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교수평기’에 챗GPT를 활용하려면

2023.09.05 10:30:00

 

챗GPT는 세상의 모든 전문가에게 질문하고 있다. ‘내가 당신들만큼 답해줄 수 있는데 굳이 당신들이 필요한가요?’

 

얼마 전 KBS 뉴스에 재미있는 사건이 하나 보도되었다. 챗GPT를 통해 수집한 판례를 소송자료로 제출한 변호사들이 법원으로부터 제재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인데, 법원에 제출한 자료 중 판례가 가짜였다는 것이다.

 

이 판례는 챗GPT가 만들어 준 것으로 변호사들이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당시 해당 판사는 판례의 진위를 물었는데, 변호사들은 솔직하게 얘기하지 않았고, 챗GPT가 찾아준 판례가 진짜 있다고 믿었다. 소송을 맡긴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변호사를 고용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제 전문가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챗GPT의 열풍은 2023년 상반기에 휘몰아쳤는데, 필자가 강의한 대상은 주로 교사그룹이었다. 교육청 단위의 연수는 물론 일선 학교에서도 강의 요청이 쇄도했고, 대상도 교장·교감자격연수를 비롯해서 1급 정교사와 신규교사까지 두루 포함되었으며, 학교급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했다.

 

최근에는 대학 교수와 학습지원센터에서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교사그룹이 요청하는 강의내용은 챗GPT가 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실제 교수·학습에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초기 강의내용은 교육에 주는 영향에 중점을 두었다면, 5월을 넘어서면서 수업계획·활동설계·평가방법 등 직접적인 활용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 대학 교수들은 강의계획서와 수업계획 작성, 리포트 평가 등에 활용하는 방법을 궁금해했다. 

 

왜 사람들은 챗GPT를 배우고 싶어 할까? 
이전에 강의하던 주제와 달리 챗GPT 관련 강의는 교육과 관련된 곳이면 누구나 관심을 가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교육청 학부모센터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강연했는데, 역시 주제는 챗GPT와 미래교육에 관한 것이었다.


왜 사람들은 챗GPT를 배우고 싶어 할까? 특히 교사그룹은 어떤 목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려고 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교사들의 전문성은 결국 수업이기 때문에 챗GPT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지 알고 싶다는 요구가 높을 것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교수평기’라고 하는데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키워드는 학생중심·배움중심·성장중심 등의 철학을 바탕으로 수업과 평가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체된 형태의 과정중심평가를 지향하고 있다. 과정중심평가의 목적은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평가를 만드는 것이다. 앞선 2회차 글에서 살펴보았듯이 챗GPT를 ‘교수평기’에 활용할 수 있다. 

 

교사들이 ‘교수평기’에 챗GPT를 활용하려면 교사의 역할과 학생의 역할을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정한 평가를 시행하려면 학생들의 숙제나 보고서 작성에 챗GPT를 활용하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교사·학생의 입장에서 장단점을 살펴보고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교육뉴스를 전하는 Entrepreneur Media에서는 교실 수업환경에서 교사와 학생별 사용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2.


- 교사: ‌다양한 학습자료 만들기, 평가과제 만들기, 문법 체크 및 작문 도움 받기, 행정 및 채점 등을 자동화하기 등
- 학생: ‌숙제 작성에 도움받기, 글쓰기에 활용하기, 궁금한 것에 대한 답변 받기, 자료조사에 활용하기 등

 

각 역할별로 활용하는 범위가 다른데 다음과 같은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고 제시한다.


- 장점: ‌정보에 빠르게 접근 가능, 개인화된 학습지원, 보충자료 획득, 언어 연습에 용이, 빠른 피드백으로 접근성 증가
- 단점: ‌할루시네이션, 문맥의 이해력 부족, 비판적사고 저해, 기본사고(독창성, 초기 사고) 저해, 편견 가능성 존재, 기술 의존성 증가

 

이상의 장점과 단점은 교육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수업준비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기술 의존성이 높아지면서 스스로의 전문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학생 입장에서 보면 개인화된 학습에 도움이 되나, 초기의 사고를 주체적으로 하지 않고 무조건 챗GPT에게 물어보는 경향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칸 아카데미에서 적용한 챗GPT 시연 영상에도 나타나는데, 살만 칸은 수학문제를 푸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질문이 ‘정답을 알려줘’로 입력되는 상황을 연출했다3.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실이 이뤄질 수 있을까? 
모든 기술과 도구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챗GPT도 그렇다. 교사와 학생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챗GPT를 활용한다면 엄청난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고, 자신의 역할을 잊고 종속적으로 사용한다면 각자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생의 역할은 무엇이고, 그 역할을 돕는 도구로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먼저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쳐야 하는 지식을 내재화하여 학생들의 특성과 수준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전달하는 방법은 단순한 강의식부터 실습·체험·프로젝트학습 등의 다양한 교수·학습모형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들의 지식·기능·태도를 평가하기 위해 평가문제를 개발하고, 평가를 시행한 후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도 교사의 몫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상담은 물론 진로지도까지 해야 한다. 나아가 교사 스스로 전문성 함양을 위해 연수를 받거나 교육공동체에 참여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역할에서 챗GPT에게 맡길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일지 찾아보면 ‘사람 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예측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앞으로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교사상이 그려져 있다4.

 

교사와 인공지능이 협업하면 수업내용과 지식전달은 물론 학생 개개인의 정서적 측면까지 포함한 보다 폭넓은 의미의 개별화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한다. 교사의 업무를 역할별로 분류하여 협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교사양성과정부터 역할별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제시하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챗GPT가 수업의 보조역할을 하면 교사는 수업을 기획하고, 학생들의 정서적인 측면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리라는 것이다. 현재 교육의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교사 1명이 담당해야 할 학생수가 많다는 점이다. 정해진 수업시간 안에 모든 학생을 공평하게 지도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기본적인 것은 챗GPT의 도움을 받고, 교사에게는 심화된 질문을 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진정한 맞춤형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교사는 촉진자·협력자·연결자·코칭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실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아야 챗GPT에게 제대로 질문할 수 있다.
학생들도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데 무분별하게 챗GPT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기 사고는 스스로 하고 부분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만 챗GPT를 사용한다면 사고력 증진에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사고의 주체는 학생 자신이라는 것과 사고의 시작과 끝(결정)은 내가 한다는 주체성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생의 자기주도성(Student Agency)과도 일맥상통한다. 


공부는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직접 해야 하며, 공부한 것이 생각과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이는 스스로의 사고와 실천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3초면 답을 주는 백과사전이 옆에 있다 할지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블룸이 주장한 것처럼 기억-이해-적용-분석-평가-창작의 피라미드에서 가장 기본은 기억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의 머릿속에 핵심지식이 있어야 챗GPT에게 질문도 할 수 있고, 원하는 답도 얻을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리스 젊은이들을 일깨울 때 무엇을 아는지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서 무지를 깨닫게 했던 것처럼 스스로에게 내재된 지식이 없다면 챗GPT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질문할 수 있다.

 

챗GPT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제 우리가 답할 때이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라 학생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여 스스로 성장을 도모하도록 촉진하는 인류학자이다.

학생은 외부의 압력에 의해 공부하고 주어진 숙제만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을 주도하고 배우고 싶은 것을 찾아내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능동적으로 공부하는 학습자이다. 교육은 함께 잘사는(well-being)6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교사와 학생이 행복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챗GPT는 스스로 목적으로 가지고 답하지 않는다. 챗GPT는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우리가 교사와 학생, 교육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챗GPT가 절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교육·교사·학생이 무엇인지 답할 때이다.
 

김수환 총신대 교수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