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강원도교육청(교육감 민병희)이 올해 시행되는 2021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을 사실상 논술과 면접으로만 뽑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를 양성기관과 협의 없이 교육청이 단독으로 제도를 바꿔 시험의 객관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현직교사 94%, 예비교사 98%가 반대하고 나선 ‘교육감 교사 선발권’이 사실상 더 확대 적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2021학년도 강원 초등임용시험은 제1차시험에서 교육과정이 면제되고 교직논술만 시행된다. 제2차시험에는 교직적성 심층면접 점수가 50점에서 70점으로 늘고 수업실연 배점은 30점에서 10점으로 하향 조정됐다. 영어면접과 영어수업실연은 10점씩으로 그대로다.
1차에서 선발예정인원의 2배수를 선정한 뒤 최종합격자는 1·2차 점수를 합산해 총점이 높은 사람 순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양성기관과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교육청이 임의로 논술과 면접으로만 뽑게 돼 시험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성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논술과 면접은 주관적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기존 60점에서 80점으로 늘어난 면접이 당락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동점자 처리순서에서도 2차시험 성적이 거의 최우선순위다. 탈락자들은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어 후유증이 예상된다.
이는 지역 내 임용시험 경쟁률이 매년 미달되거나 1대1을 겨우 맞추는 수준을 개선 차원에서 도육청이 변경한 것이다. 현재 시험규칙에는 ‘응시자가 선발예정인원에 미달되거나 시험실시기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시험의 일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있다.
이 같은 변화에 경쟁률은 대폭 늘었다. 2012학년도 이후 최대인 2.53대1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1.1대1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152명 선발에 384명이 몰렸다. 이중 춘천교대 졸업생은 100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며, 나머지는 타 시·도에서 대거 지원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초등교사자격증 보유자 중 임용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이른바 ‘장롱면허’도 일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교육청은 2차시험 배점에서 수업실연을 줄인 이유에 대해 “변별력이 없어서”라고 해명했다. 강삼영 교원정책과장은 “수업실연을 해보면 다들 비슷하다. 그리고 면접을 잘 하는 친구가 수업실연도 잘 한다. 면접에서 돌발질문으로 변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국가공무원을 면접관 취향대로 뽑는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대학, 대학원 면접시험도 사전에 질문 문항을 개발하고 개인적 경험이나 가치관 등 예민한 질문은 금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춘천교대 교수·학생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직·예비교사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교육감 교사 선발권’과 다를 것이 없다는 이유다. 국가공무원제도를 지역에서 임의로 변경한 것은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 평등성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헌법소원 제기 방안까지 거론되는 중이다.
윤지현 춘천교대 실과교육과 교수는 “초등교육에 필요한 학과와 수업실연 등을 지역에서 협의 없이 폐지·축소해버리면 4년간 우리가 가르치고 학생이 배운 것은 그저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며 “교원 양성기관의 존립의미와 학생 학습동기가 동시에 사라진다. 사실상 면접 준비만 하면 된다는 것인데, 우리는 면접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파격 변화’에 대해 양성기관과 협의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춘천교대 교수와 학생 모두 모르고 있었다. 윤 교수는 “우리도 뉴스보고 알았다. 전 교직원, 학생 모두 황당해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교육계에서는 초등교사가 부족하면 다른 유인책을 고안해야지 임용시험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강원도의 사례가 자칫 좋은 선례로 남을 경우 전국으로 확산될 우려 또한 깊다. 시험규칙의 단서조항이 악용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단서조항을 갖고 교육감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