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학생인권조례 공포 1년, 무엇을 남겼나

2013.01.31 19:48:35

교육감 바뀌어도 갈등 여전…전북·충북까지 ‘확산’

교총 “교권추락·교실붕괴 초래, 손질‧ 폐기해야”
강원‧광주 등 학교 구성원 포함 조례까지 추진

조례무효 확인소송 1년 넘게 대법원 계류 중
효력 정지 판결나도 현장 혼란 극복은 먼 길


서울학생인권조례가 26일 공포 1년을 맞았다. 논란과 갈등 속의 조례 시행 1년이 가져다준 득과 실은 무엇일까.

우선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담론과 교육현장의 인식제고를 일정 부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행과정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 부족, 학생 생활지도·교권침해 대책 마련 미흡, 정치적 포퓰리즘적인 접근 등 ‘권리와 의무’에 대한 교육구성원들의 동의와 이해 없이 성급하게 추진된 흔적들은 고스란히 교실붕괴와 교권추락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총이 21~22일 서울 초·중·고 교사 7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교원의 87.2%가 조례 도입으로 인한 학교의 변화가 부정적(매우 부정 55.7%, 부정적 31.5%)이라고 대답한 반면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1.9%(매우 긍정적 0.3%, 긍정적 1.6%)에 불과했다.(보통 9.8%)

인권조례 이후 가장 큰 변화로 교원들은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과 문제 학생 증가’(73.8%), ‘교권침해 사건 증가’(21%)를 꼽았으며 시교육청이 강조하는 ‘인권친화적 교육환경 조성’과 ‘학생권리·의무 인식 확산’ 등이 이루어졌다는 응답은 각각 1.1%, 3.5%에 그쳤다. 향후 학생인권조례 방향에 대해서는 설문에 응한 교원 모두에 해당하는 99%가 수정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현행대로 유지하자는 답변은 0.8%뿐이었다.(잘 모르겠다. 0.3%)

교총은 학생인권조례 1년을 맞아 즉각적인 손질과 폐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교총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거부하는 문제행동 학생들이 증가함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는 심각한 부정적 현상이 확산, 고착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며 “교실붕괴, 교권추락, 학생생활지도의 어려움이라는 3대 악(惡) 현상이 심화된 1년으로 평가되는 만큼 즉각적인 손질과 폐기는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의 권리와 의무에 관한 사안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서 정한 대로 학생, 학부모, 교원이 민주적 절차와 의사결정을 통해 학칙을 통해 규정하고 반드시 지키는 것이 올바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학교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명백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은 학생인권조례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롭게 수장을 맡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에 생활지도 등 문제가 있는 부분들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서울시의회가 ‘조례 제정권은 시의회에 있으니 수정은 안 된다’는 입장이라 갈등이 예고된 상태다.

진보성향의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가 주민발의한 ‘충북학생인권조례’는 2월6일 충북도교육청의 법제심사를 앞두고 있다. 충북교총(회장 신남철)을 비롯한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 학교운영위원충북협의회 등 19개 단체가 조례 제정에 반대하는 도민 2만800여명의 서명을 받아 31일 학생인권조례제정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교육감 지역인 전북은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는 도교육청과 이를 반대해 보류해온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2년째 대립하고 있다. 갈등이 좁혀지지 않자 최근 도의회 민주당 원내대표인 장영수 의원이 전체 도의원 43명 중 민주당 소속의원 32명의 서명을 받아 조례를 발의해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장 의원이 도교육청에 이번 회기 내에 처리해주겠다고 공언했다”는 말까지 전해지면서 전북교육계가 술렁이고 있는 것이다. 전북교총(회장 이승우)을 중심으로 한 ‘학생인권조례저지범도민연대’(회장 조형곤)가 도의회의 강행 처리를 막겠다고 맞서고 있다.

학생인권조례와 비슷한 내용을 담은 조례들도 말썽이다. 강원도는 학생 권리 향상 등을 포함해 16일 입법예고한 ‘강원도 학교 구성원의 인권에 관한 조례’에 대한 의견을 5일까지 수렴해 오는 3월 도의회 교육위원회에 조례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광주시 ‘학교자치조례’는 이미 광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와 유사한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으나 해당 내용이 삭제돼 지난달 29일 시의회에서 수정 의결됐다. 그러나 조례에는 교사·학생·학부모, 직원회 등 4개 자치기구 설치와 교원인사자문위원회, 교육운영 전반을 심의·의결할 교무회의 운영 등의 규정을 두고 있어 학교 현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명운은 교과부가 지난해 1월26일 제기해 아직도 대법원에 계류 중인 조례무효확인소송의 결과에 달려 있다. 대법원이 조례무효 판결을 내리면 조례의 효력이 정지되기 때문이다. 조례무효소송은 대법원에서 단심재판으로 끝나 판결이 나올 경우 다른 불복절차는 없다. 그러나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길게는 2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 교과부도 그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도 “원칙적으로 서류상 재판을 하는 대법원의 경우 대법관의 검토가 끝나야 선고기일이 잡히는데 아직 재판부에서 검토 중인 사안이라 언제 선고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어느 쪽으로든 결과가 나오면 학생인권조례를 둘러싼 갈등으로 긴 시간을 보낸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시·도의회, 진보·보수 단체들 간의 긴 싸움은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인권조례를 시행했던 학교현장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 또다시 길고 긴 갈등과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만은 분명하다.
이상미 smlee24@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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