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준별 수업을 3~4단계나 하라고

2007.11.01 11:12:42

지난달 29일 교육부는 내년 6월까지 고교교육 혁신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수준별 수업을 최소 2과목 3~4단계로 강화하겠다는 요지의 ‘수월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교육부가 서울 경기 등 시․도 교육청의 외국어고 확대 요구를 거부하고 거꾸로 특목고 폐지를 운운 했던 터여서 이 날 발표장은 긴장감이 돌았으나 교육부가 외국어고 존폐 문제를 차기정부로 넘겨 일단 한 숨 돌린 형국이 됐다. 그러나 딱히 새로운 내용도 없이 지난 수 십 년 동안 지지부진한 수준별 수업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왜 갑자기 발표했는지 의아스럽다.

아무튼 외국어고의 운명은 차기정부의 성격에 따라 요동치게 됐다. 이미 대선 후보들은 고교평준화 유지론 과 보완론으로 각을 세워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이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부는 이참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교총이 제안하고 대선 후보들이 지지하는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을 숙고하기 바란다. 차기 정부는 이 위원회에서 고교평준화 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보완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논의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일반계 고교의 수월성 교육 대책은 수준별 수업을 확대하라는 식의 당위론적 목표제시형 방안이 아니라 실효성 있는 실천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학교 시설여건 미비, 수준별 반 편성에 따른 우열반 논란 등의 어려움이 있는 상황에서 강사료 지원을 확대하고 교수․학습 자료를 지원한다는 선언만으로 수준별 수업이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다. 대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수준별 반 편성과 그에 따른 학생평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현실적 대안도 없이 각 과목별로 3~4단계나 수준별 학급을 편성․운영한다는 방침은 일부 희망하는 학교에 권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국의 모든 학교에 권장하는 것인지 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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