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자존심 버린 다단계 판매

2013.05.02 21:39:20

5월은 가정의 달이요 스승의 날이 있는 달이다.

스승의 날은 학생들이 스승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스승의 은혜를 기리는 날일뿐만 아니라, 교사들 스스로 과연 스승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있는지 자신들을 돌아보는 날이다.

최근에 어느 교사를 만나 요즘 교사들 사이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본 적이 있다. 그 교사가 대답하기를, ‘○○라이프 같은 건강식품 판매에 나서는 교사들까지 있어 서로 아는 사이에 물건을 안 사줄 수도 없어 부담이 된다’고 했다. 아예 교사직을 사표내고 그 일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이 학교 저 학교 한 둘이 아니라고 했다. 그 사람들은 스스로 결코 다단계는 아니며 현대적 네트워크 판매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단다.

교사들이 교직을 버리고 그런 일에 뛰어드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겠으나, 무엇보다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학교생활에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 아닐까 여겨진다.

학생들의 인권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인권도 존중되어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모든 것이 대학입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체제 속에서 학생들의 존경심마저 잃어가니 교사로서의 삶에 회의가 들만도 하다.



게다가 주변에 건강식품 판매에 대한 열의와 소신을 가진 이전 동료 교사가 있을 경우 쉽게 세뇌되기 십상이다. 그들은 대부분 그 건강식품들을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하는 데 열을 올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하다시피 한다. 그리고 가정생활을 접어둘 정도로 잦은 세미나 모임에 참석하여 성공 사례담을 들으며 꿈을 키워 나간다. 종교집단 같은 열광에 사로잡히며 자기최면에 빠져든다.

어느 건강식품의 경우 그 창시자가 44세의 나이에 로스앤젤레스 해변의 초호화 맨션에서 심장마비로 요절하고 말았는데도 그 건강식품을 먹으면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을 것처럼 과대포장을 한다. 그 건강식품이 필요하고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심하다. 물론 경쟁사회에서 좀 과장된 광고행위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겠으나 그런 열성을 학교생활과 학생지도에 쏟아 부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들의 말대로라면 그런 건강식품을 좋다고 팔고 다닐 것이 아니라 잘 복용하고 더욱 건강해져서 교사 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은근히 부러워하는 교사직마저 내던지고 건강식품 선전과 판매에 열정을 쏟는 그들도 나름대로 다 말하지 못할 고충들이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교사직이 그런 건강식품 판매직보다 덜 중요하게 여겨지도록 한 교육 현실에도 있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는 요즈음, 교사로서의 자부심을 북돋워줄 수 있는 여건들이 형성돼 교사들이 그 어떤 직장도 부럽지 않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돌보고 섬길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조성기 소설가·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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