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사회적 경종 인식 확산을”
‘형식적 사과 뒤 감형’ 악용 우려
개학일에 학교에 난입해 아들을 체벌했다는 이유로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를 폭행한 학부모에게 법원이 이례적으로 선고를 연기하고 ‘학교에 가서 무릎꿇고 사과할 것’을 명령했다.
법원 측은 실추된 교권회복의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교육계에서는 형량을 낮추기 위한 형식적 사과로 그칠 경우 더 큰 상처가 될 것을 우려했다.
11일 창원지법 형사2단독 박정수 부장판사는 3월 4일 아들이 다니는 A고교를 찾아가 아들의 담임교사를 폭행하고 2시간 동안 학교를 다니며 소란을 피워 수업을 방해한 혐의(공동폭력 및 업무방해 등)로 구속 기소된 김 씨와 불구속 기소된 김 씨의 아내 등에 대한 선고를 일주일 연기했다.
선고공판에서 박 판사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이 학교에 가서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며 “피해 교사에게 용서를 구할 의향이 있으면 선고를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 등이 동의하자 박 판사는 “교사를 폭행 할 당시 교사의 무릎을 꿇린 만큼 반드시 교사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권창환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상대방의 피해가 있는 형사재판의 경우 그 피해에 대한 배상과 합의 등을 참작해 판결한다”며 “이번 선고연기는 담임교사가 심적 상처에 맞게 무릎꿇고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 같다”고 밝혔다. 권 판사는 “사과의 진정성에 따라 처벌이 경감될 수도 있고 피해자의 반성정도로 그칠 수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피해를 복구하는 절차에 실추된 교권을 회복하겠다는 뜻이 포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이같은 명령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교권의 필요성을 강조한 의미있는 주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교총은 12일 논평을 통해 “공교육의 근간과 교권을 바로잡는 것이 처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결정으로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교권보호법’ 제정 등으로 공무집행방해, 가중처벌 등으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과 명령이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문경구 경북 영천고 교사는 “교권침해 후 사과한 뒤 낮은 형량을 받는 악순환이 될까 우려 된다”며 “사과는 사과로 받고 판결은 법과 절차에 따라 이루지는 전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A고 관계자도 “현재 학부모가 학생체벌로 학교와 교사를 고소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사과를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얽혀있는 문제들을 성의있게 해결한 뒤 마음을 다해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학부모 김씨에게 징역2년을, 김씨의 부인 등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구형했다. 이들의 선고공판은 18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