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붉은 열매의 계절, 10가지만 알아볼까요?

2021.11.05 10:30:00

 

가을은 뭐니뭐니 해도 붉은 열매의 계절이다.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산과 공원, 화단 등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도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 공원이나 주변 산에 비교적 흔한 남천, 산수유, 낙상홍, 팥배나무, 찔레꽃, 청미래덩굴, 덜꿩나무, 가막살나무, 산사나무, 마가목 등 열 가지를 골랐다.

 

가을에도 빨간 열매가 주렁주렁

먼저 남천, 산수유, 낙상홍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라 열매를 쓰거나 정원수로 보기 위해 외국에서 들여온 재배식물이다. 그만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남천은 생울타리 등으로 많이 심어놓았다. 가을에 도심에서 탐스러운 빨간 열매를 원뿔 모양으로 주렁주렁 단 관목이 있다면 바로 남천이다. 주로 길거리 생울타리나 경계목 등으로 많이 심어 놓았다.

 

처음에 남천의 단정한 생김새를 보고 우리 자생종일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중국이 원산지였다. 중국에서는 이 나무가 따뜻한 지방에서 나고 대나무를 닮았다고 남천죽(南天竹)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이 나무를 조경수로 수입하면서 이름에서 ‘죽’을 빼고 남천이라 했고 우리도 그 표기를 받아들였다(‘우리나무 이름사전’).

 

우리나라에서도 원래 남부지방에 심는 나무였는데, 의외로 내한성이 강한 것이 알려지면서 요즘에는 서울에서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근래 많이 늘어난 것 같다. 사철나무·화살나무와 함께 서울 시내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생울타리 나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봄에 원뿔 모양의 꽃대에 하얀 꽃이 피는 것도 볼 만하다.  남천의 붉은 열매는 새들이 잘 먹지 않는지 봄까지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남천 열매를 겨울철 새들의 마지막 비상식량이라고 표현한 글도 보았다.

 

 

남천은 공기정화식물로서의 가치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남천은 새집증후군 원인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거실이나 베란다에 배치하면 새집증후군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남천은 다방면에서 뛰어난 팔방미인 나무인 셈이다.

 

 

붉은 산수유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것은 늦가을 정취를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다. 늦가을에 눈이라도 내리면 빨간 열매와 흰 눈이 대조를 이루면서 정말 아름답다. 초봄에 산수유 꽃이 필 무렵 산에 가면 비슷하게 노란 꽃이 피는 나무가 있다. 산에 있는 것은 생강나무일 것이다.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둘 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초봄에 노란 꽃망울을 터뜨린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노란 꽃봉오리를 내밀기 때문에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멀리서 보면 거의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생강나무는 녹나무과이고 산수유는 층층나무과여서 과(科) 자체가 다르다. 생강나무는 짧은 꽃들이 줄기에 딱 붙어 뭉쳐 피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 끝에 노란 꽃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 있는 형태여서 다르다. 가을에 열매를 보면 두 나무의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산수유는 타원형인 빨간 열매가 열리지만 생강나무는 동그란 까만 열매가 달린다.

 

산수유를 논하면서 김종길의 시 ‘성탄제(聖誕祭)’를 빠뜨릴 수 없겠다. ‘어두운 방 안엔/바알간 숯불이 피고,/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藥)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그 붉은 산수유(山茱萸)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젊은 아버지의 서늘한 옷자락에/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 시에서도 표현하고 있듯이 산수유 열매는 옛날에 해열 약제로 쓰였다.

 

낙상홍은 이름 자체가 가을과 붉은 열매를 담고 있다. 잎이 떨어지고 서리가 내리는 추운 겨울까지 빨간 열매를 달고 있다고 이름이 낙상홍(落霜紅)이다. 키가 적당한 나무이고 열매가 보기 좋아서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낙상홍은 꽃이 연분홍색이다. 꽃이 흰색에 가깝고 열매가 훨씬 많이 달리면 미국낙상홍이다. 이 나무도 공원이나 화단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팥배나무는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고, 요즘은 공원에 심어놓은 것도 볼 수 있다. 팥배나무라는 이름은 열매는 팥을, 꽃은 배꽃을 닮았다고 붙인 이름이다. 5~6월 배꽃을 닮은 새하얀 꽃이 필 때도 좋지만, 역시 팥배나무는 가을에 수천 개 붉은 열매를 달고 있을 때 그 진가를 볼 수 있다. 열매는 물론 잎과 꽃으로 구분하기 쉬운 나무이니 한번 눈여겨보면서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다.

 

 

찔레꽃 열매는 별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가을에 산기슭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매다. 찔레꽃이 피는 그대로, 가을에 지름 0.8cm 정도의 붉고 둥근 열매가 많이도 달린다. 어려서 배고프면 따 먹은 추억의 열매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새들이 먹는 것은 사람이 먹어도 문제가 없다.

 

청미래덩굴은 전국 어느 숲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친숙한 덩굴나무다. 지역에 따라 망개나무, 맹감 혹은 명감나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청미래덩굴은 꽃보다 요즘에 지름 1㎝ 정도 크기로 동그랗고 반들반들하게 익어 가는 빨간 열매가 인상적이다. 누르면 푹신하다. 덜꿩나무와 가막살나무 열매도 숲에서 또는 울타리나무로 쓰이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가막살나무 열매는 약간 길쭉하고 덜꿩나무 열매는 동글납작하다는데 열매만 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대신 잎을 보면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가막살나무는 잎이 둥근 편인데 덜꿩나무는 잎자루가 없다시피 짧고 잎은 다소 길쭉하고 끝이 뾰족하다.

 

 

붉은 열매 무리에서 산사나무 열매를 빼면 서운해 할 것이다. 몇 년 전 이효리가 선전한 술 산사춘은 이 산사나무 열매로 만든 술이다. 산사나무는 잎에 결각이 깊게 나 있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산사나무 둥근 열매 끝 쪽에 꽃받침자국이 남아 있는 것도 구분 포인트다.

 

마지막으로 마가목 열매를 꼽을 수 있다. 원래 울릉도 성인봉 등 깊은 산에서 사는 나무였지만, 팥배나무처럼 요즘엔 공원에도 심어놓은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마가목이란 이름은 새싹이 돋을 때 말의 이빨처럼 힘차게 솟아난다고 마아목(馬牙木)이라고 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울릉도를 여행할 때 마가목 열매로 다양한 건강식품을 개발해 파는 것을 보았다.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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