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광역시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흡연·마약·음주 예방 특강을 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오랫동안 학교와 보건 현장에서 쌓아 온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 흔쾌히 수락했다.
강의를 준비하기에 앞서 학교 홈페이지부터 둘러보았다. 학생 수는 1000여명, 남녀공학의 큰 학교였다. 화면 속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마음이 움직일까?’ 먼저 제목부터 고민없이 정했다. '뇌는 한번을 기억 한다'
“담배 피우면 안 된다”, “마약은 위험하다”, “술은 몸에 나쁘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미 수없이 들어 온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강의에서는 ‘하지 마라’는 금지보다 왜 하지 않아야 하는지를 알고 스스로 선택하는 근육을 길러 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이 지향하는 중요한 목표도 건강수명을 늘리는 것이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질병에 걸리지 않고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 그러기 위해 청소년기에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건강 습관 가운데 하나는 우리 몸과 뇌를 해치는 물질을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는 것이다.
먼저 흡연 교육의 방향을 바꾸었다. 폐암과 심혈관질환 등 담배로 인한 질병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자담배와 니코틴 파우치처럼 청소년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제품을 살펴보게 했다. 특히 주목해야할 눈에 띄는 문구는 냄새나지 않고 연기가 없이 니코틴만 입속에 넣는 니코틴파우치를 학교에서도 사용하기 좋다는 내용이다. 홍보 판매수입도 매년 두배 가까이 수익을 얻어내고 있다. 마케팅 전략을 통해 광고에 끌려가기보다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힘을 갖게 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마약 교육도 현실과 가까운 곳에서 시작했다. 청소년들이 ‘마약’이라고 하면 자신과 동떨어진 범죄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해 먹는 약이나 잠을 쫓기 위한 약 가운데 일부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므로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올바른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 또한 SNS나 유흥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법 마약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호기심에서 시작한 한 번의 사용도 위험할 수 있음을 알려 주고 싶었다.
음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술이 몸속에서 분해될 때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복적인 과음이 간과 뇌 건강에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설명한다. 특히 청소년에게 중요한 집중력과 판단력 저하, 사고 위험을 함께 짚어 보려 한다. 술을 권하고 거절하기 어려워하는 우리 사회의 음주문화도 돌아본다. 가볍게 생각한 술 한 잔이 음주운전이나 폭력, 각종 사고로 이어지면 한순간에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흡연·음주·마약은 서로 다른 물질이지만 뇌의 보상회로와 관련되어 반복 사용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통점을, 순간의 호기심과 즐거움을 뇌가 기억하고 다시 찾게 되는 과정을 설명할 것이다. 반복할수록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워질 수 있는 이유를 말할 것이다. 도파민 신경 전달물질을 자극하여 쾌를 느끼고 반복하여 찾게 되고 내성이 생겨 점점 더 많이 요구하여 량을 증가하게 하는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려 한다.
‘거절하는 힘’을 이야기하려 한다. 친구가 권한다고 해서 따라야 할 이유는 없다. “나는 안 할래”, “괜찮아, 난 필요 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친구를 무시하는 무례함이 아니다. 자신의 몸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당당한 선택이다. 진정한 친구라면 그 선택 또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
1000여명의 학생을 한꺼번에 만나는 강의다. 그 많은 학생이 강의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담배나 술, 정체를 알 수 없는 약물을 권하는 순간, 오늘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문득 기억하여 유해물질에 접근하지 않는다면 큰성과다.
이번 특강을 통해 내가 아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것은 지식 몇 가지가 아니다. 아프지 않고 오래사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의 몸과 삶을 스스로 지켜 갈 수 있는 '평생 건강의 열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