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유통센터’ 농약식재료 납품 방치

2014.06.01 23:34:27



부적격 사실 숨겨 ‘친환경’ 재인증
향응 제공에 법근거 없는 계약연장
‘권장’을 자율로 바꾸니 이용 급감

감사원이 지난달 22일 ‘학교급식 공급 및 안전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잇따랐던 서울시친환경유통센터(이하 센터)의 농약 식재료 납품 등이 사실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주요 감사 결과 요약은 “잔류농약이 검출된 친환경농산물이 인증취소되지 않은 채 학교에 고가로 납품됐다”는 지적으로 시작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센터에서 학교에 납품한 농산물을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실시한 결과, 기준치 이상의 농약이 포함된 부적합 농산물이 12건이나 적발됐다. 감사원이 감사 기간 중에 검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189건 중 3건이 부적합 농산물 판정을 받았다. 극소수 품목에 대한 표본 검사로는 농약이 포함된 식재료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전수 검사를 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적합 식재료가 발견됐을 때 조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서울시에서는 살충제인 프로미시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두 업체의 부적합 사실을 인증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통보하지 않아 이 업체들은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지 않았고, 적발 사실을 숨겨 다른 친환경인증기관에 친환경농산물 인증서를 다시 발급받아 지속적으로 해당 품목 농산물 3만 1174kg을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에 납품했다.

또 안전성 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7명의 생산자도 부적합 판정일자 이후에 10개 품목 농산물 8647kg을 469개 학교에 납품했다. 감사원은 각각의 사례에 대해 서울시장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사장에 대한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1~2013년 국립농산품질관리원과 합동으로 조리 전 학교에 납품된 식재료를 대상으로 잔류농약 검사를 한 결과에서도 2011년 12건, 2012년 4건, 2013년 7건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이 중 센터를 통해 공급된 농산물이 해마다 3건씩 포함돼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납품 식재료가 부적합 판정을 받게 되면 해당 학교의 조치 요구, 부적합 생산자와 품목의 공개, 관련 기관의 업체에 대한 조치 요구 등을 시행했다.

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학교는 부적합 농산물을 공급한 생산자의 품목 공급을 중단하고, 납품업체와의 재계약도 맺지 않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센터는 문제 업체들과 지속적인 거래를 해왔다. 센터를 이용하는 학교는 계약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센터에서 연결해주는 업체와 거래를 해야 했고, 센터 이용이 곽노현 전 교육감 당시부터 교육청의 권장사항이기 때문에 센터 이용을 중단하기도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센터는 농산물 공급자 일반경쟁입찰을 거치지 않고, 9개 시·도추천 방식으로 9개 생산자단체에만 공급권을 부여했다. 배송협력업체도 관련 근거 없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법적 근거도 없이 계약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센터장이 배송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기도 했다. 

센터 이용 학교들은 현실적으로 지난 3년 간 불량 업체에 대한 계약중단 등의 조치를 하기 어려웠고, 부적합 농산물을 납품한 업체의 농산물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부터 ‘센터 사용 권장’을 ‘학교 자율’로 변경했다. 또 학교보건진흥원에 식품안전분석실을 설치하고, 덕성여대, 서울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MOU를 체결해 안전성 검사도 강화했다.

학교에서 부적합 농산물 납품 업체와 생산자의 식재료를 거부하고, 필요 시 계약 업체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대 867개까지 이르던 센터 이용 학교 수가 4월에는 39개로 급감했다.

안전성만 확보된 것이 아니었다. 3~4월 식재료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구입한 농산물 가격과 전년도 센터를 통해 구입한 가격을 비교한 결과 3월은 평균 31.9%, 4월은 평균 35.6% 낮아졌다. 비용을 줄이고 나니 4찬 제공 횟수, 쇠고기 사용량, 제철과일 제공 횟수, 후식 제공 횟수 모두 증가했다.
정은수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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