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외면 현실, 국가 위기 부를 것”

2014.08.13 20:00:48

‘호통판사’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
대한민국 인성교육 현실에 불호령

“가출청소년 20만, 사회비용 감당 힘들어”
“외국에 비하면 너무나도 뒤쳐져 암울해”
“국가 해야할일 못하니 선생님들만 피해”
“법 한줄 개정만으로도 확 달라질텐데…”

“청소년 인성 문제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되죠. 국가가 하루빨리 인성교육에 눈을 떠야 합니다.”

부산가정법원 천종호(50) 부장판사는 우리나라 인성교육 현실을 두고 매우 암담한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천 판사는 지난 2010년 소년 재판 전담법관이 된 이후 소년범들의 치유와 회복에 집중하는 재판을 통해 7000명 넘게 교화시켜 우리 사회에 많은 감동을 안겼다. 이로 인해 붙은 별명이 ‘소년범의 아버지’다. 또 소년 재판 때 일반 아버지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야단을 워낙 많이 쳐 ‘호통판사’로도 통하는 등 최근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힌다.

그를 직접 만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소년 인성문제 현실을 들어보고 대안도 모색해봤다. 그는 우리나라 인성교육의 현 주소에 대해 ‘매우 심각하다’는 말을 되풀이 하며 인터뷰 내내 인상을 제대로 펴지 못했다.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머잖아 국가적 위기가 올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레토법칙(28법칙)’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한 사회의 재산 80%를 20%가 만드는데 범죄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 범죄 80%가 20%에서 나오는데, 현재 가출청소년 숫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더욱 많은 문제가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천 판사는 “현재 가출청소년이 20만명인데, 이들을 20%라고 가정한다면 범죄가 최소한 80만건 이상 발생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며 “이들이 교정기관을 거친 뒤 복귀하면 취업, 재기, 노후 등을 사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이들을 돕는 비용은 20%의 경제인구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천 판사는 “이들 숫자를 줄이지 못하면 국가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며, 더 나아가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 인성 문제는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국가가 전면적으로 나설 것을 제안했다.

천 판사는 “학령기 학생에게 인성을 갖추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미흡해 지금의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면서 “청소년 인성교육은 학교와 선생님들만이 책임질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사건이 문제가 터지면 선생님들에게 해결하라 하니 힘들 수밖에 없다. 이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성교육 시스템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독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천 판사는 “일본 오사카에 가면 초․중학생 대상 결손가정 및 비행청소년을 위한 아동자립지원시설을 구축해놨는데 100명 수용을 위해 무려 14만200여㎡(4만3000평)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안에 학교(공교육)도 있다. 관리자 70명에 교과교사는 20명으로, 거의 일대일 관리를 하고 있다”면서 “홋카이도에는 무려 1322만3000여㎡(430만평)짜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국가에 구축됐는데 우리나라만 없다”며 “비행청소년이나 가출청소년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늘리기 위해 법령 한 줄만 만들어주면 지금 보다 훨씬 좋아지는데 신경 쓰는 사람들이 없다”고 토로했다.

아동복지법에 ‘비행청소년 전담 공동생활가정’이란 한 줄만 추가하면, 일반가정에서 국가 지원금을 받고 보다 많은 청소년들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는데 정치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는 주장이다. 당장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틈만 나면 국회의원, 관련 인사들을 만나 설득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 역시 어려운 어린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다. 부산의 대표적 달동네에서 자라면서 갖은 폭력에 시달려 봤고, 이로 인해 남들 보다 늦게 학업을 시작하는 아픔도 있었다.

지난해 초 펴낸 책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를 통해 벌어들인 인세 2000여만원을 ‘비행청소년 전용 공동생활가정(사법형그룹홈)’을 위해 전액 기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는 “소년 재판을 맡은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이 일은 운명처럼 만났다고 생각한다. 평생 사명으로 여기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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