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1] 초등 전일제 학교 도입, 책임은 누가?

2022.08.05 10:30:00

지난 5월 출범한 정부는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를 국정과제로 삼고, ‘초등 전일제 교육’을 발표하였다.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하여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방과후 교육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초등 전일제 학교’를 운영하고,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20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을 약속하였다.

 

사실 ‘초등 전일제 학교’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미래교육비전으로 ‘전학년 전일제 운영’이 제안된 바 있으며, 최근에는 ‘(가칭)더 놀이학교’, ‘한국형 전일제 학교’, ‘온종일 초등학교제’ 등의 다양한 용어로 다뤄지고 있다. 초등 전일제 학교는 그간 저출산 대응을 위한 여성경제활동 참여 및 돌봄 부담 완화, 그리고 사교육비 경감 및 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논의돼 왔다. 또 한편에서는 초등 교육시간 연장 혹은 초등 하교시간 연장에 방점을 두고 전일제 학교 도입을 논의하기도 했다.

 

 

초등 전일제 학교 관련 이슈

먼저 초등 전일제 학교의 정책설계를 위한 주요 이슈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 전일제 학교의 정책목표이다. 그간의 논의를 살펴보면 초등 전일제 학교는 사회정책으로서 교육·돌봄·가족·노동정책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매김하는 정책적 의미를 가진다. 즉 사회·경제적 혹은 교육적 취약성을 가진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경험을 제공하고, 학령기 아동 대상의 교육적 돌봄과 사회적 돌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 학령기 아동을 둔 부모의 일·가정 양립에 기여하고 돌봄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 예방에 정책적 지향점을 두고 있다.

 

둘째, 초등 전일제 학교의 정책내용에 대한 것이다. 초등 전일제 학교가 충족해야 할 기준, 즉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화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전일제 학교 참여에 대한 학부모와 아동의 선택권은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가? 정규교육과정 및 정규수업과 전일제 학교운영은 어떻게 연계 혹은 구분되는가? 특히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은 전일제 학교에서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등의 질문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숙의가 필요하다.

 

셋째, 초등 전일제 학교의 전달체계와 제도적 기반에 대한 것이다. 초등 전일제 학교의 운영주체에 대한 갈등과 논란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운영으로 인한 학교 및 교원의 업무부담이 교육활동의 질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운영주체를 학교에서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거나 지자체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어 왔으나,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과 대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초등 전일제 학교의 대안적 운영 모델은?

초등 전일제 학교와 관련된 논의 경과를 중심으로 대안적 운영 모델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확대하는 유형(A 유형)이다.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학교가 운영주체가 되어서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되, 방과후학교는 마을 방과후활동과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초등돌봄교실은 운영시간을 연장하는 방식이다. 또한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연계하여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연계형 돌봄교실을 확대하여 교육적 돌봄 요구를 수용하는 방안도 검토 가능하다. 물론 학교가 운영주체이지만, 교육(지원)청 등이 지원센터로서의 역할을 하면서 지역사회와의 연계·협력을 통해 프로그램과 강사 확보는 물론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둘째, 정규교육시간과 방과후활동의 운영주체를 이원화하는 유형(B 유형)이다.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의 운영주체를 기존의 학교에서 교육(지원)청 혹은 지자체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교육(지원)청 혹은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거나, 공공성이 확보된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하여 위탁·운영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가칭)전일제학교장 제도 도입도 검토 가능하다. 즉 정규교육과정 및 교육시간은 기존의 학교장이 역할과 책임을 다하되, 방과후활동으로서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등은 (가칭)전일제학교장이 운영주체가 되어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전일제 학교 운영을 위한 학교 공간은 그대로 활용하되, 방과후활동으로 인한 학교장의 역할과 책임은 사라지는 것이다.

 

셋째, 정규교육시간을 확대하는 유형(C 유형)이다. 이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정규교육과정과 별개의 방과후활동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규교육시간에 교과활동이 아닌 휴식시간을 확대하거나, 놀이 및 여가활동과 체험활동시간 등을 확대하여 운영하는 방식이다. 물론 놀이 및 여가활동과 체험활동시간 등의 운영은 교원이 아닌 전담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검토 가능하다. 다만 정규교육시간 확대 유형은 기존의 초등학제 개편과 맞물리는 방안으로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각각의 운영 모델은 관점과 입장에 따라 논란과 갈등에 직면할 수 있다. 가령 A 유형에서는 기존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운영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학교 및 교원의 부담 경감이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B 유형에서는 학교 이외에 운영주체가 누가될 것인가와 관련된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동시에 정규교육시간과 별도로 학교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방과후활동에 대한 책임소재 등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또한 C 유형에서는 돌봄과 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학교 및 교원들의 저항이 가장 큰 도전일 것이며, 동시에 전일제 학교 도입으로 인한 학교와 교원의 부담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초등 전일제 학교의 정책설계 방향 및 과제

초등 전일제 학교가 도입되는 방식은 각각의 운영 모델과 같이 다양하겠지만, 궁극적인 정책목표는 ‘아동의 행복한 삶과 온전한 성장’이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형식적인 구호 및 슬로건이 되지 않도록 초등 전일제 학교 도입은 ‘아동의 관점’에서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의 의미와 ‘부모와 함께 보내야 할 시간’의 균형을 놓치지 않고, ‘학생의 삶에서 유의미한 경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를 기본방향으로 하여 초등 전일제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적 참여와 선택을 보장하고, 교육생태계 차원에서 지역별 여건 및 특성을 고려한 자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학교와 교원의 업무부담이 교육과정 운영 및 교육활동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초등 전일제 학교 도입을 위한 선결과제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초등 전일제 학교 도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이해당사자 간의 사회적 합의과정이 필수적이다. 사회적 합의 내용은 앞서 제시한 초등 전일제 학교 관련 이슈가 될 것이다. 둘째, 초등 전일제 학교 도입을 위한 법적근거 마련 및 재정확보이다. 특히 운영주체와 관련하여 교육(지원)청 혹은 지자체의 장의 역할·책임·권한의 명확화, 지역별로 여건에 맞는 초등 전일제 학교를 자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 초등전일제학교지원센터(가칭) 지정·설치, 전담인력 확보 및 배치, 재정확보 및 운용에 대한 사항 등을 법제화 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운영의 한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초등 전일제 학교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초등 전일제 학교에 대한 정책설계가 자칫 운영주체의 전환(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 혹은 지자체 등)이라는 점에 경도 되어 기존의 방과후학교 및 초등돌봄교실의 현안 및 난제를 그대로 답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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