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교사, 좋은교육 좋은선생님을 위한 해답”

2008.03.20 15:47:44

‘교장 못되면 무능’식 승진구조의 대안
유능한 교사, 우대하며 교실에 잡아야
교사들 협조, 위상.역할 법제화 절실

<특별좌담> 4반세기만에 ‘교직분화’ 실험, 수석교사 왜, 어떻게 해야 하나

26년 만에 올 3월 첫 도입된 수석교사제. 교직의 혁명을 몰고 올 교사 자격분리․세분화에 172명의 수석교사들이 백의종군 도전장을 냈다. 위상, 역할, 대우 등 어느 것 하나 명쾌하지 않아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지만 그것이 우려보다 기대가 더 큰 이유이기도 하다. 수석교사제의 발전적 도입방향․과제를 들어봤다.

-수석교사제가 3월 첫 시범운영에 들어갔는데.

오성삼=26년 만에 도입되는 만큼 성취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만합니다. 하지만 올 시범실시가 향후 성패를 가름하는 분기점이란 점에서 우려도 큽니다. 특히, 현장교사들이 앞으로도 수석교사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제도보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수룡=맞아요. 교단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유도하고 단선적 승진구조를 타파할 수 있는 제도이기에 환영하고 기대하는 바도 높습니다. 그렇지만 법제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운영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수석교사의 직무와 역할에 대한 법제화나 지침이 없어 각자의 학교와 지역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면에서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원춘=선발된 수석교사들이 이 제도를 처음부터 만들어 가는 셈입니다. 앞으로 시범운영을 통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바른 수석교사상을 정립해 가야겠지요. 다만 제도 도입을 위한 예산, 교사 정원이 확보되지 않아 수업시수가 별로 줄지 않은 점, 그리고 시도마다 다른 경력의 수석교사를 선발한 점은 개선돼야 할 겁니다.

심외수=새 제도라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많은 게 사실입니다. 수석교사와 연구부장, 교감의 역할구분이 특히 그런데요, 교감은 행정업무, 인사관리 등을 담당하고 수석교사는 해당 교과교사의 수업전문성 향상 지원, 연구부장은 단위학교 교사의 전반적인 연수활동 지도 등을 담당한다고 돼 있지만 여전히 구분선이 불명확하고 이해가 부족한 면이 있어요.

김희규=오 원장님 말씀처럼 교사의 교사인 수석교사를 도입하게 된 것은 역사적으로 교직사회에 많은 의미를 가진다고 봅니다. 이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열정적인 인식이 중요할 겁니다. 수석교사와 관리직과의 역할 관계, 관리직과의 교류 가능성, 수석교사의 처우, 교직 다단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 주요 난제를 발전적으로 승화시켜 하나 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으니까요.

-왜 수석교사제가 필요한가.

이원춘=궁극적 목표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하자는 겁니다. 그러려면 교사의 전문성과 자아성취를 도와야 하고 교수직 존중 풍토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답이 수석교사라고 보는 겁니다.

최수룡=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로 인식하는 교직문화가 결국 학생교육에 마이너스 요인이 됩니다. 관리직 위주의 단선적 승진구조를 수석교사를 둬 이원화함으로써 유능한 교사를 교실에 붙잡고 학생교육에 매진하도록 길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오성삼=그렇다고 교장, 교감 등 관리직에 승진하지 못한 교사들의 체면 유지용이 돼서는 안 됩니다. 수석교사는 신임교사를 지도하고 교육과정이나 교수학습방법 등을 개발하는 등 학교에서 수업을 지원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김희규=동감이에요. 수석교사는 우수한 교사를 보상하는 의미가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전문성을 모든 교사들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나눔의 리더십을 동시에 지녀야 합니다.

-수석교사의 위상에 대한 생각은.

최수룡=적어도 교감선생님과 같은 수준에서 장학관련 업무를 맡도록 법제화돼야 합니다. 그런데 현 상황은 교수직과 관리직이 2원화 돼 있지 않아 부장 위 서열로 보며 옥상옥의 의미로 받아들여서 활동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또 교장의 권위를 침해한다는 시각도 있고요. 그런 점에서 학교장의 인식전환이 중요합니다. 대립관계가 아니라 수업전문가인 수석교사와 상부상조함으로써 오히려 교실수업 개선을 위한 교사 다면평가에서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원춘=학교에 따라 교감 위치에서 장학 파트를 지원하는 곳이 있는가하면 어떤 학교는 부장 위치에서 업무를 맡는 등 차이가 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교감보다는 위고 학교장 보다는 아래가 수석교사가 자리할 위상인 것 같습니다. 교감은 교장이 되려는 꿈이 있고, 수석교사는 교육행정이 아닌 교수직의 최고 위상이므로 교장과 교감 사이로 자리 매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수석교사는 교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합니다. 근평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근평을 잘 받으려고 하면 교장의 지시에 절대 반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오성삼=독일의 직업교육과 연관 지어 생각하면, 박사에 준한 사회적 대우를 받는 ‘마이스터’와 같은 개념의 위상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비록 대학원에 진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하지는 못했지만, 교육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을 지도하며 해당 교과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존중받고, 박사학위에 상응한 처우와 예우를 받는 위상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에는 교육대학원에 교과전문박사(Specialist Degree)가 존재하는데 우리도 이 같은 학위제도를 마련해 수석교사들이 사회적, 제도적 공인을 받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희규=그렇지만 지나치게 위상 정립에 비중을 둘 경우, 관리직과의 역할 갈등으로 수석교사제 조기 정착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리직과의 명확한 관계 설정보다는 상호 존중과 신뢰를 쌓으며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서서히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정부와 교육청, 학교의 지원 방향은.

김희규=지금처럼 시도교육청에 각종 사항을 위임하면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수석교사에 대한 성격을 왜곡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시범운영 단계에서는 정부가 기본적인 지원방안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선발된 수석교사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원춘=수석교사의 주당수업시수를 법제화(기준 6시간, 초과 2시간 가능)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열 몇 시간을 하면서 할 일도 아니고, 더욱이 내 수업 줄인다고 동료교사에게 떠넘길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예산과 정원 확충이 전제돼야 합니다. 수석교사 활동실을 마련해 언제든 교사들과 상담하고 교과별 협의회를 열수도 있어야 합니다. 또 수석교사 전문연수코스를 개발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게 해야 합니다.

심외수=수업시간을 12시간 이내로 줄이고, 장학 이외의 업무와 부서에 포함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이 제기합니다. 법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예산과 정원이 확충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성삼=역시나 가장 중요한 지원은 고유의 역할을 하도록 수업과 타 업무를 줄여주는 일일 겁니다. 그 다음이 교재연구에 필요한 서적이나 자료구입 및 수집을 위한 활동비 명목의 수당일 테고요.

최수룡=전 무엇보다 교장 선생님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석교사는 수업전문가라는 인식하에 장학관련 업무에 효율성을 기할 수 있도록 과감히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와 함께 현재 학교조직을 교무업무 조직에서 교과업무 조직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무업무 부장체제에서 교과부장 업무체제로 말이죠. 그래야 학교가 교수학습 개선을 위한 조직으로 교수․학습의 효율성을 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석교사의 대외적 활동 방향은?

오성삼=대외활동은 향후 수석교사들의 위상과 전문성 제고에도 긍정적이어서 활성화할 만합니다. 연수원에서 직무연수 강의를 할 수도 있고 교육대학원이나 교사대에서 현장 관련 교과 강의를 맡는 것도 좋습니다. 2009학년도 1학기부터는 이들 교원양성기관에 현장 관련 교과목들이 개설되는데 겸임교수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듯합니다.

최수룡=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에서 수석교사를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로 활용하는 방안을 내놨는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밖에도 대외활동 영역을 꽤 많은데, 문제는 수석교사가 학교에 따라 담임도 맡고 수업도 16시간에서 20시간까지 하고 있어 교내 연수, 장학활동만도 부담스런 상황일 것입니다.

-성공적 정착을 위한 과제는.

최수룡=수석교사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가장 시급합니다. 교육경쟁력을 높이려면 훌륭한 관리자도 필요하지만 유능한 수업 전문가가 교실을 지켜야 한다는 시각 말입니다. 이후 수석교사에 대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수석교사의 지위와 직무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겁니다. 나아가 걸맞은 예우와 수당,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빠른 시일 안에 정착되리라 봅니다.

이원춘=김희규 교수님이나 최수룡 수석교사님의 말씀처럼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범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수석교사의 업무와 위상을 공고히 해서 지침으로 내려 보내든가, 법제화를 통해 자격을 명시해야 합니다.

김희규=선발된 수석교사와 일반 교사와의 차별성이 부각돼야 합니다. 수석교사만의 고유 업무와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수석교사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교장, 교감, 연구부장, 장학사 등의 독선적인 편견보다는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 학교를 학습하는 체제로 구축하는데 동참하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심외수=외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수석교사 밑에 선임교사를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교수직 자격세분화의 취지에도 부합하고요. 여러 분이 말씀하셨듯이 법적, 제도적 기준 마련과 행․재정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할 것입니다. 수석교사의 권한에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청 차원에서 임의로 일부 권한을 부여할 수도 없고, 인센티브 제공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지금처럼 월 15만원을 주고, 수업 몇 시간 줄여주는 것으로는 어렵다는 겁니다. 특히 수석교사를 두면서 별도의 인력을 지원하지 않아 타 교사들에게 수업을 전가하다보니 수석교사제의 성공요건이 화합적 분위기 조성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정리=조성철 chosc@kfta.or.kr

<참석자>
①최수룡 대전버드내초 수석교사
②이원춘 경기 성남서고 수석교사
③오성삼 건국대 교육대학원장
④심외수 울산교육청 장학관
⑤김희규 신라대 교수

조성철 chosc@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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