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1년, 학교가 멍들고 있다

2011.07.21 14:00:40

문제 지적 교사에 반항·욕설 학생 늘어나
교총 “직접체벌 금지 당연, 학교에 맡겨야”

지난해 7월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유초중고에 체벌을 전면금지한다는 발표를 한 이후 1년여가 지났다.

당시 학생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치라는 반응과 교실 위기, 교권추락 등 학교현장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던 체벌금지에 대한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에 한국교총은 17일 ‘체벌전면금지 발표 1년에 즈음한 입장’을 내고 “교실이 무너지고 교권이 추락하는 현실을 외면 말고 실질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일부 학생들이 체벌금지 조치 이후 학칙을 어기고 교사의 권리를 무너뜨리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행동 유형의 학생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서울·경기 지역 교사 66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교원 10명 중 7명은 “문제행동 학생으로 인해 학습권 및 수업권을 침해받은 적이 있다”고 했으며, 40% 이상은 “학생 지도 시 욕설을 듣거나 교권을 침해받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바 있다.

교사들은 또 수업 중 불량한 태도를 지적하면 “체벌금지인 거 아시죠” “어쩔 건데” “교원평가 때 두고 봅시다” “밤길 조심하세요” “전학갈테니 간섭마세요”라는 반응을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교총은 “‘제대로 된 교육활동이 어렵고, 문제학생 지도를 회피하게 된다’고 호소하는 교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혼란은 체벌을 금지하고 있는 교육청 조례와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있는 법령간 상충이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교과부는 체벌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도구와 신체에 의한 직접체벌은 금지하되, 훈계나 훈육 등 교육적 체벌에 대해 단위학교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시도교육감들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지역 학교의 학칙개정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적 불안정이 계속되자 최근엔 ‘5초 엎드려뻗쳐’ 교사의 경우가 발생키도 했다. 해당 교사는 학칙에 의해 문제학생을 지도했지만,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문제 삼아 ‘불문경고’ 징계를 내려 교육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체벌금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영국 교육부가 13년간 유지해 온 노터치 정책을 포기한 것을 참고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체벌금지 정책 이후 교실붕괴 및 교권추락이 심화돼 물리적 체벌은 제외하고 교사들의 권위를 부활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과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감의 학칙 인가권을 폐지하고 학교장에게 맡기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체벌 이전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칙을 지키고 자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예시안을 담은 ‘학교생활규정 매뉴얼’을 배포할 예정이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할 일부 교육감이 최근 교실위기와 교권추락을 과도기적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며 “교사의 정당한 지도를 거부한 행동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교육벌을 부과할 수 있어야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수권이 보호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엄성용 esy@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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