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높이되 퇴로 열어 구조조정

2013.08.14 18:39:25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 공청회

맞춤형 평가로 특성화 대학 지원
창의인재 지원 늘려 경쟁력 강화
대학 “현실적 제도개선 우선돼야”

정부가 대학 특성화를 유도하고 대학이 자율적 선택에 따라 맞춤형 발전을 지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지역발전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거점 대학을 육성해 우수인재의 지방유입을 촉진한다. 하지만 비리나 논문표절 등에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등 퇴출시킨다. 교육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고등교육 종합발전 방안(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은 지역별 공청회를 거쳐 8월말 방안을 확정된다.

◆ 대학 특성화 유도=방안에 따르면 새 정부 주요 국정과제를 반영해 재정지원 사업체계를 재구조화하기로 했다. 등록금 부담경감을 위한 재정지원 확대, 직업교육활성화, 실질적인 산학연 강화와 연구중심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에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사업(ACE, 기관지원)과 교육역량 강화사업(기관지원)으로 나눠져 있던 현행 지원 방식을 학부교육선진화선도대학(ACE1, 기관지원)과 특성화분야 육성사업(ACE2, 사업단 지원)으로 세분화하고 지역선도대학육성사업(ACE PLUS)을 추가했다. 지역대학 지원을 위해 ‘지방대학 육성법’을 제정해 지역인재 유치와 지방대 졸업자의 취업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재정재원 개편을 통해 부실대학은 구조조정한다.

◆ 산업·연구인력 선순환구조 마련=정부는 다양한 분야의 실질적인 산학협력으로 대학인 현장적합성 높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뜻도 밝혔다. 산업단지 안으로 대학 캠퍼스 일부 이전 지원, 산학협력중점교수 채용 활성화, 맞춤형 계약학과 운영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전문대-산업체간 연계 체계 구축을 통해 핵심 직업인력 수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산업인재 외에도 대학의 연구역량 지원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연구중심 대학을 육성할 방침이다. BK21 PLUS 사업을 통해 최고수준의 석·박사급 창의인재를 양성하도록 2019년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 맞춤형 대학평가 도입=교육부는 각종 지원 외에도 엄격한 구조조정 방안도 포함했다. 대학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퇴로를 열어 자연스럽게 대학 수를 줄이는 것이 기본개념이다. 이를 위해 1995년부터 적용돼 온 ‘대학 설립 준칙주의’를 폐지해 재정과 학사운영 등을 엄격히 심사해 설립을 인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진 폐쇄하는 대학법인에 대해서는 법인의 잔여재산 중 일부를 공익법인으로 출연할 수 있도록 ‘귀속 특례’를 마련해 퇴로를 열어줄 계획이며 학내분규가 심각하거나 중대한 비리가 발생한 사학 등에 대해서는 특별감사를 통해 퇴출시킬 방침이다. 또 대학구조개혁 평가지표와 방식을 개편해 일반 공통지표와 개별 대학 특성을 고려한 선택지표로 이원화하는 한편 정량지표에도 정성지표를 병행해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취업률 비중은 현재 20%에서 15%로 줄이고 인문․예체능계는 취업률 산정에서 제외한다.
 
◆ 반값등록금 등 국정과제 반영=
이번 방안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고등교육 관련 공약이 비교적 충실히 반영됐다. 지역대학 육성에 관한 지원은 물론 이른바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재정 지원 계획도 들어 있다. 정부는 재정투자를 늘려 2014년 대학생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경감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기초수급자부터 소득 8분위까지 소득과 연계해 지원 금액을 상향조정하고 장학금 수혜에 대한 체감도를 높일 예정이다.

내년부터 셋째 아이 이상에 대해서는 대학등록금을 지원해 다가구 자녀의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킬 계획이다. 또 재정지원 사업을 개편해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을 GDP 대비 1%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대통령의 약속도 이번 방안에 포함돼 있다.

◆ “입학자원 부족 등 구조조정 대비해야”=정부가 고등교육 정책을 마련하게 된 것은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인해 2018년부터는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 졸업생 보다 많아져 대규모 미충원 사태에 따른 대학의 위기를 선제적 조치해 대학의 급격한 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또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과 국민행복 가치 인식의 확대에 따른 고등교육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는 대외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13일 서울 행당동 한양대 백남음악관에서 열린 고등교육 주요정책(시안) 공청회에서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고등교육 환경은 혹독한 시기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라며 “구조조정 등의 거센 도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고등교육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도록 이번 종합계획을 마련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교총 “대학교원 처우개선 포함돼야”=한편 이날 공청회에서는 일부 세부 계획의 구체성 결여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지원 대학선정 기준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이미 대학을 설립하려는 수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대학설립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은 ‘뒷북 행정’의 전형”이라며 “부실대학이나 비리대학의 조속한 퇴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전문대 교수도 “산학협력의 경우 거리제한이 있어 지방대학이 수도권 회사와 협력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현실적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이재경 국민대 기획처장은 “정부 지원이 학부와 대학원으로 구분되는데 여건이 좋은 대학의 경우 모두 지원 받을 수 있다”며 “적정한 기준을 가지고 재원이 골고루 나눠 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박백범 대학지원실장은 “특성화에서 중요한 것은 비교우위에 대한 기준”이라며 “학부와 대학원을 총량적으로 평가해 한쪽을 특성화하는 대학이 유리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교총은 12일 ‘고등교육 종합발전방안(시안) 발표에 대한 입장’을 내고 대학의 자율적 구조조정 노력을 존중하고 대학교원에 대한 처우개선 및 신분안정이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백승호 10004ok@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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