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모 고등학교 K교장(60세)은 도교육청이 단체협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을 적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그 내용은 보나마나 뻔하기 때문이다.
단협으로 인하여 선생님들은 귀찮은 일이 줄어들고 학교생활이 좀더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교장의 입장에서 보면 학생과 학부모를 위하는 것보다 교권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학교장 중심의 자율 경영을 위축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겉으론 표현 못하지만 체결 당사자인 도교육청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사심을 떠나 학부모의 입장에서 볼 때도 양심을 가진 공직자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교육자임을 망각한 노조의 일방적인 주장을 대부분 수용한 내용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말이 합의지 심하게 표현하면 교육청이 노조의 입장을 대변하여 일선 교장을 옭죄는 것 같다고 말한다.
툭 까놓고 말하면 교육이 무너지든 말든 무사안일로 세월만 보내면 교사들과 부딪칠 일도 없다. 그러나 이것은 누가 뭐래도 아닌 것이다.
단협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수업 장학 사전 예고, 인사자문위원회 구성, 학습지도안의 자율 작성, 연구시범 학교 동의 얻기, 요청장학 동의 얻기, 보충수업 및 자율학습 금지, 화장실 청소 용역비 반영, 교사 교통지도 금지, 자율출퇴근제, 학급운영비 예산 편성 등 교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은 줄어들고 자기 권리만을 내세우거나 일안하자주의, 일편하자주의로 흐르고 있다.
억지로 표현한다면 단체협약은 교장 힘빼기와 교육 황폐화를 가속화시킨다는 교육감과 노조와의 약속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전국의 시도교육청이 단협에서 노조에게 질질 끌려다니다가 결국엔 두 손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직 경력이 있는 서울의 Y교감(51세)의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첫째, 현 참여정부의 집권세력이 그러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것. 과거 형태로 노조와 반대되는 식으로 밀어붙이다간 교육청이 외톨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현 사회의 급진 세력이 기존세력을 수구세력으로 몰아붙이는 세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
둘째, 시도교육청의 협상 대표들의 전문성 부족을 꼽는다. 상대보다 법률적인 면, 논리적인 면에서 앞서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 이념면에서 무장은 노조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는 것.
셋째, 시도교육청 교섭 대표들의 체력 및 인내력 부족을 든다. 실무교섭위원회와 본교섭위원회를 수십 차례 임하는데 10여 개월이나 걸리고 때론 몇 일의 밤샘을 이겨내야 하는데 교육청 팀들은 정신적, 육체적 힘이 달린다는 것. 그러다간 결국에 지쳐서, 시달림이 지긋지긋하여,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하여 젊은 노조들에게 백기를 들고 만다는 것.
넷째, 시도교육청 교섭 대표들이 자기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도 한 이유라는 것. 그도 그럴 것이 교육청 간부들 대부분이 일선 학교 교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교육장으로 영전해 가기 때문에 협약 내용이 일선 학교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
다섯째, 노조측은 시도 단위로 연합 전선을 구축하여 정보와 노하우를 주고받는데 비해 시도교육청은 협상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도 부족하고 교육청 간 연합 구축이 미흡하기 때문에 패하게 된다는 것.
그러면 대책은 없는가? 물론 있다.
시도교육청 교섭 전담팀을 구성할 때 교육청 간부급 일색으로 하지 말고 현장의 교사, 교감, 교장을 연합구성하여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문성도 키우고 이념적으로 재무장도 하고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말과 요즘의 윈윈 전법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조 세력이 조직을 사실 상 쥐고 흔들고 있다. 국가의 심장부도 그들의 손아귀에 다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의 나라가 걱정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가를 혹독히 치루어야 하는 것이 세상사의 당연한 이치이지만.
대한민국호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교육분야에서만이라도 올바른 길로 가야하는 것, 리포터만의 희망사항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