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바꿨어요”

2009.12.17 18:17:57

이원희 “국가가 영어인증제 실시해 사교육 줄여야”
김미애 “교사우대정책 늘리면 공교육 정상화 될 것”
이지은 “점수 위주 선발 지양하고 인성교육 늘렸으면”

자녀 교육에 관한한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관심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는 학부모들은 현재 우리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원희 교총회장은 15일 학부모들을 만나 교육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미애 씨(서울 보성여고 3학년 신재원 학생 학부모)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곡초 6학년 최지웅 학생의 학부모 이지은 씨는 “교육문제는 당연히 교육으로 풀어야 하는데 다른 쪽으로 접근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원희=새 정부 들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주요 정책 중 하나로 입학사정관제가 적극 추진되고 있습니다.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요.

김미애=사교육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교과 성적이나 논·구술시험 등 사교육을 많이 받는 부분에 대해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히 정상적인 학교교육의 전 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죠. 하지만 객관적 기준 마련이 어려워 학생 선발 기준이 모호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또 개인별 활동 프로파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관심도와 경제력이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부모의 경제력과 학력이 대물림되는 것을 막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학력 및 학벌 중심, 직업 간 격차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단순히 대입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현재 사교육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겠죠.

이지은=학습과정, 교육여건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친 점수 경쟁을 완화하고, 대학 신입생에 대한 사후관리를 통해 고교와 대학 간 효과적으로 교육을 연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우수 학생의 개념 변화로 인한 소질과 적성 중심 교육, 대학 자율화 기반 마련, 다면적·종합적 평가를 통해 과도한 성적 중심 입시교육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역시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 문제나 전문적 사정관 부족, 고교등급제 반영 등의 단점이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최근의 보도도 불안감을 더하고 있으니, 단점 해결에 집중해야겠죠.



이원희=사교육비 증가는 가계에 큰 부담을 주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요.

김미애=사교육비는 정말 심각합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서는 가장 큰 걱정거리죠. 사교육비 문제는 공교육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도 선생님들이 마음 놓고 가르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합니다. 공교육 강화를 위해 방과후학교를 확대했는데 오히려 선생님들의 수업부담이 늘어나 정규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도 들었어요. 학급당 학생 수, 행정업무 등을 줄여 선생님들을 우대해 주는 것이 근본적인 공교육 강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은=몇 해 전 우리 아이의 담임선생님이 기억납니다. 젊은 여선생님이셨는데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그 결과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당시 같은 반 아이들 모두 1년새 인사성도 밝아지고, 부지런해지는 등 학부모들이 모두 좋아했어요. 아직도 그 선생님들 그리워하고 있죠. 이렇듯 어린 아이들의 평생을 좌우하는 선생님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사교육 유발의 가장 큰 원인은 중·고교, 대학 등 상위 학교로 진학 때마다 ‘점수 중심의 선발경쟁’이 강화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학생평가는 상대평가 위주로 비교육적이고, 상급학교 전형자료로 활용되는 등 입시 위주로 돌아갑니다. 고교 내신은 성적 부풀리기 등 단점을 보완해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이를 대학의 모집단위별 특성화와 연결시킨다면 사교육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이원희=특히 영어 사교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초등생마저도 영어로 자유로운 대화를 해야 한다고 믿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마땅한 기준 없이 무조건 시키다보니 문제가 더 커지고 있어요. 이에 국가에서 영어 인증제를 실시, 기준을 만들면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미애=저는 아이들이 힘들어해 학원을 모두 그만두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학교 수업에 열중하면서 학교 다니는 것이 재밌다고 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떻하나 하는 걱정은 계속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측정·평가하고, 진학에 반영한다면 사교육 의존도가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지은=요즘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 정말 피부로 느껴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학원을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기만 합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영어체험센터를 다니며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한 학생의 경우 막상 학원에는 입학조차 못했다는 이야길 듣고 충격을 받았어요. 학교에서만 공부해서는 어렵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서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이원희=외고는 평준화 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사교육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며, 폐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실제로 외고가 사교육비 증가에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미애=중학생들의 사교육비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외국어 구사에 뛰어난 학생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겠다는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발판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에요. 변질된 교육과정 운영과 우수 학생을 모아서 관리하는 학교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거죠.

이지은=외고가 사교육 증가의 한 원인일 수도 있지만, 수월성 교육을 통해 우수 인재를 무수히 배출한 공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원희=그렇다면 외고를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이지은=교육문제는 당연히 교육으로 풀어야 하죠. 외고의 기능을 축소하는 것보다는 교육과정을 정상화하는데 주력해야 합니다. 외고도 나름대로 입학전형에서 사교육 유발 요인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요. 사교육에 의해 길러진 우수학생 선발에 급급하기보다는 잠재성 있는 학생과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해 우수학생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김미애=저도 외고 폐지에는 반대입니다. 외고는 정상화되면 국내 우수학생들이 국외 대학에 진학해 적응하기에 가장 좋은 제도입니다. 외국어 전문 양성기관으로 본래의 목적에 맞는 교육과정 운영과 대학진로를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원희=학부모 및 지역인사의 학교운영 참여를 위해 학교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돼 있습니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교운영과 관계된 의사결정과정에 공식적으로 참가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주변에서 학교운영위원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또 바람직한 학교운영위원회의 활동방향은 무엇일까요.

김미애=제가 학운위에서 활동해 보니 학부모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소통 채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 지나친 간섭을 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모두가 만족하는 학교운영에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이지은=10년이 넘게 실시된 제도인 만큼 대표적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에 대한 배려가 높아진 건 사실이겠죠. 하지만 아직도 학운위를 둘러싼 여러 말들이 오가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학교와 지역 특성에 맞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원희=학생·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최근 교복 명찰 논란에서 보듯 학생 인권과 교육권간 갈등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부모님의 입장에서는 교사의 수업권보다는 학생의 학습권이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두 입장이 충돌했을 경우 해결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지은=학부모로써 참 민감한 문제죠. 학생의 인권과 교권의 수업권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학생은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권을 말해야 하고, 교사는 학생의 인권이 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업권을 행사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교사와 학생이 긴장관계에 놓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체벌’의 경우, 허용이라는 전통적인 방식도 고민했고, 반면에 인권침해라는 것도 지적됩니다. 이 경우 무엇보다도 교육적으로 필요한지를 전제로 논의해야겠죠. 이와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이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선생님을 믿을 수 있는 게 중요하죠. 이 점을 교육계와 학부모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

김미애=교복 명찰 논란을 보면서 바람직한 교육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명찰은 본인들의 활동에 책임을 지우는 역할을 합니다. 이름을 내걸고 당당하게 생활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며 사회가 그만큼 좋아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름을 인권이라는 명분으로 감추는 사회보다는 이름을 밝히고, 정당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교육에 대해 인권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원희=전문직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총이 학부모와 학교를 위해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또 학부모로서 교총에 바라는 점이나 지적사항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미애=한국교총과 서울교총 등 우리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낍니다. 이 기회에 이 회장님 이하 애쓰시는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현장의 많은 선생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을 더욱 강화해달라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육이 너무 지식 위주로 흘러 안타깝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진정한 지혜를 배워 사회에 나갔을 때 부족함 없는 전인적 인간으로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지은=얼마 전 신문에서 교총이 교원평가를 조건 없이 수용하겠다는 기사를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교총이 용기를 냈다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발상의 전환이 얼마만큼의 파급효과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교총이 충분히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수요자인 학생·학부모를 위해서도 좀 더 노력해주길 바랍니다. 교원이 행복하면 학생 또한 당연히 행복해지겠지만, 학생·학부모의 고민이 무엇인지 헤아리며, 교원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합니다.
엄성용 es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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