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등장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부재한 일상’을 마주하게 했다. 일상처럼 누려온 기능들이 온전히 기동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학습 기회의 결여는 아이들 간 학습 불균형의 확대와 학력 격차 확산이라는 염려로 이어졌다.
문 닫힌 '사회화의 장', 학교
일시적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많은 아이들이 학업에 필요한 기회를 잃고 교육의 단절을 경험했다. 학교는 지식 전수 뿐만 아니라 학년 변화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단체생활과 사회 규칙들을 배우며 인지와 감성을 풍부화하는 '사회화의 장'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왔다. 이러한 공간을 단절 당한 아이들은 균형 잡힌 성장과 발달의 결여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이후 비등교 수업의 일상화는 물리적 학교의 한계를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양질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됐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되면서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 원격교육이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
원격교육은 물리적 공간에 의해 단절된 학습 기회를 보장한다는 의미에서 대안적 교육플랫폼으로서 그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운영 초반, 일방적 지식 전달에 머무르는 한계를 보였고, 원격수업 장비를 갖추지 못하거나 원격수업에 혼자 참여가 어려운 온라인 학습 약자의 발생, 비대면으로 인한 사회정서학습의 결핍 등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살린 ‘온택트’형 ‘블렌디드 러닝’이 시도됐다. 원격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 수업으로 개선됐고, 과목별·개별 특성에 따른 수업 운영이 필요한 경우에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 등이 보완적으로 활용됐다.
디지털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하더라도 가상현실이 현실 세계의 체험 효과를 100% 대체하기 어렵다. 인지와 감성의 균형감 있는 성장을 위해 경험학습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일본의 NPO법인 '꿈의 장인(夢職人)'은 지역 연계형 청소년 체험학습시설 ‘마이크로 투어리즘’을 현장학습과 접목해 자연·문화·예술 등 다분야에 걸쳐 ‘학생 맞춤형 소규모 체험학습’을 제공하고 있다. 안전하게 컨트롤 가능한 지역단위 교육자원을 발굴해 소규모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다채로운 경험학습을 지원하는 것이다.
경계 초월한 경험학습 제공해야
‘학습의 장 확장’을 둘러싼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되는 가운데, 시대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과정 뿐만 아니라 가정-학교-지역과 확대된 가상교육공간의 활용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변화’라는 출발지는 아이들의 ‘균형 잡힌 배움의 기회와 학습의 장 확대’라는 종착지로 이어져야 한다. 아날로그 교육의 강점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제공하되 코로나로 제약이 발생한 경우에는 에듀테크와 지역자원을 연계해 마련한 경험학습의 장을 통해 경계를 초월한 조화로운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