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원평가, 현장 적합성과 신뢰성 있는 대안을 마련할 때다

2009.08.21 10:34:55

최근 한국교총은 5년이 넘게 논란이 되어왔던 교원평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나 정치권, 여론에 끌려 다니지 않고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교원평가를 당당히 받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 교총은 그동안 교원평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평가의 취지와 필요성을 인정하고 찬성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

또한 교원평가는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목적이 있으므로 평가결과를 인사, 보수와 연계시키는 것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확고히 하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인사연계 시도를 저지하는 활동을 적극 전개해 왔다. 그 결과 현재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평가결과를 인사, 보수와 연계시키지 않고 연수 자료로만 활용하고 학생, 학부모에 의한 평가는 ‘평가’가 아닌 ‘만족도 조사’로 완화된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인사 및 보수와 연계시키지 않는 교원평가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비판하며 강력한 교원평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교원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교원평가를 시행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교원평가만능주의에 경도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국회에서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내년도부터 전국 모든 학교에서 교원평가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교총이 그동안의 입장에서 한발 짝 더 나아가 교원평가를 당당히 받겠다고 선언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담겨있다. 그동안 교원단체의 합리적인 주장조차 결국 평가를 받기 싫어서 그런 것 아니냐며 무조건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논리는 교총의 평가수용으로 설득력을 잃게 되었다.
 
교총은 평가수용 선언으로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전문적 역량과 도덕성, 신뢰성을 확실히 확보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제 정부와 정치권은 교원평가의 신뢰성과 현장 적합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다수가 원하기 때문에 무조건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이전의 주장만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기가 힘들 것이다. 교총이 여론에 의지하여 교원평가제가 추진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부와 정치권은 잘 새겨야 한다.

학교현장의 실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포퓰리즘으로 교원평가를 논의하는 것은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그동안 교원들은 평가에서 무풍지대였다는 잘못된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 근무성적평정, 성과급평가, 교원능력개발평가, 학교평가 등 온갖 평가에 짓눌려 오히려 학생교육에 지장을 주고 있는 실정도 드러내놓고 알려야 한다.

특히 중복되고 있는 동료교원평가의 문제나 학교평가 준비를 위한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현실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현장의 관점에서 진정으로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지역별․학교급별․학교규모별 특성에 따른 평가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에 의한 평가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지, 평가로 인한 부작용으로 생활지도에 어떤 교육적 부작용이 초래될 것인지, 평가를 위한 교육적 여건이 얼마나 조성이 되어 있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을 막론하고 평가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평가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교원단체가 지향할 바는 아니다. 언론보도처럼 교원평가를 강하게 반대해 왔던 모 교원노조가 교원평가 수용여부를 놓고 내부 논란이 있었다는 것도 평가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제는 교원평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원평가만능주의도 안되지만 평가를 무조건 배격할 일도 아니다. 따라서 지금은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위해 현장의 관점에서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평가대안을 마련하고, 교원평가를 위한 교육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교총이 교직사회의 공론화를 통해 현장적합성 높은 교원평가 대안을 마련하고자 선도학교 평가담당 교사, 교육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현장중심교원평가대안마련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교총이 교원평가를 수용하고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은 더욱 커졌다고 볼 수 있다. 교육력 제고를 위해 교원에게만 책임을 물을 것이다. 평가에 따른 교원의 업무과중 문제 해소는 물론 교원잡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을 다하라는 것 및 학급당학생수 감축,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교원연구년제, 수석교사제 도입 등 교육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신의 책임은 다하지 못하면서 교원에게만 평가를 강요한다면 “무능정부”, “무책임한 정치권”이라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며, 전국의 교육자로부터 엄중한 회초리가 있을 것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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