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수학여행 안전규제, 답사·책임 부담에 활동 위축

2014.10.30 19:40:13

구태의연한 장소서 형식적 행사 그쳐

‘좋은 약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학교 체험활동 관련 안전지침이 강화되면서 그 강도가 필요이상으로 과도해져 되레 의미 없는 활동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의성이 보장돼야 할 체험활동이 단순히 인근에서 시간 때우기로 전락해 오히려 교육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학생·학부모·교원 모두가 주장하는 ‘공통 불만사항’이다. 특히 활동 진행은 물론 책임을 다 떠맡게 된 교원의 경우 그 고단함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수학여행과 같은 숙박형 체험활동이 사실상 폐지된 경기도의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활동이라곤 당일치기로 근처 공원이나 고궁을 대중교통으로 다녀올 수밖에 없는데, 장소의 한계로 인해 ‘그저 하루 때우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의 한 고교 담임교사는 최근 반 학생들을 데리고 서울 인사동을 다녀왔다. 이 장소를 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서울 출신인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 교사는 "1학기 때 수원성을 다녀온 관계로 2학기에는 지역을 벗어나는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다수였는데, 내가 체험활동에 관해 전문성이 없다 보니 아이디어 내는데 한계가 있어 그냥 내가 경험해본 곳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로 왕래하니 안전하긴 했지만 교사나 학생이나 크게 의미를 두긴 어려웠던 활동이었다"고 토로했다.

최근 축제를 개최한 경기 지역 한 고교도 지나친 제약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 학교의 한 수석교사는 "안전지도 및 안전지도 강사 확보 등 처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한 특성화고의 경우 직업체험에 있어서도 기존에 교외에서 했던 체험들을 교내에서 실시하는 등 위축, 운영하고 있어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강원 지역 한 고교의 경우 제약이 너무 많아지자 학생 동아리활동조차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일변도’를 외치는 관료주의 탓에 교사가 할 일은 지나치게 늘어나 ‘본업’ 이외 잡무가 더 늘어 수업지장도 따르고 있다. 일단 체험활동을 다녀오기 전 2인 이상이 두 차례 답사를 다녀와야 하고, 식사하려는 식당의 음식가격과 위상상태까지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교사들은 수업할 시간에 답사와 식당 위생 점검을 하느라 시간을 빼앗기는 게 안타깝다는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보다 안전하면서 의미 있는 학습이 필요한데, 이를 담임교사가 모두 책임지기엔 버겁다는 것이다.

경기지역의 한 고교 교사는 "오로지 안전만 강조한다면 그냥 교실에서 수업하는 게 낫다"며 "교사 업무과중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보다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병규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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