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목소리] 뜨거운 아스팔트에 모이는 이유

2023.08.14 09:10:00

후배 교사를 잃은 지 3주가 흘렀다. 매주 토요일, 교사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검은 옷을 입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로 향하고 있다. 고인이 떠난 후 49일째를 배웅하기 위한 교사들의 자발적인 집회는 규모를 더해가며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침묵하던 교사들을 한여름 아스팔트보다 더 뜨겁게 끓어 넘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목이 터져라 외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바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이다. 현재 ‘안전한 교육 환경’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아동 학대 처벌법이다.

 

교사는 한 학급 25명의 학생을 교육한다. 한 학생으로부터 비롯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나머지 24명 학생에 대한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더 나아가 선량한 48명 학부모의 교육권을 빼앗고 있다. 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교사의 교육권과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부모의 악성 민원 대응 지침이 절실하다.

 

교사, 학생, 학부모는 교육 공동체라고 했다. 공동체란 상호 의무감과 공유된 이해를 바탕으로 정서적 유대를 함께하는 조직이다. 우리는 학부모에게 평가받고 질책받는 대상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로서 함께 교육하고 싶다. 내 아이만을 위한 이기적인 악성 민원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한 교육 공동체로서, 학부모와 건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안전한 교육환경 만들자는 외침

교육 공동체 위한 응답 이어져야

 

또한 악성 민원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명 ‘금쪽이’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 지침도 필요하다. 교사에게도 금쪽이는 아픈 손가락인 제자다. 학부모가 교사를 협박하면, 교사는 금쪽이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반면 학부모가 믿고 맡긴다면, 교사는 더 많이 관찰하고 더 사랑하고 더 잘 교육할 수 있다.

 

교육 과정에서 교실 분리, 등교 중지가 필요할 수 있다. 금쪽이가 교실 안에서 부적응아 또는 나쁜 아이로 낙인찍히거나, 나쁜 행동이 품행장애로 굳어지기 전에 분리하여 적응 교육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가 법적 권한을 갖고 등교 중지, 교실 분리, 개별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와 교사의 증원 배치가 절실하다. 금쪽이도 우리가 학교 안에서 책임지고 교육할 수 있다.

 

아동학대 처벌법은 제정 취지와 달리 학부모 기분을 상하게 하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정서적 학대로 신고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 이 법은 ‘기분상해법’, ‘러시안룰렛법’, ‘저승사자법’으로 전락해 교육 현장을 마비시키고 있다. 이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금지 원칙에 어긋난다. 경찰조사를 받는 기간 동안 감수해야 하는 ‘아동학대범’이라는 손가락질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하며, 직위해제 기간의 감봉 조치는 재산권을 침해한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안전한 교육 환경을 확보’하고 ‘잘 가르칠 수 있도록 교권을 신장시키는 일’은 결코 아동의 인권을 낮추는 일이 아니다. 인권을 존중받아본 교사가 아동에게 진정한 인권을 가르칠 수 있다. 교사의 인권과 아동의 인권은 양립할 수 있다. 이제껏 아동의 인권을 높이는 데 힘썼다면, 이제는 교사의 인권에도 관심을 가질 때다.

 

2023년 8월,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던져진 교사들의 외침이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라는 메아리로 응답받기를 바란다.

 

 

양혜민 서울대영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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