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입학할당제 ‘역차별’ 논란 우려 제기
“정권마다 다양한 지방대 발전 정책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관련 법안 제정이나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되지 못했다.”
1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지방대학 발전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진술인으로 나선 반상진 전북대 교수의 말이다.
지방대 발전은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의 공약이었고, 박근혜정부의 대학 정책의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됐다. 이날 공청회도 이용섭 민주당 의원,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박혜자 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지방대학 발전지원 특별법안’, ‘지방대학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 ‘지역균형인재육성에 관한 법률안’ 등 안건이 된 법안이 3개나 올라와 있을 정도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실효성 있는 답을 찾지는 못했다.
공청회에서는 세 법안이 공히 담고 있는 공직채용할당제가 가장 활발히 논의됐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채용할당제를 법률로 규정할 경우 공무담임권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있어 입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할당제보다 목표제가 기본권 침해의 논란도 없으면서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시행된 바 있는 여성고용목표제,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등의 전례가 있다는 것.
법안을 발의한 김세연 의원은 “채용목표제의 경우 목표비율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실제 필요한 인원 이상의 채용을 초래하고 공무원 정원관리 부처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있을 것”이라며 할당제의 타당성을 역설했다. 이용섭 의원도 “헌법에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가 규정돼 있고, 청년채용목표제 등이 있는 만큼 입법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지방 출신 수도권 졸업자가 취업 때문에 서울로 대학 갈 일이 없으니 선의의 피해가 아니라 정책 효과”라고 주장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 역시 “평등권·공무담임권 저촉 여부, 수도권 졸업생 역차별, 지방출신 수도권 졸업자의 선의의 피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권역별 상황에 따른 정책 차별화,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을 고려한 지역할당 인원 설계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공무원 선호’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지방대생들일수록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데 지켜지지도 않는 할당제나 목표제에 과도한 기대를 걸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재훈 영남대 교수는 “목표제가 아니라 별도 트랙으로 할당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지방고-지방대-지방기업으로 진로가 고정되면 지방대는 지방대로만 남는다”면서 울산과학기술대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정부에서 미래 신산업 분야 1~2개에 대한 배타적 연구개발과 장학금을 지원해 지방대에도 지방인력양성과 국가인력양성 두 가지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창원 교수는 “현재 로스쿨 등에 지방대 출신이 많지 않은 점을 들어 수도권 소재 지역 출신 대졸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와 전문직의 질 저하 문제를 고려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교수는 “의대·법대 졸업자는 지방근무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육성기금 매칭펀드, 발전기금 세액공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동시입법 제안도
지방대 통폐합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이재훈 교수는 “재산처분권을 사립대에 허용해야 한다”며 퇴출경로를 열어 줄 것을 제안했다. 반상진 교수는 “부실대학 지원은 막고 건전사학은 지원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함께 입법을 추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했다. 이창원 교수도 부실대학 지원 제한과 우수대학 육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밖에 이재훈 교수는 “대학생의 63%가 지방대에서 육성되는데, 대학생 1인당 지원액은 지방이 52만원 수도권이 81만원으로 역전 현상이 일어난다”며 “김세연 의원 대표 발의안에 포함된 지방대 육성기금제도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지자체에서 일정금액을 출연하고, 국가에서 상응하는 금액을 매칭펀드 지원을 제안했다. 다른 재정확보 방안으로 출신 지방대에 10만 원 이하 소액 발전기금을 낼 경우 세액 공제 시행 등 동문 대상 발전기금 모금이 활성화안도 나왔다. 지방대 지원의 쟁점인 범위에 대해서는 수도 텔아비브와의 거리에 따라 지원액을 결정하는 이스라엘 사례를 소개하며 “수도권과 비교해 시장원리가 작동하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