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대서 晩學한 날 보라”… 교육감 교육경력 반드시 필요

2012.05.03 19:36:03

‘수업머리’ 인성교육, 1학교1지구대 등 협력 강화
주5일수업 보고로 학교몸살…지자체 함께 나서야

무상급식 단계적 실시 선회, 주민설득 노력 결실
스포츠과학중‧고교 설립 ‘학생선수’ 모델 만들 것




안양옥=오랜만에 뵙습니다. 교육감님 스케줄도 분 단위로 잘라야 할 만큼 정신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저 역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의 날씨를 즐길 틈이 없습니다. 좋은 이슈들이 많으면 좋겠는데, 올해 최고의 뉴스는 ‘학교폭력’이지 않겠습니까. 지난주 전수조사 보고서가 각 학교로 발송되고, 주요 내용이 교과부 홈페이지에 탑재되는 등 ‘학교폭력을 숨기지 말고 드러내자’는 정부의 학교폭력 근절의지가 뚜렷합니다. 울산교육청은 대책지원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김복만=먼저 교총이 힘써주셔서 정보공시를 연기해 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학교가 노력한 부분에 대한 반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희 교육청에서는 예방교육을 위해 전 교직원에게 직접 예방연수를 실시하고, 학생 대상 담당교사가 면대면 수업을 통해 존중의식과 함께, 사소한 괴롭힘도 범죄라는 의식전환 교육 및 수업머리 인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예방인프라 구축, 조기발견 체제구축을 위한 설문조사 년4회 실시, 지역사회 공조구축을 위해 1학교1경찰지구대 연계 등 교육청-경찰청 간 협력도 강화하겠습니다.

김종욱=교원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교원 입장에서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정부는 학교폭력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고 생활지도를 잘하는 교사를 우대하겠다고 합니다만, 교권회복 없이는 이런 제도들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습니다. 교사들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적 체벌허용과 교원을 존경하는 사회 전반적 분위기 조성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안양옥=맞습니다. 교총은 교육주간을 맞아 ‘학생 생명살리기 캠페인’과 함께 교권강화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만들어 줄 것을 여러 경로를 통해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장에서는 주5일수업제로 인한 업무과중을 이야기하십니다. 울산의 경우 토요기숙학원 적발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교총은 지자체 연계프로그램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김종욱=그렇습니다. 학교는 매주 토요참여율 조사 등 각종 보고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실화보다 참여율에만 연연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주5일수업의 취지는 ‘학교를 가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고 가족 유대감을 높이는’데 있습니다. 본 취지가 확산되도록 학교는 물론 가정, 지자체, 행정안전부 등 유관기관이 함께 노력해 적극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예산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복만=학교의 고충 잘 알고 있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지역사회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체험활동 기관과 장소, 프로그램 확충에 앞장서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학교 밖 활동기회가 확대될 때까지는 우리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토요일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단위학교 프로그램 활성화도 현 시점에서 추진해야 할 과제이기에 다소 힘이 들더라도 당분간은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교육청에서는 향후 지자체 참여의지 촉구를 위한 ‘권역․대상자별 토론회’를 통해 지자체 참여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며, 시청과 긴밀한 네트워크구성 및 지원청 차원의 구‧군청 MOU 체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양옥=교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잘 알고 계신만큼 지자체 협력에 더 박차를 가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울산스포츠과학중‧고교 사업추진이 가능하게 됐다는 보도를 접했는데요. 교총에서도 전문계중(특성화중)학교의 필요성을 주창하고 연구하고 있어, 이렇게 물꼬를 터 주신만큼 역할정립을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성교육측면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만, 어떤 구상을 가지고 계시는 지요.

김복만=체육 특성화학교 설립을 열망하는 시민들의 성원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기존 엘리트스포츠 인재양성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합니다. 울산스포츠과학중‧고교는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과정을 운영, 글로벌 스포츠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학교폭력 해결방안 중 하나로 스포츠가 강조되고 있습니다. 협동심, 양보심, 헌신성, 준법성 등 건전한 인성함양을 위한 여러 항목을 스포츠를 통해 배울 수 있지 않습니까. 공부하는 학생선수의 모델로 성공적 정착은 물론 일반학교의 스포츠클럽활동의 롤 모델로도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김종욱=중3담임선생님들께 체육관련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에 안타까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교육감님의 선거공약이 이뤄진 점 축하드리고 계획대로 학교설립이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안양옥=다시 좀 어두운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4.11 총선에서도 그랬지만,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 강조로 인해 교육재정 곳곳에 빈틈이 생기고 있습니다. 울산의 경우도 올해부터 무상급식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으셨다 들었습니다. 교육감님께서 교육청의 재정여건과 지자체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저소득층부터 단계적 시행을 강조하셨고,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선을 앞둔 정당들이 교육공약을 내놓을 텐데요. 복지포퓰리즘을 넘어서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복만=그렇습니다. 알고계신대로 저희 교육청에서는 올해 무상급식을 저소득층자녀와 생활환경이 열악한 농어촌학교, 다문화가정자녀를 우선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울산의 급식관련 총예산이 335억원입니다. 이는 전체 예산중 경직성경비를 제외한 가용재원 2329억원의 14.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최근 교육청마다 무상급식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복지문제는 재정이 뒷받침 될 수 있느냐를 먼저 판단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무상급식을 무리하게 시행하면 경상경비와 다른 필수사업을 축소, 교육복지의 역현상이 나타날 우려가 있습니다. 모든 복지정책은 반드시 비용과 연계돼야 하고, 재정적 여건을 고려해 점차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욱=지당하십니다. 정당의 일방적 공약은 얼핏 교육지원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풍선효과’입니다. 그
런 점에서 교육감님의 무상급식 단계적 지원 정책을 지지합니다. 울산교총에서도 선거를 의식한 교육복지 정책공약 남발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건전한 교육정책 제시는 물론 시민홍보활동에도 앞장서겠습니다.

안양옥=정말 잘 하셨습니다. 김 회장님께서도 교육감님을 지속적으로 지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교총도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 정책 관철을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교육감님께 축하말씀을 드리는 걸 잊었습니다. 지난 2월에 방송대에서 교육학 학사학위를 받으셨지요? 초‧중등교육을 알아야 한다는 교육감님의 만학(晩學)이 여러 생각을 하게 합니다. 교수 출신인 교육감님이 대학과 초‧중등교육의 차이를 그만큼 실감하셨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교육감이 초중등교육을 관할하는 ‘직’이라는 점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합니다. 교총은 교육감선거제도 변화의 필요성과 더불어 교육경력폐지 움직임을 바로잡을 생각입니다.

김복만=몰래 했는데 들켜서 쑥스럽네요. 초중등교육에 대한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학사편입을 했으나 학업을 계속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교육감이라고 봐주지 않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참 많은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교육조직에서 구성원들의 갈등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졸업논문을 냈더니 지도교수께서 현직 교육감으로서 더 실질적 주제를 잡아보라는 말씀에 추가과제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기회를 갖게 된 큰 소득이자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육감이 될 사람 즉, 지역 교육수장이 교육경력이 없는 사람이 됐을 때 과연 지역 교육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조차도 대학교육에만 몸담았다가 교육감 직을 수행하기 위해 초․중등교육을 다시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저의 경우를 비춰 보건데 교육경력은 반드시 필요하며 나아가 행정경험, CEO자질도 갖춰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김종욱=말씀하신대로 제19대 국회에서는 교육감 선거제도 혁신과 교육경력 삭제, 교육위 일몰제 등의 문제점을 가진 지방교육자치법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정치권의 이해에 따라 교육이 흔들리지 않는 진정한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 교육감 후보자격에 교육경력 5년 조항을 되살려야 합니다. 교육의 헌법적가치가 부정되고 교육자치가 기능을 상실하면, 온전한 교육과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교육감의 교육경력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란이 재현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안양옥=두 분 말씀을 들으니 속이 다 시원합니다. 19대 교과위 구성을 비롯해 법 개정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교육감님께서도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 아쉽지만 마지막 말씀을 들어야겠습니다. 더불어 김 회장님께서는 울산교총의 새 수장이 되셨는데, 회원 및 교원들에게 한국교육신문을 통해 인사 한 번 하셔야지요.

김종욱=지금 현장에서는 교권실추는 물론이고 생활지도 부담으로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원이 늘고, 담임까지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또 사회전반적인 문제마저도 책임을 학교와 교원들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미래의 희망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 어렵고 힘들더라도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울산교총은 교권확립과 권익신장을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희망과 감동을 주는 행복 울산교육’을 위해 힘을 모아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합시다.

김복만=갈수록 교원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스승과 제자가 없어지고 교사와 학생만이 남는 삭막한 교단이 찾아오는 것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작정입니다. 힘들어 하는 교원과 학생 모두에게 희망과 활기를 주는 학교를 만드는 그날까지 최선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김복만 교육감=울산 토박이로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뒤 한양대에서 박사(산업공학) 학위를 받고 울산대 교수로 재직했다. 울산광역시 승격추진위 실무위원장과 울산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으며, 울산상공회의소 고문도 맡고 있다.

▨ 김종욱 회장=지난 3월 울산교총 회장 임기를 시작한 김 회장(송종초 교장)은 진주교대를 졸업한 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행정학 학위를 취득했다. 울산교총 1~4대 이사, 5~6대 부회장을 지내는 등 교총 정책개발에 적극 참여했다.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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