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고, 기피학교서 선호 학교로

2009.08.27 09:26:36

복도마다 북 카페․ 호텔 같은 기숙사…대학 진학률 ‘쑥쑥’


경북 봉화고(교장 배용호)는 작년 연말에 이어 최근 또 다시 지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해 조은애 양이 수시전형을 통해 서울대 농경제학과에 합격한 데 이어 올해는 3학년 김지웅 군이 2010학년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학교장 추천 전형에서 최종 합격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 형평과 지역 여건상 사교육 혜택은 꿈도 꾸지 못했지만 학교의 맞춤형 학습에 힘입은 김 군은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의 세 차례 심사를 거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봉화중학교와 봉화고등학교는 같은 교장 밑 한 울타리 안에 있는 수직 통합 학교로, 중학교부터 독서기록장 관리, 자기 소개서 쓰기 등 대입사정관제 전형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준비시키고 있다. 최종 발표가 난 날 선생님들은 삼겹살 파티를 하며 김 군을 축하해줬다. 봉화군과 영주시 등 경북 북부권에서는 유일한 합격생이라 선생님들은 뿌듯함을 느꼈다.

2007년 남․녀 고교가 통합되기 전부터 봉화고는 해마다 신입생 정원을 수십 명씩 채우지 못했다. 그러나 국민의 정부 시절 교육 분야 신지식인 1호로 선정된 배용호 교장이 2년 반 전 취임하고 나서는 양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7년 교육부 선정 농산어촌 우수고와 2008년 기숙형 공립고, 2009년 도교육청 지정 지역 중심학교 타이틀을 차례로 안게 됐다.

100억 원의 개축비를 들인 학교는 호텔 부럽지 않은 기숙사와 최첨단 강의실, 도서관 등을 갖출 수 있었다. ‘전 校舍의 도서관화’로 복도에 개설된 북 카페는 학생들의 인기 장소가 됐고, 동창회 장학금 등으로 학생 평균 연 30만원의 장학금이 돌아갔다.

이런 변화에 힘입어 2009학년도 신입생 지원자는 정원을 초과했고 개교 이후 처음으로 인근 안동시와 영주시, 풍양읍에서 네 명의 상위권 학생들이 봉화고를 지원했다. 2009학년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전년도보다 8% 높아졌다.

배용호 교장은 “인근 도시로 유학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게 돼 다행스럽다”며 “3․3․3 플랜이 완료되는 2015년이면 봉화고는 한국을 선도하는 명품학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그가 말하는 3․3․3 플랜이란 ▲2007년부터 3년간은 학교 시설 등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2010년부터 3년간은 지역 및 학생의 특성에 맞는 맞춤식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학력 기반을 마련하며 ▲2013년부터 15년까지는 한국을 선도하는 명품학교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전국에서 오지인 봉화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 아래 ‘세계로, 우주로, 미래로’가 새겨진 입석을 교정에 세워놓았다.

이런 취지에서 21일에는 금나나 씨를 초청해 ‘가자 하버드대’라는 주제의 특강을 전교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경북대 의대 1학년 시절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된 금씨는 지난해 6월 하버드대 최고 성적 졸업생에게 주는 쿰라우데를 수상한 후 현재 컬럼비아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정종찬 chan@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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