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나서야 초·중등 인성교육 확산

2015.02.06 12:57:51

‘2014 학생부종합전형 인성평가 심포지엄’

서울여대 주최, 주요 대학 인성평가 사례 공유
순환식 다대일 면접, 학생부 100% 선발 파격
안양옥 교총회장 “평가 반영 대학 적극 지원”





황우여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지난달 22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대입에 인성평가가 반영되도록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주요 대학들이 입학전형에 인성평가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 논의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서울여대는 4일 서울교대, 포스텍, 한동대, 한양대 등 주요 대학들과 서울여대 50주년기념관에서 ‘2014 학생부종합전형 인성평가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운영사례를 공유했다.

이날 ‘인성교육의 가치 회복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한 안양옥 교총 회장은 “초·중등을 넘어 대학과 군대에서도 인성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범국민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앞으로는 인성교육 요소에 사회적 실천성, 헌신성, 세계시민의식 등을 모두 포함해 나와 세계를 관통하는 총체적인 개념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학이 인성평가에 앞장서면 자연히 초·중등교육도 뒤따라 올 것”이라며 “오늘 참가한 대학들의 논의 자체만으로도 인성교육 확산에 충분히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서울여대가 53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이유는 입시와 신입생 교육에서부터 인성을 포함시켜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때문”이라며 “교총도 인성평가에 앞장서는 대학들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서울여대는 50여 년 간 ‘바롬 인성교육’이라는 공동체 중심의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입시에서는 자체개발한 인성평가 매뉴얼 및 면접도구를 각 대학에 보급하고 있으며 개별경험면접, 발표면접 등을 통해 구체적 사실과 경험에 근거한 행동중심의 평가를 실시한다. 전혜정 총장은 “앞장서서 인성을 반영, 평가하는 대학들의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는 오늘의 자리가 인성평가 과제를 풀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앞으로도 대학의 인성평가 역량 강화와 정보공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서울교대는 순환식 다대일 면접을 도입해 지원자의 인성과 자질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례발표자로 나선 한성구 서울교대 입학홍보실장은 “고교에서 인성교육이 어떻게 진행되지를 파악하기 위해 교육부가 선정한 ‘인성교육 실천 우수학교’를 탐방해 평가지표 작성에 반영했고 인성 위주의 인재상을 새롭게 설정, 모든 평가원칙과 영역, 방법에 인성평가가 핵심을 이룰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면접은 지원자가 교직인성, 교직적성, 교직교양이라는 세 개의 면접장을 돌며 각각의 영역에 맞는 문제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서류평가 과정에서 작성된 ‘면접 시 질의사항’을 활용해 지원자를 심층적으로 검증하는데, 주요 내용은 ‘진로 변경 및 진로 결정의 동기 및 본인의 특장점’, ‘자신의 교육관과 희망하는 교사상’, ‘봉사, 동아리 활동, 발표 등 체험활동에 대한 구체적 사례나 느낀 점’, ‘독서활동에 대한 확인’ 등이 포함된다.

한 실장은 “인성은 주관적 평가의 가능성이 높으므로 자기소개서 항목과 학교생활기록부 내용, 면접진술의 일치여부를 확인하고 연관해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교와의 연계를 통해 인성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고교와 대학의 위상에 맞는 평가지표를 만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는 지난해부터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오직 학생부만 100% 반영해 모집인원의 46%를 선발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통상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를 받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서류, 면접, 내신 반영 없이 학생부만으로 최종합격자를 뽑는다는 것은 학교 중심의 창의적체험활동, 행동특성, 종합의견, 교내수상경력, 세부능력 등을 중요시하겠다는 의미다.

전형이 발표된 후 많은 수험생들은 ‘결국 특목고 학생만 뽑을 것’이라며 반신반의 했다. 그러나 52대1의 경쟁률을 뚫고 이 전형에 합격한 조 모 군은 특목고 출신도 아니고 내신도 중하위권이었다. 그가 선발된 이유는 ‘자폐 성향의 친구를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주고 도왔다’는 한 줄의 내용 때문이었다. 대학은 사실 확인이 필요한 경우 직접 학교를 방문하기도 했는데 교사들은 한결같이 ‘지금껏 만난 학생 중 가장 인성이 뛰어나다’고 보증했고 학교는 조 군을 최종 선발하기로 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처 입학총괄팀장은 “생활기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한 모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이든 고교든 대입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검토되는 것은 내신 성적뿐, 다른 것은 평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왔다”며 “대학이 학생부를 중요 평가 자료로 삼는 이런 시도가 앞으로 학생, 교사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생활기록부의 중요성이 커지면 학생들이 자연히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게 될 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학생을 보다 충실히 관찰하고 변화와 성장을 기록하게되면서 사교육을 경감하고 공교육을 살릴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 팀장은 “올해 처음 실시됐지만 학교 측은 학생부가 충분히 우수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평가 자료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내년에는 이 전형을 활용한 선발 인원을 930명에서 980명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예람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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