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학여행 참사, 이대로는 안 된다

2014.04.19 10:55:47

참으로 참담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앞날이 창창한 청춘들이 왜 무슨 이유로 이렇게 사고공화국의 오명 아래 스러져가야만 하나. 사실이라면 믿기 어렵고 아니 믿고 싶지 않은 대형 참사 앞에 그저 가슴이 먹먹할 따름이다. 삶의 이유이자 희망인 금쪽같은 자식을 잃고 울부짖는 부모님들의 그 찢어지는 아픔과 제자들의 추억쌓기에 동행했던 선생님들의 죽음이야말로 오늘 우리 교육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참사가 있기 전, 두 달 전인 2월 18일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에서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도중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로 인해 예비 대학생 9명의 목숨이 사라졌고 지난해 7월 18일에는 충남 태안의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고등학생들이 바닷물에 휩쓸려 5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격으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감독 관청과 해당 기관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하지만 그때뿐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관행이 뿌리내린 지 오래다.

대책없이 이어지는 대형 참사

최근의 수학여행은 한 군데로 많은 인원이 집단적으로 이동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몇 개의 여행지를 두고 설문조사를 거쳐 학생이 원하는 곳으로 분산해 추진하는 경향이 많다. 여러 곳으로 분산하면 관리의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나 이번 사고처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르는 대형참사를 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교가 선택하고 있는 수학여행지 분산도 이미 비교육적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수학여행지를 국외와 국내로 정해놓고 각자의 형편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뿔뿔이 나뉘어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은 가장 저렴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데 이는 소중한 추억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위화감만 조성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수학여행이 학업의 연장선상에서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경험의 폭을 넓히고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쌓는다는 명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이는 과거 학생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억압과 통제 시대의 낡은 유산이고 오늘날에는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학생중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진로에 맞춰 직업을 체험하거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관심과 흥미가 유사한 학생끼리 동아리를 조직하여 필요한 장소를 답사하거나 관심있는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등 말그대로 자기주도적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제라도 더 늦기전에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 같은 대규모 단체활동을 원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구시대의 유물처럼 이어져온 일제식 교육활동은 과감하게 폐지하고 그 시간을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로 돌려줘야 한다.

대규모 단체 교육활동 지양해야

필자는 이번 참사를 접하며 수 년전에 학생들을 인솔하고 중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역사 체험의 성격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현지 가이드들의 상술로 인해 학생들은 고가의 상품 구매 유혹을 받고 심지어 시뻘겋게 달아오른 인두를 팔에 대고 살을 태우며 화상약을 파는 등 비교육적인 시간도 있었다. 그 일을 겪은 후, 수학여행 무용론에 대한 소신을 굽힌 적이 없다.

교육 당국은 이번 참사를 통해 수련활동, 수학여행 등 단체활동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무엇이 변화하는 시대의 교육적 목적에 맞는 체험활동이 될 것인지 하루속히 중지를 모아 개선책을 내놓기 바란다.
최진규 충남 서령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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