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챗GPT의 등장이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분야도 올 상반기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학교 교육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교육계에서는 챗GPT를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AI의 진화와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챗GPT의 지혜로운 활용이 관건인 셈이다. 본지는 챗GPT로 상징되는 AI 활용교육이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교육현장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전문가 의견을 싣는다. 글 싣는 차례는 1. 챗GPT 등장과 교육의 변화 2. 챗GPT가 바꿀 교수학습 과정 3. 챗GPT 시대의 교사와 학생 순이다. <편집자>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챗GPT 시대, 현장교사에게 묻다’ 교육포럼에 다녀왔다. 최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챗GPT를 교육현장에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하는 교육자들의 모임인데, 그 열기가 뜨거웠다. 당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되었다. 챗GPT에 관심 있다고 응답한 교원이 88.9%, 실제 사용한 경험이 있는 교사도 70.1%로 나타나 초·중·고 교사들의 관심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1.
챗GPT의 학습량은 인터넷 정보
챗GPT는 인공지능 모델인데, 용어 그대로 채팅할 수 있는 언어모델이다. 챗GPT 돌풍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동안 전문가의 도구라고 여겨졌던 인공지능 모델을 누구나 쉽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챗GPT 용어를 살펴보면 어떤 목적으로 개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챗GPT는 무언가를 생성(Generative)하는 인공지능 모델인데, 채팅을 목적으로 말(글)을 생성한다. 말을 생성할 때 사전에 학습된(Pre-trained) 정보와 지식을 사용하는데, 인터넷에 있는 대부분의 정보를 학습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전 세계 사람이 사용하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2의 글을 모두 학습했고, 전문가들이 써 놓은 인터넷의 글들을 대부분 학습했다고 한다.
또한 트랜스포머(Transfomer)라는 단어 사이의 연관성을 확률적으로 계산하는 방법을 적용해서 말을 만들어 준다. 이전에도 자연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모델이 많았지만, 성능이 좋지 못했다. 트랜스포머 기법은 단어 관계를 파악해서 맥락이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사람에 가까운 말을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챗GPT를 다른 말로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이하 LLM)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엄청난 양의 텍스트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챗GPT가 만들어 내는 말의 수준은 체감적으로 판단할 때 각 분야의 준전문가 수준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박사과정 학생 정도의 답변을 주는 것 같다. 필자가 모르는 분야에서는 챗GPT의 답변이 전문가 수준에 근접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챗GPT도 단점이 있는데, 대표적인 문제가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다. 챗GPT의 목적 자체가 사람처럼 말을 생성하기 때문에 말의 사실성을 검증하지 않는다. 즉 거짓말도 그럴싸하게 해준다는 얘기다. 얼마 전 발표된 유네스코 보고서3에서도 진실이 중요한 문제에서는 신중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내용의 사실성이 중요한 경우 반드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챗GPT 답변은 2021년도까지의 데이터만 학습했기 때문에 최근에 일어난 일에 대한 질문에는 엉뚱한 답을 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한 검색엔진인 Bing에서는 질문 수준을 사용자가 설정하도록 옵션을 제공한다. 대화 스타일에서 ‘보다 창의적인, 보다 정밀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답변의 근거가 되는 출처도 제공한다.
구글에서 개발한 Bard는 다른 초안을 제시해 주고, 출처도 표기해 준다. 이렇듯 챗GPT의 단점을 보완하는 도구는 계속 개발될 것이다. 교육적 측면에서 본다면 챗GPT의 경우 무료버전과 유료버전의 답변에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여 정보의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유료버전은 4.0버전을 사용하지만 무료버전은 3.5버전만 사용 가능하다. 또한 답변 속도도 유료버전이 훨씬 빠르다. 이런 양상은 빈부의 격차에 의해 정보의 격차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빈부 격차가 정보 격차로 이어질 수도
챗GPT를 초·중·고 교육현장에 도입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용연령에 대한 점이다. OpenAI에서는 챗GPT의 사용연령을 13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18세 미만인 경우 부모 또는 법적보호자의 허가를 받아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4. 원칙적으로 초등학생들은 사용이 불가하며, 중학생 이상도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챗GPT를 초·중·고 교육현장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점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해(Understand) → 결정(Decide) → 모니터(Monitor)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한다.
먼저 현재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챗GPT가 무엇인지,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챗GPT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목적에 맞게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행결과 검증과 공평한 사용을 위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교육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고등교육에서의 챗GPT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지만, 초·중·고 교육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OpenAI에서 제시한 교육자를 위한 가이드 문서5에서는 수업설계, 교수·학습자료 개발, 퀴즈 및 과제출제, 학생들의 결과물 평가 등 다음과 같은 교수·학습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수업계획 및 기타 활동을 위한 초안 작성 및 브레인스토밍
•퀴즈문제 또는 기타 연습문제 설계에 대한 지원
•맞춤형 튜터링 도구 실험하기
•다양한 선호도에 맞게 자료 사용자 지정(언어 단순화, 다양한 읽기 수준에 맞게 조정, 다양한 관심사에 맞는 맞춤형 활동 만들기)
•글쓰기 부분에 대한 문법적 또는 구조적 피드백 제공
•글쓰기 및 코딩과 같은 영역의 기술 향상 활동(코드 디버깅, 글 수정, 설명 요청)에 사용
•AI가 생성한 텍스트 비평
좀 더 근본적으로 챗GPT를 초·중·고 교육에 도입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초·중·고 교육이 무엇이고,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방향을 보면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며, 학습자의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을 지향한다고 되어 있다.
결국 초·중·고 교육의 목적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을 알려주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과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역량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챗GPT가 이런 초·중·고 교육의 목적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살펴보면 도입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다.
먼저 학생들에게 배움의 기쁨과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힘을 길러줄 수 있는가이다. 전통적인 교육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배움의 불씨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교사의 몫이었다. 또한 학생들의 성취도와 성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도 교사가 하는 일이었다. OpenAI의 교육자를 위한 가이드에서는 학생들의 에세이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일도 가능하다고 제안한다.
최근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에서는 챗GPT를 적용한 온라인 튜터 칸미고(Khanmigo)를 도입한다고 발표하였다6. 칸미고는 학생들이 공부하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볼 수 있는 보조교사 역할을 한다. 이제 지식을 전달해 주고 학생들을 격려하거나 다음 단계를 추천해 주는 일은 챗GPT에게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유네스코 보고서에서는 이런 역할을 Collaboration coach, Personal tutor, Study buddy로 설명하면서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학생들이 자기 소질과 적성을 찾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자녀들의 신상과 흥미·취미·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정보를 알려주고, 어떤 진로나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지 질문해 보라고 하였다. 학부모들은 일반적인 진로상담 수준의 답변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진로지도분야의 데이터를 훈련시키면 아이들에게 적합한 진로상담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특정분야의 데이터를 훈련시켜서 그 분야에 특화된 답변을 하게 만드는 것을 파인튜닝(fine tuning)이라고 한다. 최근 파인튜닝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의료’분야이다. 얼마 전 성황리에 막을 내린 생성 AI 해커톤에서도 의료분야 커뮤니케이션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한 팀이 우승했다7.
이런 추세면 교육분야에서도 파인튜닝한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의 데이터와 정보를 입력받아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찾아주고 원하는 역량을 강화하는 방법까지 조언해 준다면 두 번째 목적도 달성하게 될지도 모른다.
챗GPT는 현대 교육시스템과 교육방식, 교육자의 역할 등 전방위에서 질문을 던진다. 현대 교육에서 하고 있는 대부분의 역할을 내가 대신할 수 있다면 학교·졸업장·교사와 같은 제도가 정말 필요한지 묻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학습자 주체성(Student agency)을 길러주는 것이 미래 지향적인 교육목표라고 한다면 챗GPT가 아닌 인간 교사가 그 역할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유네스코 미래교육 보고서8에서는 전 세계 교육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무엇을 계속 해야 하는가?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가? 새롭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이 세가지다. 이 질문을 빌어 챗GPT의 활용에 대해 답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무엇을 계속 해야 하는가?
아이들을 사랑과 존중의 태도로 대하고, 챗GPT가 주지 못하는 배움의 불씨를 일으키는 일, 수업설계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위임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일
2. 우리는 무엇을 그만두어야 하는가?
챗GPT를 사용하더라도 데이터로만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는 일, 챗GPT를 맹신하여 교육 전반에 종속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일
3. 새롭게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AI 리터러시를 함양하는 일, 교사들도 주변의 동료들과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는 일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미래교육에서 교사들은 설 자리가 없어질지 모른다. 아이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도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