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취도평가, 정치적 조급증 버려야

2009.02.23 13:19:11

우리 학교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 중의 하나가 교육에 대한 책무성의 결여이다. 학생들은 학업성취도보다는 출석에 의해 학년과 학교급을 진급하며, 교사나 학교에 대한 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에서의 진전 정도보다는 주로 행정적인 문서처리 및 작업 능력 등에 근거하여 이루어진다.

이런 우리 학교 교육의 맥락을 고려할 때, 전수를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평가의 실시, 평가 결과의 공개, 더 나아가 기초학력 미달학생 밀집학교에 대한 예산지원 등의 정책 방안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교육 당국은 이번 학업성취도평가 관련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평가결과의 공개가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둘째, 학업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 셋째, 학업성취도평가 정책을 교육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 같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공개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전국의 180여개의 교육청을 한 줄로 세워 등수를 발표하였다.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평가 결과를 반영하여 교육장과 학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한다. 학부모는 평가 결과가 열악한 학교로부터 우수한 학교로 학생들을 전학시킬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러한 반응들은 한결같이 우리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악화시킬 가능성이 많은 것들이다.
 
이번 학업성취도평가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는 평가 문제를 교육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할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표집평가를 성급히 전수평가로 전환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이에 근거하여 학교와 교사를 평가하겠다는 정치적 조급함이 이번 사태의 진정한 원인이라고 본다.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라 여럿이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학생의 학업성취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인은 가정배경이며, 학교변인은 생각만큼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학생간, 학교간 학력격차를 확인한 다음에 취하여야 할 교육적 대책은 이러한 학력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 방안의 마련이어야 한다. 학업성취도가 저조한 학생과 학교를 대상으로 학력 저하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하고, 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단순히 전수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며, 이에 근거하여 학교장과 교원을 평가하겠다는 발상만큼 비교육적이고 비과학적인 방법은 없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교육 당국은 이제부터라도 정치적 조급증에서 벗어나 교육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길 부탁한다.
.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