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쟁이들은 3월에 무슨 꽃 보러 갈까

2021.03.05 10:30:00

노루귀·얼레지·깽깽이풀

 

흔히 서울 등 수도권은 3월 하순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걸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개나리·진달래·백목련은 3월 하순쯤 피기 시작하는 것이 맞지만, 서울 주변 천마산·화야산·축령산 등에 가면 3월초에, 빠르면 2월 말에도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꽃들이 필까. 국내 대표적인 야생화 동호인 모임인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이트에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어떤 꽃이 올라왔는지 살펴보았다. 꽃쟁이들이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올린 꽃은 노루귀(14건)였다. 이어 얼레지(8건), 만주바람꽃과 깽깽이풀(각각 7건), 꿩의바람꽃, 산자고(각각 6건) 등 순이었다. 그다음으로 너도바람꽃, 동강할미꽃, 중의무릇, 올괴불나무, 큰괭이밥, 잔털제비꽃(각각 3건)이 있었다. 이런 야생화들이 3월초부터 산에 들에 피어나니 꽃쟁이들이 담아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올린 야생화 수가 적긴 했지만 패턴은 예년과 차이가 없었다.

 

설레는 새봄 첫 산행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꽃, ‘노루귀’

먼저 노루귀는 숲속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4월 잎이 나기 전에 꽃줄기가 먼저 올라와 앙증맞은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핀다. 꽃색은 흰색·분홍색·보라색 등이다. 노루귀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새봄 조금만 부지런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초봄 야생화가 대개 그렇듯, 다 자라도 10㎝가 넘지 않는 작은 식물이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노루귀에 대해 ‘설레는 새봄 첫 산행을 떠나면 매번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고서 기다리고 있는, 반갑기 이를 데 없는 작은 꽃’이라고 했다. 노루귀라는 귀여운 이름은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 잎 모양, 꽃싸개잎과 줄기에 털이 많이 난 모양이 꼭 노루의 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얼레지는 비교적 높은 산의 숲속에서 자라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 1개가 밑으로 숙이고 피는데, 꽃잎을 뒤로 확 젖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중에서 시클라멘이 꽃잎을 뒤로 확 젖힌 것이 얼레지와 많이 닮았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이파리 여기저기에 자줏빛 얼룩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강원도에서는 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충분히 우려내고 먹지 않으면 심한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뿌리에 녹말가루가 많이 들어 있어 예전에는 구황식물로 쓰였다.

 

경기도 가평 화야산은 초봄 얼레지로 유명한 곳이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야산에서 얼레지를 처음 ‘알현’했다. 작은 암자인 운곡암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얼레지는 구름이 끼거나 추우면 꽃잎을 뒤로 젖히지 않는다. 따뜻한 낮이어야 곤충들이 꿀을 구하러 돌아다닌다는 것을 용케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꽃이 뒤로 젖혀지기를 한참 기다리다가 답답해 꽃을 손톱으로 한 대 때렸더니 신기하게도 꽃잎이 뒤로 젖혀졌다. 함께 간 어린 딸은 “두드려야 열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꽃대, ‘바람꽃’

만주바람꽃은 3~4월 산지의 계곡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지름 1.5㎝ 정도의 꽃이 2~3개씩 달린다. 만주바람꽃 잎은 살짝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익숙해지면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바람꽃 종류는 찬바람이 부는 초봄에 피기 때문에 마구 흔들려서 사진을 담을 때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겨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은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꽃대를 갖고 있어서 붙인 것 같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자란다는데, 남양주 천마산에 가면 만주바람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주바람꽃과 공동 3위를 기록한 깽깽이풀은 한번 보면 매혹당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야생화다. 6~8장 달리는 연한 보랏빛 꽃잎이 참 신비롭고도 곱다. 꽃이 먼저 핀 다음 뒤따라 잎이 돋아난다. 수술의 꽃밥은 노란색인 것과 자주색인 것이 있다. 희귀식물이라 야생 상태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고 만나더라도 꽃잎이 쉽게 떨어져 온전한 상태인 꽃을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한번은 이 꽃을 보러 포천 강씨봉 근처까지 갔는데, 좀 늦게 가서 그런지 꽃잎을 다 달고 있는 꽃송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실망한 적이 있다.

 

공동 5위인 꿩의바람꽃은 만주바람꽃과 비슷한 시기에 만날 수 있다. 꿩의바람꽃은 꽃 지름이 3~4㎝로 바람꽃 중에선 비교적 크다. 8~13개의 흰색 꽃잎(꽃받침조각)이 빙 둘러 달린 것이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는 꽃이다. 산에 가면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는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치고 주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전에 광합성을 해서 덩이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생활사를 가졌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부지런한 식물인 셈이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꽃대에 한 송이만 피는 홀아비바람꽃, 꽃이 노란 회리바람꽃 등이 봄에 피고, 8월에 설악산에서 피는 그냥 바람꽃까지 우리나라에 10여 종의 바람꽃 종류가 있다.

 

‘덤’으로 보고 오는 곱디고운 야생화, ‘산자고’

산자고는 꼭 한번 소개하고 싶은 꽃이었다. 산자고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숲 가장자리나 숲 근처 양지바른 곳이 산자고가 사는 곳이다. 길지 않은 꽃자루 위에 여섯 장의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있다. 꽃잎에는 가느다란 보라색 줄이 나 있고, 그 속의 샛노란 수술이 보이는 것이 참 예쁘다. 잎은 보통 뿌리에서 선형의 길쭉한 잎이 2장씩 달린다. 산자고는 보통 다른 꽃을 보러가서 덤으로 보는 야생화였는데, 일부러 멀리까지 산자고를 찾아간 적도 있다. 군산 앞바다 선유도 옆에 있는 장자도였는데, 고운 산자고가 바위틈에 엄청 많아 몇 시간 차를 타고 간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음으로 너도바람꽃, 동강할미꽃, 중의무릇, 올괴불나무, 큰괭이밥, 잔털제비꽃 등도 3월에 꽃쟁이들이 꽃을 보러 가서 흔히 만나는 꽃이다. 이중 중의무릇은 산자고와 같은 백합과 식물이다. 3월 초순부터 한 꽃줄기에 4~10개씩 귀여운 노란색 꽃이 달린다. 잔털제비꽃은 하얀색 꽃이 피는 제비꽃 종류로, 꽃줄기 전체에 잔털이 있고 잎이 둥글고 연한 녹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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