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선거비용, 후보의 낮은 인지도, 투표용지 기호와 관련한 문제 그리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짐에 따른 정치적 영향 등 현 교육감 직선제 방식은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 이렇게 당선된 교육감의 상당수는 임기도 채우기 전에 각종 법 위반과 비리가 드러나 재선거를 치러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결국 교육감 선거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교육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현 제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대안을 본지 논설위원들에게 들어봤다. 좌담에는 김기연 경기 부천상인초 교장, 김주성 한국교원대 총장, 김형준 명지대 교수, 김혜숙 연세대 교수, 장세진 전북 군산여상 교사가 참여했다.
- 교육감이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일부 시․도에서는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우리 교육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감이 갖는 위상과 역할, 영향력에 대한 평소 생각은.
김주성=교육감은 명실 공히 초․중등교육의 수장으로 대표성이 크다. 그만큼 최근 교육감의 불미스러운 일들은 학부모들이 교육현장을 불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해 초․중등교육을 침체시키고 있다.
김형준=교육감은 시․도에서 유․초․중등교육을 지원하는 교육행정의 최고책임자다. 교육행정의 기본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효과적으로 인적․물적․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볼 때 교육행정의 최고책임자가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가지고 있는가는 해당 지역의 교육 성패와 직결되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장세진=‘교육 소통령’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교육자치의 시대에 교육감의 책무는 막강하다. 한 지역, 나아가 국가의 교육패러다임을 정하거나 좌우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 지난 선거에 당선된 시․도 교육감 중 5명이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았고, 충남의 경우 3연속 교육감 낙마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교육감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인가.
김기연=교육감은 기본적으로 정치적으로 중립돼야 한다. 인기 영합적이어서도 안 된다. 인권, 통일, 사회 운동가들과는 차별화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경력이 최소한 20년은 돼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일선 학교에서 교감이 되고자 해도 20년 정도의 교육경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그 지역의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본다.
김혜숙=교육감의 위상이나 역할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보다 이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교육의 본질과 장기적 성격에 대해 깊은 성찰과 효과성,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교육감이 돼 교육행정을 이끌어야 한다. 교육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교육의 목적이 무엇이고 학교 현장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가, 합리적 협동 행위는 어떻게 잘 할 것인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론과 철학이 있어야 한다.
20년 경력 있어야 교감되는데, 교육감은 필요 없다?
내년 정치인 출마 러시 예상…직선제 반드시 개선을
- 지방자치의 경우 교육자치와 일반행정자치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행정의 경우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치제가 자리를 잡은 반면, 교육자치는 지금도 선거가 부정과 비리로 연결되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해 보수나 진보로 구분되는데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주성=직선제는 본질적으로 정치화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중립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교육감의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부나 이와 대등한 기구가 관할하게 하고, 교육감의 권한은 교육행정으로 한정되도록 해야 한다.
김혜숙=현재 지방선거와 같이 실시하는 방식은 교육감과 교육위원 선거방식은 과거별도 선거 시 낮은 투표율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한 것인데 이것이 결국 정치적 중립의 문제를 가져왔다. 투표자가 보기에는 지방선거에서 교육감이나 교육의원을 뺀 대상은 모두 정당을 중심으로 이루
어지기 때문에 교육감이나 교육의원 후보들도 결국 기호든, 색깔이든 정당과 연계시킬 수밖에 없다. 정당은 표를 우선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지만 교육은 백년지대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장세진=보수니, 진보니 하는 패거리 교육감 선거는 이념의 문제도 있지만 매수 혐의로 구속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사례처럼 과도한 선거비용이 드는 것도 큰 문제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단체들이 준동하는 것을 막는 제도와 함께 부정과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과도한 선거비용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김형준=우리나라와 같이 정당 간, 이념 간 대립이 첨예화 된 정치문화가 결국 지방교육자치가 뿌리내리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앞서 논의한 것처럼 선거라는 정치행위 자체가 결국 교육자치를 지키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인데 다음 선거에서 교육의원이 일몰 되면 교육자치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시․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결국 국회 상임위처럼 되는 것인데 학교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만든 시․도의원들이 교육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교육이 더욱 어려워 질 것이다.
- 교육감 직선제의 경우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과 민주주의 기본원리인 주민대표성에 부합된 제도다. 하지만 일부 위원들이 언급한 것처럼 교육감 선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갤럽조사에 의하면 국민 67%가 지역 교육감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하는데 교육감 선거의 개선에 대해 생각은.
김기연=정치와 가치가 중립적인 올바른 교육철학을 갖춘 인물이 교육감이 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3분의 2가 교육감의 이름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현 선출 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교육감의 배경도 중요하다. 물론 교육관련 경력이 없어도 교육행정을 잘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도 차원에서 문제발생의 가능성을 낮춘다는 차원에서 중요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장세진=지역에 따라 수십억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선거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입후보자들이 교원이나 교수들인데 어디서 이런 비용을 마련하겠는가. 충남 교육감의 장학사 비리도 결국 ‘검은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또 교육경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의 교자도 모르면서 교육감 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김혜숙=교육감 후보 자격에서 교육경력 조항이 사라지고, 교육의원이 없어지는 내년 선거부터는 교육행정 전문성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어 정치인들이 대거 진출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2010년 직선제에서 발생했던 과도한 선거비용 등의 문제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 현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
김주성=교육현장은 정치중립지대여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교육감직선제는 교육현장을 정치화하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 교육감선거가 정치화하지 않도록 언젠가는 개혁돼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선거에서 교육경력제가 폐지되면 앞으로 심각한 교육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다. 정치 인사를 끌어들여 교육계를 정치화하고 교육자치를 정치의 제물로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러닝메이트‧ 임명제도 현 제도보다는 나을 것
정치적 중립 “자율권보장으로 보완할 수 있어”
- 교육감 선거폐해 대안으로 시도지사 러닝메이트제, 임명제, 제한된 직선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개선 방안과 관련해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면.
김기연=임명제 또는 러닝메이트제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임명된 사람의 경우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한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중요한 것은 교육경력을 최소한 20년 이상 요구하는 것이다. 특히 교육감이 초․중등교육을 관할하는 책임자이므로 대학 교육경력은 제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김주성=러닝메이트제도는 정치화를 제도화하는 것이므로 정치중립성을 전혀 기대할 수 없고, 임명제는 교육감을 관료화하는 것이어서 꺼려진다. 제한된 직선제는 아마도 정치화를 완화시킬 수 있고, 부족하나마 주민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어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김혜숙=논의되는 대안이 각각의 장단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현재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학부모 전체와 교원 전체가 참여하는 제한된 직선제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현행 직선제의 취지는 살리면서도 유․초․중등교육에 관심이 별로 없는 집단의 투표 참여로 인한 의사왜곡 문제를 차단할 수 있고 둘째, 자연스럽게 지방선거와 별도로 선거 규모를 축소해 선출할 수 있으므로 정당과의 연계, 비용과다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세진=제한된 직선제가 그중 낫다고 본다. 단점으로 드러난 주민대표성 부족은 어차피 현행 직선제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묻지마’ 투표가 그것이다. 그럴 바엔 교직원과 유‧초‧중‧고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제한된 직선제로의 개선이 대안이다. 단, 과거 학교운영위원회가 주도적 역할을 한 간선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소수 선거인단의 간선제는 매수라든가 선거운동의 용이성 등 많은 문제점을 이미 노출한 바 있기 때문이다.
김형준=현 제도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안으로는 결국 러닝메이트제와 임명제를 검토할 수 있다. 또 의회에서 간선으로 선출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주마다 여러 방식을 쓰고 있다. 우리의 경우 여러 대안을 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부터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워싱턴 DC의 미쉘 리 교육감처럼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 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의 경우 교육계에서는 정치적 중립을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를 선호한 위원들의 생각은.
김형준=교육감은 철저히 교육 전문가여야 하며, 결국 이런 인물과 러닝메이트가 된 후보가 주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을 것이다. 또 정책추진에서 정치적 중립 문제는 자율권 보장이라는 제도적 보완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연=거론 되는 여러 대안은 모두 장단점이 있다. 장점과 단점을 비교했을 때 가장 나은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를 선호한 것이며, 정치중립의 문제는 결국 인물과 이를 지원할 시스템의 문제인데 법이나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직을 맡은 사람이 정치중립 의지를 갖고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도우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