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경제] 채무불이행자 만드는 연체 습관, 주의하세요!

2023.11.13 09:00:40

그날의 문자를 생각하면 지금도 등골이 서늘해진다. 일시불만 사용하던 나는 퇴직 후 소득은 줄었으나 씀씀이는 줄지 않아 할부를 이용했다. 할부 기간 금액을 나눠서 결제하니 부담도 없었고, 카드회사에서 권한 리볼빙을 이용하기도 했다. 어느 날 ‘이번 달 연체 금액은 000천원입니다’라는 핸드폰 문자를 받고 ‘내가 카드를 도용당했나!’ 가슴이 철렁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결제 내역을 확인하니. 아뿔싸. 할부와 리볼빙 건수가 쌓여서 감당 못 할 상황이 된 것이다. ‘공짜는 양잿물도 마신다’고 나는 갚아야 할 잔액은 확인도 안 하고 그저 카드를 긁어댄 것이다.

 

할부거래는 지정한 개월 수로 나눠서 할부수수료와 함께 결제하는 것이고 리볼빙(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은 결제할 금액의 일부를 다음 달로 이월하는 방식이다. 이월된 금액에는 이자가 발생한다. 할부와 리볼빙을 이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카드를 사용하다 보니 결제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연체의 구렁텅이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문자를 받은 후 이해했다.

 

할부·리볼빙은 연체의 지름길

 

9월 29일 진선미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 한국신용정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6월 말 기준 30대 이하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23만1200명으로 2022년 말과 비교해 1만7100명 증가했고,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개인회생 신청자 현황’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20~30대 개인회생 신청 건수는 2만5244건으로 2021년 3만6248건, 2022년 4만494건에 비해 증가했다.

 

그럼, 실제 연체가 발생하면 나에게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

 

▶ 신용카드 연체 1~4일(신용점수 영향 없음)

 

‘신용카드가 연체되어 알려 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 또는 전화가 온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하루 이틀 연체할 수도 있으므로 ‘혹시 잊으셨으면 지금이라도 납부하세요’라는 뜻이고, 연체기록이 남지 않고 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없으므로 이 문자를 받았다고 걱정하지 말고 최대한 빠르게 결제하면 된다. 그러나 과거 연체기록 등이 있었던 경우는 카드 한도가 축소되거나 카드 이용을 정지시키는 등 카드사 별로 다르니 연체 문자를 받으면 카드사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러 카드를 사용하느라 깜빡하고 카드값 30만 원을 연체한 A씨는 과거 연체 이력 때문에 연체 2일 만에 카드사 직원이 직장으로 찾아와 곤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신용카드 연체 5일(연체기록 신용정보회사와 금융기관에 정보 공유)

 

연체 이력이 카드사 공동전산망에 입력돼 연체 정보를 카드사끼리 공유한다. 연체 5일부터 본격적인 전화 독촉이 시작되며 일상생활이 고통스러워진다. 연체기록이 은행연합회를 통해 카드사 공동전산망에 입력되고 다른 카드사와 공유돼 다른 카드 이용이 정지되거나 한도가 축소되므로 카드 돌려막기가 어려워진다. 카드 하나를 연체했을 뿐인데 카드사의 정보 공유로 다른 카드 사용이 정지돼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용등급을 하락시키는데 5~6등급씩을 한꺼번에 하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연체 증가로 경영개선 압박을 받는 카드사들이 단돈 1000원만 연체해도 서너 번 전화 독촉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연체하게 되면 독촉받는 두려움으로 전화를 피하게 되는데 피하지 말고 현재 나의 상황을 잘 이야기하는 것이 오히려 독촉을 덜 받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채권담당자 중에도 이해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

 

▶신용카드 연체 30일(연체금 변제 후 1년간 연체기록)

 

연체 정보가 카드사 채권 전담 부서로 넘어가서 본격적인 독촉이 시작되며, 신용등급(점수) 하락으로 제도권 내 대출상품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채권전담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연체를 회수시키는 비율에 따라 수당을 받으므로 어떻게 독촉하면 연체자들이 연체금을 빨리 내는지 잘 안다.

 

법에 따르면 카드 빚이 있다는 사실을 본인 이외의 사람에게 직접 알리면 불법임에도,  몇몇 카드사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채무 사실을 연체자의 주변 지인에게 알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연체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직장 때문에 이모 집에서 거주하는 C씨와 연락이 안 되니 채권담당자가 집으로 찾아와 이모를 만나게 되었고 놀란 이모는 부모님께 연락해서 결국 C씨의 신용카드 연체 사실을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다. (연체자는 이 경우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2조를 위반한 경우인가 확인해 대항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카드사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기도 한다.

 

지급명령의 효력은 경매, 급여 압류 등을 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효력을 갖고 있다. 지급명령이 나온 후 신용카드 연체자의 이의신청이 없다면 집행력을 갖는다. 지급명령을 받은 카드사는 매우 강력한 힘을 얻게 되므로 실무적으로 자택과 직장을 아는 경우 두서너 번 우편물을 발송해도 연체자와 연락이 안 되면 카드사는 지급명령부터 받아 놓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신용카드 연체 90일(연체금 변제 후에도 5년간 연체기록)

 

채무불이행자 등록이 되고, 가압류나 지급명령 등 법적조치가 들어간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거의 모든 금융 거래가 정지되고, 신용을 중시하는 회사 취업 역시 어렵다. 금융회사나 보안 회사 등은 직원 채용 시 신용등급조회의뢰서를 요구하고, 보험설계사나 대출상담사 채용 시 신용보증보험 가입을 요구하므로 열심히 준비한 취업의 기회가 연체관리 소홀로 박탈당한다면 얼마나 원통한가.

 

채무불이행자란 불성실한 채무자라고 주소지 시·구·읍·면사무소에 비치해 놓는다. 또한 은행연합회를 통해 금융기관에 등재돼 금융 거래 제한이 발생된다.

 

연체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거나 (카드사마다 상이) 연체자와 연락이 안 될 경우 재산이 있으면 가압류 대상이 돼 급여, 통장, 자동차, 재산 등에 압류 조치가 취해지고 카드사가 신청한 법적조치에 들어가는 비용도 연체자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

 

연체자들이 연락을 피하다가도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연락을 받거나 실제 법적조치를 당하게 되면 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하여 스스로 연락하는 경우가 더 많으므로 실무적으로 카드사들이 법적조치에 더 많이 치중하고 있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빚을 모두 갚아도 카드사에 연체기록이 최대 5년까지 남게 되어 빚을 상환하고도 오랜 기간 금융 거래가 어렵거나 높은 금리로 대출을 사용해야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연체 이후에 할 수 있는 일

 

연체 발생이 걱정되거나 연체 중이라면 고민하지 말고 신용회복위원회를 방문해 다양한 채무조정제도 상담을 받는 것도 연체를 관리하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 신속채무조정 특례: 정상 이행 중이라도 연체가 예상되고 연체가 30일 이하인 경우 상담을 통해 채무과중도에 따라 30~50% 이자가 감면되고, 원금상환 유예 기간 중 이자율 3.5%를 적용받을 수 있다.

► 이자율 채무조정: 연체 일수 31~89일 이내이면 상담이 가능하고, 대상이 되면 채무불이행자 등록이 되지 않으며, 저렴한 비용으로 신청이 가능하고, 신청 다음 날부터 채권 추심이 금지된다.

► 개인워크아웃: 많은 채무가 있어도 1개의 채무가 90일이 경과되고 조건에 맞으면 개인워크아웃 상담 가능하다.

► 개인회생. 파산신청지원: 채무가 과중해 개인회생, 파산신청 등 법적구제제도 신청이 불가피한 경우 상담을 통해 직접 신청을 해준다.

► 미취업청년 지원 사업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금융산업공익재단): 신용 회복 중인 미취업청년에게 신용상승, 취업 촉진,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사업

► 신용·부채관리 컨설팅 (서민금융진흥원): 지원 대상에 부합하는 분에게 1:1 맞춤형 무료 컨설팅을 제공한다.

 

연체 전 나의 소비 습관을 확인해 보고 소비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사용하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모든 신용카드와 대출이자 결제일은 동일한 날짜로 맞추자. 결제일이 여러 날로 되어 있으면 한 달에 얼마를 소비하는지 알 수 없고, 어떤 카드 결제일인지 몰라서 연체시키기 쉽다. 결제일이 지나는 것도 잊을 만큼 모두가 바쁘게 살고 있으므로 핸드폰 일정표에 카드 결제일을 기록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드를 사용하기 전 서너 번 생각해 보자. 집 안에 수년간 안 쓰던 물건들 속에 숨어있는 것일 수 있다. 의·식·주에 꼭 필요한 물건인지, 지금 할인하는 물건이어서 사두려는 것은 아닌지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외에도 소비저축, 신용관리, 재무상담, 금융사기 등 서민금융진흥원의 금융교육포털(edu.kinfa.or.kr)을 통해 나에게 맞는 금융교육을 받아보자!

 

송재숙 서민금융진흥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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