곧 상생이다.”

 

-전국 교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학사, 학제, 학교시설, 장학제도 등을 아무리 건실하게 다듬어도 그에 앞서 교사, 교수가 해답이다. 교육의 시작과 끝은 교사, 교수라는 사실을 다 함께 인정해야 한다. 기술 중심적이고 몰인본주의적으로 변해가는 세태를 아우를 수 있는 건 바로 교육자다. 올바른 인재양성에 헌신하는 전국 교원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은 선진국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 난국을 극복하려는 의지와 의무, 역할을 다하려는 관점에서 그렇다. 변수가 있겠지만, 이대로만 하면 금방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인철 회장은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외대 10·11대 총장 ▲전 한국정책학회 학회장 ▲러시아 정부 푸쉬킨 메달 수상(2018) ▲제24회 대한민국 무궁화 대상(교육 부문)

정리=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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