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자치 말살법 본회의 상정 안 돼

2006.11.09 16:59:00

교육자치제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밀유지 속에 7일 국회 교육위는 현행 교육위원회를 지방의회의 상임위원회로 흡수 통합하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에관한개정법률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불완전하나마 시행 17년째를 맞으며 교육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교육발전에 기여해온 교육자치제를 5.16군사혁명이후 또 한 번 퇴행기로 몰아넣는 순간이다. 시장논리와 정치의 논리에 경도된 일부 비교육전문가 정치인들의 아집과 횡포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될 전망이다.

교총 등 범교육계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긴급기자회견과 의원면담과 항의활동, 삭발식까지 단행하는 등의 저지활동도 허사가 되고 말았다. 통합으로 인해 주민의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시도지사와 지방의원의 정치활동은 자연히 교육에 대한 개입과 통제권의 강화로 나타날 것이다. 교육의원의 의정활동이 청탁이나 협상 등으로 오염될 것이며 교육의원 스스로도 비례대표 등 차기를 보장받기 위해 교육적 신념을 저버리고 협조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통합은 또 지방자치의 원리에 입각한 독립적인 인사권과 정원관리권의 요구로 이어지면서 교원지방직화 논의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에 따른 학교통폐합 정책과 경기침체로 적자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여건이 현재보다 나아지지 않는 한 교육격차의 확대와 더불어 시도단위의 교원정원조정이나 구조조정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의원 모델이 시행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고 그 공과에 대한 평가조차 없는 가운데 전면시행을 단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본회의 상정을 강행하기 보다는 지금이라도 개정법률안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처리시 예상되는 후유증과 교육가치의 훼손에 대한 책임은 역사 앞에서 분명 주도세력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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